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태안중학교 '해도두리반'의 담임 박나영교사. 그는 장애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특별한 관심뿐'이라고 말한다.
▲ 박나영 교사 태안중학교 '해도두리반'의 담임 박나영교사. 그는 장애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특별한 관심뿐'이라고 말한다.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올해로 5년차 교사인 박나영(28)씨는 일반 교사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교사다.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태안중학교의 특수학급인 '해도두리반'의 담임을 맡고 있는 그는 흔히들 말하는 특수반 교사다.

몇 년 전부터 장애인 학생 학급을 가리키던 '특수반'이란 명칭이 '학습도움반'으로 변경되었지만 여전히 장애 학생을 바라보는 일반 학생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학생들이 더 이상 장애인 학생을 '특수반 아이'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칭만 '도움반 아이'로 바뀌었을 뿐 아직도 일반 학생들의 장애 학생들에 대한 편견이 가득하다.

간혹 일반 학생들 중 몇 명은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 학생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래서 박 교사는 자주 학급을 돌며 학생들에게 '다름에 대한 편견'을 교육하고 '이해와 소통, 그리고 배려' 등을 주문한다.

특히, '도움반 아이'라는 놀림을 받는 장애 학생을 위해 반 이름을 '해도두리'로 바꿨다. 해도두리는 순우리말로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의미다.

물론 학내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지만 박 교사는 장애 학생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미가 내재된 반 이름으로 통해 편견을 바로 잡고 싶었다.

그렇게 고심 끝에 숱한 자료를 뒤져 찾아낸 단어가 '해도두리'다. 본래 단어의 뜻보다 의미도 확장해 '함께 밝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란 나름의 의미도 부여했다.

교사란 말 앞에 '특수'란 단어가 붙어서인지 그는 종종 '왜 특수교사를 선택했냐?'는 질문을 받는다. 뭔가 특별한 경험이 그를 특수교사의 길로 인도했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박 교사는 내세울 만한 '특별한 경험'을 겪은 적이 없다. 그저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자주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특수교사를 선택하게 됐다.

굳이 '특별한 경험'을 꼽자면 학창시절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동네 언니'가 장애를 갖고 있었고 이런 '동네 언니'와 친하게 지내면서 장애가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할 뿐 일반인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교내에서 해도두리반을 찾는 특별한 아이는 총 9명이다. 평소에는 일반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지만 국어와 수학 등의 수업시간에는 해도두리반에 모인다. 장애를 갖고 있는 탓에 학습능력이 떨어져 중학생이지만 아직 한글을 배우는 아이가 더러 있다.

고로 수업은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엔 장애우 학생들이 배움을 마치고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일상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생활에 필요한 '시계보기', '돈 계산하기', '은행가기', '우체국 체험' 등을 교육한다.

또, 제과제빵, 커피 바리스타, 볼링, 탁구 등의 특기적성과 직업개발을 위한 수업도 병행하며, 가족캠프 및 대학교 탐방, 도시문화 체험 등 현장체험학습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박 교사는 "우리 반 아이들은 일반 학생들과 달리 배우는 속도가 더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아이들의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행복해 한다. 이들에겐 다만 주변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태그:#태안, #장애우, #해도두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