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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바꿔 달라 시위를 해대는 2세대 핸드폰

요즘 스마트폰이 대세다. 스마트폰(smartphone)은 PC와 같은 기능과 더불어 고급 기능을 제공하는 휴대 전화를 말한다. A통신사의 핸드폰을 사용한 지는 10여년이 훌쩍 넘었고, 슬라이드폰으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 네비게이션 공짜, 3년 약정, 기존 번호 유지 조건이었다. 삐삐 사용할 때부터 사용해온 뒷 번호는 01X 핸드폰으로 바꾼 뒤에도 유지하고 있다. 15살이나 되었다.

약정 기간이 끝나갈 때가 되자, 밧데리가 금방 소모되고 충전이 잘 되지 않았다. 올 1월부터 3년간 번호를 유지하면서 3G 서비스를 쓸 수 있다고 했다. G는 이동전화 기술의 세대(generation)를 의미한다. 2G는 음성·문자 사용, 3G는 2G+영상통화다. 3G인 스마트폰의 대열에 합류할까 망설여졌다. 그러던 차에 남편이 모임만 갔다 오면 곤혹스러워 했다. 모임회원 중에 친한 형님이 A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의 핸드폰은 01X으로 B통신사다. 핸드폰이 필요 없다고 했던 그였지만, 10년 전 핸드폰을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 출산을 얼마 안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자주 출장을 다니는 업무를 맡고 있어 비상연락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끝 번호 네 자리는 내 번호와 같다. 벌써 10살이다. 중간에 기기를 바꿀 때에도 기존 번호를 고수한 채, 몇 십 만원을 주고 사기도 했다. 그런 핸드폰이 낡아서 바꿔달라고 시위를 해댔다.

그대 이름은 갤럭시

갤럭시라 했다. 친한 형님이라는 그분께 서류를 작성해서 보냈다. 가족할인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덧붙였다. 90여만원을 소비하는 고객의 입장 대비 설명은 다소 만족스럽지 못했다. 콜센터에 알아본 후, 스마트폰 개통을 미뤘다. A통신사인 내 번호는 유지할 수 있지만, B통신사인 남편의 번호는 010으로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말이다. 스마트폰 달인에게 바로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했다. 50세가 넘었지만, 갤럭시 사용법을 하루 만에 터득 했대나 뭐래나.

달인의 소개로 방문했던 B통신사 대리점 주인은 01X번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A통신사에서 B통신사로 변경한 내 가입비도 면제해주고, 부부간 개통이라 가죽 카바, 액정필름. 유심, 차 충전기도 준다고 했다. 3년 뒤에 010으로 전환된다는 신청서 등을 작성하고 1시간여를 기다렸을까? 남편의 스마트폰이 먼저 개통되었다. 메세지는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아 메모지에 한참을 기재했다. 3천원 추가하면 핸폰 사진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잠시 후에 난감한 표정의 주인 아저씨 "01X는 통신사를 바꾸면 010으로 바꿔야 돼요."라고 한다. 이번에는 내 번호가 바뀌어야 하는 상황. 난감한 건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 "왜 그게 인제서야 발견됐죠?"라 물었다. 그 전에는 타 통신사에서 온 적이 없어서 몰랐다 했다. 서류도 이미 작성했고, 1시간 반이나 기다렸고 약속도 있어서 15년 동안 써온 번호를 순간 포기하려 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남편이 번호 바꿔도 괜찮겠냐고 내게 물었다.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 서운한 마음에 다른 방법은 없냐고 주인에게 물었다.

01X번호로 중고폰 개통 후 스마트폰 개통하려면 16일이나 걸려요

주인은 "굉장히 복잡해요. 중고폰을 먼저 개통하고 스마트폰을 개통하려면 복잡하니까, 어차피 바꿀 번호 010으로 하세요." 복잡하더라도 서류를 다 작성한다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었다. 또다시 난감한 아저씨의 표정. "16일이나 걸려요. 그냥 하세요. 중고폰으로 바꾸려면 타 통신사 가입으로 인해 가입비 4만원을 내셔야 되요. 그전에는 010으로 바꾸면 가입비를 제가 대신 납부해서 면제해드렸지만, 01X 번호를 하려면 가입비를 내셔야 돼요." 주인 아저씨의 간곡(?)한 권유에도 기존 번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며칠 후, 집근처 "OO동에서 제일 싼집"이라는 B통신사에 들렀다. 01X번호가 3년 후에 변경된다는 조건으로 기존 번호를 유지해서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다했다. 그것도 통신사가 같은 경우에만 말이다. "중고폰으로 개통해서 며칠 후에 스마트폰 개통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던데요?" 아줌마라고 부르고 싶었던 것을 애써 참은 듯 "이모가 아무것도 모르고 온 모양인데, 통신사를 바꾸면 가입비도 내고, 010으로 바꿔야 돼요."

통신사를 바꿀 때, 01X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이런 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도 찾기 어려운 정보다. 이쯤에서 01X를 포기할 순 없었다. 가입비를 주고라도 기존 번호를 유지하기 위해 달인이 소개한 B통신사 대리점으로 향했다. 20여분이 흘렀을까? 주인은 B통신사 중고핸드폰이 없으면 55천원을 내야 한단다. '헐...' 진작에 말을 해줬으면, 주위에 부탁하여 가져오련만. 마음이 상하여 좀더 생각해본다며 대리점을 나왔다.

결국은 01X를 포기하고 010으로 스마트폰 개통하다.

이쯤되자 지인에게 미안하지만, 집 근처 통신사에서 하기로 했다. 기존 번호 유지 조건에, 3년 뒤에 010으로 바뀐다는 설명을 듣고 계약서의 두 줄을 작성했을까? "손님, 이 번호는 별정번호라서 가입하시려면 010으로 하셔야 돼요. 저희 회선을 이용만 하신 거지, 저희 통신사 고객이 아닙니다. 타 통신사도 알아 보셔야겠지만, 저희 통신사는 번호를 바꾸셔야 됩니다."

'내가 이렇게 돌고 돌아서 번호를 바꿀 거였나' 내 기존 번호는 15살이 아니라, 12살이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하려면 이제는 01X번호를 고수할 수 없었다. 달인이 소개한 곳으로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90여만원 되는 기기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일까? 대리점에서 많은 정보를 알고 싶었던 건 나의 욕심이었나 보다. 드디어 01X를 포기했다. 기존번호 고수에 대한 마음보다 스마트폰으로 개통하고자 돌아선 마음이 우선이었던 까닭이다.

지금 내손에는 구입한 지 5일이 갓 지난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다. 16일이 걸리더라도 01X 번호를 유지하기 위한 힘든 여정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별정 통신을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01X 번호를 유지하고 스마트폰을 개통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서 잠깐, 'A통신사에서 B통신사로 바꾸더라도 기존 번호를 고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없다?' 결론은 있다. 먼저 B통신사의 중고폰을 들고 방문한다. 가입비 4만원을 주고 중고폰으로 개통한다. 물론 01X번호는 유지한 채 말이다. 16일을 기다려 스마트폰으로 개통하면 된다. 비록 번호통합정책으로 3년 유지된다는 조건이지만 말이다.


#스마트폰#01X#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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