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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장에서... ...
야영장에서...... ⓒ 이명화

낮부터 해질 때까지 백운슬랩 등반으로 기진맥진해졌지만, 막상 해냈다는 뿌듯함 때문일까 펄펄 넘치는 기력으로 저녁을 맞았고 어둠이 찾아드는 야영장, 나무아래 자리를 펴놓고 도란도란 모여 앉았다.

한쪽에선 밥이 익어가고 다른 한쪽에선 고기가 익어가고 김치찌개 냄새와 함께 맛난 냄새들이 솔솔 난다. 너도 나도 한두 가지씩 과일이나 간식을 가지고 온 것을 내놓는다. 등반하느라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돼 홀쭉해질 대로 홀쭉해진 뱃속을 채운다. 누군가 소리친다.

"밥~탄다~~!"

고기야 과일이야 이것저것 먼저 먹어 배부른 우리는 밥까지 먹을 수 있을까도 생각했지만 괜한 염려였다. 모두가 김치찌개로 밥을 한 그릇씩 뚝딱하고 나서야 수저를 든 손이 느슨해졌다. 오늘은 또 학생장 생일이란다. 미리 준비해 온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모두 모여 축하해줬다.

야영장에서... 학생장 생일도 축하해주고...ㅎㅎ
야영장에서...학생장 생일도 축하해주고...ㅎㅎ ⓒ 이명화


야영장에서...
야영장에서... ⓒ 이명화

밤이 익어가는 시간, 민대장(민평식씨)이 준비 해온 장작과 모닥불을 피울 양동이를 놓고 불을 피웠다. 모두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꺄~하고 넘어갈 듯 기뻐한다. 두런두런 모닥불 앞에 모여앉아 이야기를 익혔다. '탁탁~타닥 탁탁~'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나무가 타는 소리를 낸다. 모두들 오랜만에 이런 걸 해본다고 한 마디씩 한다. 사춘기 소년소녀마냥 즐거워한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인생은 연기 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참 오랜만에 떠올려보는 노래다. 모닥불 피워놓고 두런두런 모여앉아서 이야기꽃 피우던 시절 그 언제였던가. 까마득해서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양산등산교실5기의 감초, 민 장군(민평식)은 또 다른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깜짝이야~. '풍등' 날리기란다. 종이로 만든 등 심지에 불을 붙여 하늘높이 띄워 올려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백운슬랩 야영장... 풍등을 띄워 올리며...
백운슬랩 야영장...풍등을 띄워 올리며... ⓒ 이명화

한 번 시범을 보인 후에 이사람 저 사람에게 해보라고 한다. 채희씨 부부도 학생장도 풍등에 소망을 실어 하늘 높이 띄워 보낸다. 풍등은 바람 없는 어두운 밤하늘로 높이 높이 떠올랐다. 까마득히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서도 불빛은 여전히 깜박였고 마치 별처럼 밤하늘에 박혔다. 한참 뒤에야 제 목숨 다한 듯 어둠 속에 동화되었다.

별은 밤이 깊을수록 더 가까이 내려와 또렷해졌고 북두칠성이 우리가 낮에 올랐던 백운슬랩 암벽 위에 내려앉아 반짝이고 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의 밤이 될 것 같다. 동기생들은 한솥밥 먹으면서 모닥불 앞에 모여앉아 마음열고 이야기 나누며 산우정은 깊어갔다. 깊어가는 토요일 밤, 하나 둘씩 내일 일정을 위해 텐트 속으로 몸을 밀어 넣고 눕는다. 한뎃잠이라 그럴까. 쉬 잠이 오지 않는데, 옆 텐트에서 코고는 소리로 밤의 적막을 깨운다.


#야영#백운슬랩#모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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