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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오전 소말리아 해역에서 연락이 두절된 한진해운 텐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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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텐진호 선원 20명이 해적에게 납치되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선내에 설치된 비밀 피난처(Citadel·시타델)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진텐진호 선원들은 21일 새벽 해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국토해양부와 한진해운 본사로 연결된 비상벨을 누르고 즉각 시타델로 피신했다. 또 납치상황에 대비한 매뉴얼대로 선원들은 대피 직전 선박의 엔진을 비상 정지시키고 문을 봉쇄했다.

한진텐진호에 올라온 해적들은 정지한 선박을 움직일 수도, 선원들을 끌어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납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 피랍시에는 선원들은 시타델로 피신했지만 해적이 대피소 천장 해치를 부수는 바람에 인질이 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 24일 위험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에 한해 시타델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비 기준을 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시타델은 외부인이 식별하기 어려운 곳에 설치하고 외부를 두꺼운 철판으로 감싸야 한다. 시타델에 2개를 설치하도록 한 출입문은 각 문 두께의 합이 13㎜ 이상으로 밖에서 열기 어려운 잠금장치를 사용하도록 했다. 피신처 내부에는 식량과 음료수, 응급의료장비, 간이화장실, 공기공급장치 등을 설치해 안에서 2~3일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위성통신설비 설치는 시행일로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한진텐진호의 경우 이미 시타델이 설치돼 있었고, 정부의 고시 이후 규정에 맞게 설비를 강화했지만 위성통신 장비는 설치하지 못했다는 게 한진해운 측의 설명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인 한진텐진호는 선박 내부 구조가 복잡해 해적이 시타델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위성통신장비는 다음 달 부산항 입항 이후 설치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 피랍을 계기로 정부와 해운업계는 관련대책을 논의한 뒤 ▲ 선원대피처 설치 ▲ 해적침입 방지시설 설치 ▲ 해적위험해역 통항보고 등을 의무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보안요원 의무탑승은 영세한 선사들로선 비용부담이 적지 않아 의무화 대상에선 제외됐다.

비용문제 외에 무기를 소지한 보안요원이 탑승할 경우 상선이나 유조선 등의 자격을 잃고 '무장선'으로 취급하게끔 되어 있는 국제법 조항도 걸림돌이다. 이럴 경우 입항절차가 복잡해지거나 국가에 따라서는 아예 입항이 불가능해지는 일도 생긴다.

이 때문에 이번 한진텐진호 사례가 보여주듯 시타델을 설치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선원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피랍대비책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