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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세를 복지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검토할 필요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

"세목 신설과 급격한 세율 인상의 증세 없이 복지 재원 마련해야 한다." (이용섭 의원)

"선별적 복지는 두텁게 가고 보편적 복지는 얇고 넓게 가야 한다." (김효석 의원)

 

민주당 복지논쟁에서의 '진보-중도-보수'가 한 데 모였다.

 

24일, 민주당의 관료·정책통 모임인 '민주정책포럼'이 마련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점검한다> 토론회에서 '부유세'를 주장하는 정동영 최고위원과,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이용섭 의원,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결합'을 얘기하는 김효석 의원이 각각 발제를 맡아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논의되는 '복지 담론'의 총합인 셈이다.

 

보수 "현금 나눠주는 식보다 복지 인프라 구축 방식으로"

 

민주정책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효석 의원은 민주당이 처한 딜레마 상황을 "'3+1' 정책만 하면 저소득층·장애인·노인·실업자가 소외되고, 여기서 다른 분야를 추가하면 재원 조달 문제가 생긴다"며 "따라서 증세를 하게 되면 지지 세력이 줄고, 증세를 안 하면 서민에게 불리한 모순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 의원은 "스웨덴형과 미국형을 결합한 '제4의 길, 함께하는 복지'"를 제시하며 "선별적 복지는 두텁게 가며 1차는 국가가, 2차는 민간이 맡고 보편적 복지는 얇고 넓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높여 나가자"고 제안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이 보여준 '자발적 기부'를 늘리기 위해 기부에 대한 조세 감면 혜택을 도입해 민간 부분도 복지의 일정 부분을 맡게 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중산서민층을 위한 정당인 민주당이 공공부조 대상자들을 방치하고 중산층 이상이 주로 혜택을 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보육료 100% 무상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보육료는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좋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복지예산부터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현 세대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식보다는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 즉 국공립병원, 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등을 국가가 짓고 운영은 민간에게 맡기자"고 말했다.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로빈후드식 세금인 부유세를 처음 주장한 민주노동당은 당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도 "당의 입장처럼 '증세 없이'를 공언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최대한 증세 없이 하되 마지막에는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어서 증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도 "새로운 세금 신설로 접근하면 어려움 가져올 것"

 

민주당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용섭 의원은 "당의 '보편적 복지'는 20세기 물적 자본 위주 투자에서 벗어나 21세기 인적·사회적 자본 투자로의 국가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1 무상복지' 정책을 총괄해 발표한 당 정책위와 손학규 대표와 궤를 같이해 온 이 의원은 "복지를 실현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해쳐서는 안 되고 국민의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며 "국채발행이나 새로운 세목 신설과 급격한 세율 인상과 같은 증세는 없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재차 강조했다.

 

소비성·중복성 예산을 삭감하고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16조4000억 원의 '3+1 복지정책'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3+1' 복지 단계에서 보편적 복지가 좋다, 확대하자는 여론이 생기면 새로운 세금 조달을 검토할 수 있지만 지금 새로운 세금으로 접근하면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며 "보편적 복지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은 오는 7월에 용역결과와 수렴 여론을 바탕으로 민주당 보편적 복지 마스터 플랜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보 "조세 개혁 정도가 아니라 조세 혁명해야"

 

민주당 내 복지담론에서 가장 왼쪽에서 논지를 펼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정권을 10년 잡았던 세력으로서 10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성찰한다는 의미로서 우리가 내놓은 답안지가 복지국가 논쟁"이라며 "이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구체적인 청사진과 전략이 제시되어야 하고, 시작 단계인 지금에는 모든 것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최고위원은 "그 차원에서 부유세 문제를 재원 조달의 하나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의 조세 제도는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조금 벌면 조금 낸다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 우리는 조세 개혁 정도가 아니라 혁명을 해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 최고위원이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 복지는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것에 비해 한층 유연해진 접근이다. 서로를 대면하지 않고 의견을 펼칠 때에는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날을 세웠던 이들이 민주당의 총론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는 열린 자세를 보인 것이다.

 

민주정책포럼의 일원인 강봉균 의원이 "자꾸 부유세 얘기를 해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 최고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지만, 서로 웃으며 다독이는 분위기로 흘렀다. '복지'가 당 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오전 7시 30분이라는 다소 이른 시간에 마련된 토론회임에도 정세균 최고위원, 조배숙 최고위원, 이강래 전 원내대표 등 3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이 토론회에 참석해 경청하기도 했다. 모두 펜을 손에 들고 '밑줄 긋기'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열기에 패널로 참석한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편적 복지는 MB 정부 3년 간 민주당이 해 온 것 중 가장 잘 한 일이 아닌가 싶다"고 칭찬했고, 윤종훈 회계사는 "최선을 찾는다고 논쟁하면서 한 발도 못 나가는 게 이제까지의 진보였다, 차선·차차선을 선택해서 반 발이라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민주당, #무상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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