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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장애인부모회 안성시지부가 장애아 재활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19일 안성 내혜홀에서 열었다.

 

다른 바자회라면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오는 날을 택했을 것이다. 말하자면 '놀토'나 공휴일 등. 하지만 안성시장애인부모회(http://cafe.daum.net/asjangein) 회원들은 그럴 수 없었다.

 

 

"자녀들을 위한 행사인데, 정작 주인공들과 함께 하지 못해 제일 안타깝습니다."

 

지난 19일 안성 내혜홀 광장에서 '사랑의 바자회'를 진행하던 유지혜 회장(안성시장애인부모회)이 잠시 숙연해졌다. 자녀들이 쉬는 날이 아닌 평일에 이런 바자회를 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밝혔다.

 

아마도 일반 가정에서 벌인 자녀를 위한 행사였다면 자녀들과 함께하는 날로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행사진행과 자녀돌보기를 동시에 할 수 없기에 평일을 선택했던 것. 약속 날짜 하나 정하는 것도 자신의 취향과 사정이 아닌, 항상 자녀의 사정에 맞춰왔던 평소 그들의 삶이 반영된 것이리라. 

 

한 달 전부터 직접 장보며 물건 확보해

 

그럼에도 이번 바자회는 야무지게 준비되었다. 약 한달 전부터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해 회원들이 직접 장을 보러 다녔다. '좀 더 값싸게, 좀 더 많이'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뛰어다녔을까. 불경기에다가 물건이 별로 없어서 '생고생'했단다.

 

먹을 음식은 또 어떻고.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없으니 하루 전인 18일에 몰아치기 하느라 또 얼마나 힘을 썼을까. 12명의 회원이 모여서 힘겹게 만든 음식이 바로 잔치국수, 떡볶이, 순대, 어묵, 김밥, 빈대떡 등이다. 몸은 고생되더라도 조금이나마 더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집념이 만들어 낸 음식이다.

 

행사장 가운데는 장애인 부모와 자녀들이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천연염색, 도자기 등)은 물론 이 모임의 지난 발자취를 담은 사진도 전시되었다.

 

이날을 축하하듯 자매결연식도 이어졌다. '안성 개나리로터리 클럽(회장 안상순)'과 '고삼 뫼향골 영농조합(회장 조성수)' 등이 '안성시장애인부모회'와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날 행사도 안성 개나리로터리클럽, 대한 적십자 안성지회, 안성감리교회 등의 지역 단체가 이 모임과 함께 봉사를 했다. 그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바자회 수익보다 더 깊은 뜻 있었네

 

유지혜 회장은 "이런 행사를 한 번 하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우선 이런 바자회를 하면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끼리 아주 친해진단다. 무엇인가 한 목표를 두고 합심해서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잘 알게다. 일하면서 누구 엄마가 뭘 잘하는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이런 행사를 하면 평소 만나기 힘들었던 회원들도 만나게 되니 기쁨은 두 배가 된다고.

 

유 회장은 "더군다나 이런 행사를 하고 나면 내가 수고해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돌려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로 이 바자회의 수익금은 장애 자녀들을 위한 운동회, 미술캠프, 원예치료, 여름캠프,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유회장은 "수익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이 행사의 진정한 목적을 드러내 놓았다. 그것은 바로 '장애인부모회'를 안성에 알리는 것. 그래서 장애자녀가정 중 한 가정이라도 이 걸음에 동참할 수 있을 거라는 가슴 진한 소원이 배어 있다. 아직도 많은 장애자녀 가정들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음을 유회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움을 받기보다 자신의 힘으로 이웃과 나누며, 나아가서 자신의 힘으로 자신과 자녀들의 권리를 찾아간다"는 이 모임의 기본정신은 이날 바자회의 참뜻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자회 당일 행사장에서 안성시장애인부모회 유지혜 회장과의 인터뷰 후 작성했다. 한국장애인부모회(www.kpat.or.kr)는 여러분이 사는 도시에 지부들이 있으며, 언제든지 문을 두드릴 수 있다. 


태그:#장애인부모회, #안성장애인부모회, #한국장애인부모회, #장애가정,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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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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