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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정천석 후보(3만8549표, 51.33%)에게 1999표 차로 패한 김종훈(3만6550표, 48.66%) 민주노동당 울산 동구위원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고 4·27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 지역 한 일간지가 돈을 받고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 드러났는데, 한나라당 정천석 동구청장도 연루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의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이에 다시 구청장 선거를 치르게 된 것.

 

김 위원장은 4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4·27 재선거는 정권 심판인만큼 야권 후보 단일화에 앞장설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역주행에 분노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선거 승리를 통해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작은 징검다리가 되고, 2012년 정권교체의 작은 물줄기가 되겠다"며 "금품 여론조사 사건에 따른 당선무효형으로 짓밟힌 동구 주민의 자존심을 되찾고 노동자 서민이 행복한 정치, 교육과 문화와 복지가 넘쳐나는 새로운 행정을 열어가도록 바꾸겠다"고 말했다.

 

왜 서둘러 출마선언했나

 

4·27 재선거를 4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김종훈 동구위원장은 왜 서둘러 출마를 선언했을까. 한마디로 6·2 지방선거에 맺힌 것이 많기 때문이다. 김종훈 위원장은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서영택 후보와 막판 극적 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켜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선거 기간 "김종훈 후보가 곧 수사를 받을 것", "구청장에 당선돼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고, 민주노동당과 노동계, 진보진영은 음모론을 제기했었다. 이 음모론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그가 선거에서 패한 보름 후다. 울산경찰청 보안과가 3년 전 평양 모란봉구역 국수공장 준공식에 참여한 울산지역 방북단 27명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국보법 조사는 6·2 지방선거 전 이미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고, 당시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 공동대표로 방북단에 포함된 김종훈 동구위원장이 타깃이라는 주장이 진보진영에서 제기됐다.

 

3년 전 울산지역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북한 주민을 위해 평양에 국수공장을 짓도록 지원했고, 방북은 그에 대한 북의 초청으로 이뤄진 인도적 방문이었기에 진보빈영의 반발은 거셌다. 이후 경찰의 국보법 조사는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울산 동구지역의 특성으로 볼 때 이 음모론은 큰 의미가 크다. 동구는 울산이 광역시가 되기 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속해 있는 원조 노동자의 도시였다. 1987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한 후 곧바로 대투쟁에 돌입, 노동운동 역사의 한 획을 그었고 그 여파로 진보진영에서 잇따라 구청장이 배출됐다.

 

노동계를 주축으로 한 진보진영은 1998년 민선 1기 김창현 동구청장에 이어 이영순 구청장, 2002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김창현 위원장이 소위 영남위 사건으로 구속돼 구청장직을 잃으면서 이 지역에 색깔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비슷한 무렵인 2004년, 현대중공업노조의 민주노총 제명으로 노동자 세력이 정규직과 하청으로 이분화되더니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아성을 깨고 한나라당 정천석 동구청장이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동구 인구는 18만여 명. 이중 현대중공업 정규직이 2만5137명, 사내하청노동자는 1만9800명이다. 인근 현대미포조선은 정규직 3762명, 사내하청 5600명으로 두 회사의 원·하청노동자는 모두 5만4299명에 달한다.

 

노동자 도시 동구는 시나브로 하청노동자가 급속히 늘어 절반을 차지하게 됐지만, 이들은 대규모 해고와 상대적 처우 박탈감을 하소연 하고 있다. 수주물량 감소라는 이유로 2009년말부터 몇 개월간 수천 명이 해고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은 진보구청장이 당선되면 고용안정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6·2 지방선거에서 동구가 울산 평균 투표율 55.1%보다 높은 57.8%의 최고 투표율을 보인 것도 대량 해고 등으로 불안을 느낀 하청노동자와 그 가족의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훈 동구위원장이 지난해 말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원, 하청업체 사용자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과 다름없는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4일 기자회견에서 "복지 울산으로 나가고자 했던 바람은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에 의해서 좌절되었다"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대로 정규직화 시켜달라며 눈물 어린 투쟁을 벌였지만, 말끝마다 '법대로'를 외치던 울산 집권 세력은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또한 "동구도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봉대산 도로에 무려 76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구의회 부의장이 무려 22일간이나 단식을 결행하면서 요구했던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은 단 한 푼도 증액하지 않았다"며 "대왕암 명승지정을 구청장이 앞장서서 주민 대립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임상우 대변인은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내의 많은 민주노동자들과 하청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만큼 진보진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노동자가 하나되는, 노동자도시 울산을 새로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이번 울산 동구청장 후보로는 현대중공업 인사와 조규대 전 시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주노동당 울산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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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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