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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아끼고 아끼더라도 하루 평균 최소한 물 50리터를 쓸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곳곳의 나라들은 1인당 10리터 정도의 물로 하루를 산다. 심지어 소말리아 8.9리터, 잠비아 4.5리터, 말리 8리터 등 10리터에 훨씬 못 미치는 물을 쓰는 나라도 꽤 많다. 제3세계 사람들이 아껴쓰는 그 물조차도 짐승의 똥오줌이 섞인 흙탕물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3월 22일 '물의 날'을 앞두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1일 물 사용량인 10리터로 하루를 지내는 체험을 하게 됐다.

국가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국가별 1인당 하루 물 사용량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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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일인 21일 마주한 2리터 생수통 5병에 든 물. 사실 나는 처음에 이 양이 많은지 적은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당장에 떠오른 것은 마실 때의 물, 샤워할 때의 물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구석구석 따져보니 우리가 하루에 쓰는 물은 실로 엄청났다. 2008 상수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인당 쓰는 물은 365리터에 달했다.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할 때 분당 5~10리터를 쓰고(10분 만에 샤워를 끝낸다 해도 100리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용변을 한 번 볼 때마다 사용되는 변기물이 13리터(출처: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 박경화 저, 명진출판사 펴냄)였다.

아무리 먹는 물을 아낀다 해도 화장실에서 오줌 한 번 누고 나면 10리터는 가뿐하게 넘기는 셈이 된다. 그런 내가 과연 10리터 물로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머리 안 감고 출근... 걸레 빠는 대신 포기한 '물 마시기'

세숫대야도 없이 살아온 자취생. 물을 받아야 했기에 급한 대로 냄비에다 물을 받아 세수했다.
▲ 일일 세숫대야 세숫대야도 없이 살아온 자취생. 물을 받아야 했기에 급한 대로 냄비에다 물을 받아 세수했다.
ⓒ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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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월요일, 나는 머리를 감지 않고 출근했다. 샤워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세수는 해야 했는데, 집에 세숫대야가 없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순식간에 씻고 튀어 나가야 하는 직장인이라, 사실 대야에 물을 받아 사용하지 않은 지 7년쯤 된 것 같다. 흐르는 물에 세수하면 족히 3리터는 넘을 것이고, 나는 급한 대로 주방에 있는 냄비를 꺼내 약 800ml의 물을 붓고 비누칠을 한 다음, 700ml의 물로 한 번 헹궜다.

미끌미끌, 약간의 비누기가 남아 있는 듯 했지만 '그래, 오늘만 한번 참아보자'하며 찝찝한 얼굴에 메이크업을 감행했다. 퇴근 후 불상사를 줄이기 위해 색조는 하지 않아
아픈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출근했다.

출근을 하니, 지난주에 사용하고 아직 씻지 않은 나의 전용컵(우리 회사는 종이컵을 쓰지 않는다)이 책상 위에서 나를 가장 먼저 반겼다. 설거지를 해야 했지만, 오늘은 커피 마시기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냥 책상 위에 컵을 그대로 두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피할 수 없는 회사에서의 아침 청소 시간. 내가 맡은 일은 2층 손걸레질이었다. 걸레는 빨아야 했기에 약 2리터의 물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걸레를 빠는 대신 물을 마시지 않기로 결정했다.

13리터 변기물 한 번에 모든 것이 '물거품'

생활할 때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우리가 되자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생활할 때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우리가 되자
ⓒ 물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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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더럽게 살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웬만한 일엔 손을 씻지 않았다. 하지만 양치질 한 번 했을 뿐인데도 2리터 생수통의 물이 절반이 넘게 사라졌다. 1리터는 생각보다 적은 물이었다.

21일 하루종일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지만(화장실 갈까봐 물은 마시고 싶지도 않았다), 10리터의 물쓰기는 단 한 순간
무산되고 말았다. 참고 참았던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는데 무려 13리터를 쓰고 말았던 것이다. 이 원고 청탁 건 때문에 새벽 수영을 못 간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끝나다니…. 그렇다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노상방뇨를 할 수도, 직장 동료에게 "기사를 써야 하니, 딱 하루만 내가 싼 자리에 그대가 또 한 번 싸고 물 좀 내려줘" 할 수도 없었다(그래도 물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큰 용무는 내일로 미뤘다).

물 사용량에 관한 기사를 찾다 발견한 브라질 환경단체에서 낸 물 절약 실천방법 중엔 '샤워 중에 소변보기도 있던데(1년에 4380리터의 물 절약)' 지금은 샤워도 할 수 없으니, 그 방법도 내겐 곤란했다.

이로써 나는 세숫물 1.5리터 + 걸레 빤 물 2리터 +양치질 두 번(심지어 밤엔 양치를 하지 않았다) 2리터 + 참고 참아 눈물 날 지경에 이르러 해결한 용변 내린 물(2번) 26리터 = 31.5리터로 마감했다.

떡진 머리로 도착한 집, 물티슈로 몸을 닦고 잠들다 

퇴근길, 떡진 머리를 풀어헤치고 집에 도착했다. 집에 앉아 있으려니 몸이 근질거리는 것 것 같았다.

'그래, 이제 몇 시간만 참으면 돼'

자정을 넘기고 바로 샤워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냥 모든 걸 잊고 잠을 청하기로 했다. 물티슈를 꺼내 먼지와 파운데이션이 섞인 얼굴을 닦았다.

몇 년째 비가 오지 않는 나라.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으러 간다.
▲ 그리운 케냐 몇 년째 비가 오지 않는 나라.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물을 길으러 간다.
ⓒ 최윤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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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설 연휴 때 방글라데시로 봉사활동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다카에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나는 13살 셰투의 집에서 묵었는데, 방글라데시도 물이 부족한 곳이어서 자기 전에 나는 샤워 대신 물티슈로 온몸을 닦아냈다. 물티슈로 몸을 닦는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셰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작은 항아리에 물을 담아왔다.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기엔 매우 적은 양의 물이었지만, 분명 가족 중 누군가가 씻지 않기로 하고 내게 모아 준 물이었을 것이다.

그 물을 받아들고 양치질을 한 뒤 한 모금 입에 넣었으나, 난 곧바로 뱉어버렸다. 까슬까슬한 모래가 입안에 씹혔고, 무엇보다 녹슨 물건에서 날 법한 비릿한 물맛이 아침 빈속에 헛구역질을 일으킬 정도였다.

셰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때 그 물을 다 쓰지 못하고 몰래 바닥에 버렸다. 그 물을 다시 되돌려주기에는 내 마음을 완전히 전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할 줄 몰랐고,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몸이든 그릇이든 세정제로 거품을 가득 내고 흐르는 물을 양껏 쓰면서 뽀득, 뽀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씻기 좋아하는 나이지만, 오늘만큼은 그때 그 기억을 되살려 온몸 구석구석을 물티슈로 닦았다. 방글라데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째 비가 오지 않아 보드랍고 노란 흙먼지가 온 공기를 떠돌던 케냐가 느껴졌다.

아래 소개하는 물 절약 방법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실천하기란 꽤나 힘들다. 나 역시 세숫대야 없이 살아온 지난 7년의 시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하루짜리 체험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물을 받아 사용하는 습관부터 기르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

물 절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1. 흐르는 물로 설거지 하지 않기
유럽을 비롯한 물 부족 국가에서는 흐르는 물로 설거지를 '절대' 하지 않는단다. 세제도 아주 조금! 그리고 딱 한번 받아 논 헹굼물로 헹구면 끝! 분당 10리터씩 사용되는 물을 1/3로 줄일 수 있다.

2. 양치질, 면도시 컵 사용
칫솔질과 면도 때 컵을 사용하면 4.5L의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3. 수세식 변기에 벽돌 넣기
변기물을 저장하는 탱크에 벽돌을 넣어두면 7리터 정도의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단다.

4. 5분 안에 샤워 끝내기


태그:#물의날, #물부족국가, #물아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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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도 순식간에 뒤집어 즐겁게 살 줄 아는 인생의 위트는 혹시 있으면 괜찮은 장식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는 힘의 본질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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