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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가 지났는데도 밤은 더 길어지는 것 같고 한파는 계속되고,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과 군고구마는 고소한 깨엿과 함께 겨울밤 간식으로 제격인데요.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만두도 빠질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인아저씨는 만두를, 아주머니는 김밥을 담당하는 만두집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값도 싸고, 맛도 있으면서 메뉴도 다양한데요. 주인의 친절과 군산의 옛 풍경이 담긴 8x10 크기의 흑백사진들은 먹는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만두집 주인아저씨가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에서 금방 꺼낸 만두를 포장하고 있습니다.
 만두집 주인아저씨가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에서 금방 꺼낸 만두를 포장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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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지어진 군산 동국사 입구 사거리를 오갈 때마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만두 한 판에 1,000원'이라고 써놓은 만두집 간판이었지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몇 년 동안 1천 원을 지키고 있는데요. 만두소 재료는 무엇이며 맛은 있는지, 한 판에 몇 개인지 궁금한 게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가게 앞으로 지나다닐 때마다 빵을 먹으며 재잘대는 여고생들도 보이고, 손님들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면 장사는 그런대로 되는 모양인데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엊그제는 마음을 먹고 들렀습니다.

"만두가 너무 맛있어요. 값도 착하고···"

 상단 좌측에서 시계방향으로 고기만두, 어묵만두, 왕만두, 찐빵. 왕만두와 어묵만두는 시식하지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상단 좌측에서 시계방향으로 고기만두, 어묵만두, 왕만두, 찐빵. 왕만두와 어묵만두는 시식하지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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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고기만두, 김치만두, 왕만두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와 배추가 국내산이고 유제품 사용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판과 고기만두, 김치만두, 안흥찐빵, 감자떡은 1천 원이고 왕만두는 다섯 개 2천 원, 어묵만두는 일곱 개 2천 원이라고 적힌 메뉴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빵을 사 먹으러 온 게 아니고 구경하러 와서 죄송합니다."
"아, 그래요. 괜찮으니까 얼마든지 구경하세요."

주방에서 김밥을 말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어서 오세요"라며 친절하게 인사했습니다. 실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요. 구경하러 와서 죄송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얼마든지 구경하라고 하더군요. 아주머니 인상이 무척 좋았습니다.

 주방에서 김밥을 마는 주인아주머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주방에서 김밥을 마는 주인아주머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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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가 너무 맛있고 값도 착해서 들른다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만두가 너무 맛있고 값도 착해서 들른다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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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은 주인이 직접 말고 있었는데요. 한 줄에 1천 원씩 받으면서 시금치, 계란말이, 당근, 단무지, 게맛살까지 김밥에 필요한 양념재료는 모두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 국내산을 이용한다고 하더군요.

가게는 작았지만, 주문한 만두를 손님이 가져다 먹고, 물도 손님이 알아서 챙겨 마셔야 하는 등 모든 게 셀프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한쪽에서 30대로 보이는 부부가 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기에 말을 걸었습니다.

"아주머니랑은 한동네 사시는 모양인데 만두가 맛있나요?"
"아뇨, 저는 이 동네 살지도 않고 단골도 아니에요. 아이가 부근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옵니다. 처음엔 이 양반(남편)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값도 착하고 만두도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아이 데릴러 올 때마다 사 먹고 갑니다."

아주머니는 만두가 맛있고 값도 착하다는 말을 반복했는데요. 마주앉았던 남편은 가게에 진열된 옛날 흑백사진들을 가리키면서 "저런 사진 구경하는 재미도 좋습니다"라며 거들었습니다. 옛날사진을 보고 있으면 가게가 정겹게 느껴져 또 오고 싶어진다고 하더군요.

밖에서 듣고 있던 주인아저씨는 "하루는 사진 속에서 아이스케키를 파는 할아버지 손자가 와서 한참을 얘기하다 가기도 했다"면서 "가게가 허전해서 책을 보고 복사해서 진열해놓았는데 손님들 반응이 뜨겁다"며 놀라워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 무색하게 해 

주인아저씨는 손님에게 만두가 맛있느냐고 물어보는 제가 가난(?)하게 보였던지 맛이라도 보시라면서 김치만두를 한 판 내오더군요. 갑작스럽게 내온 거라서 사양하지 못하고 받았는데요. 얻어먹기 미안해서 고기만두 한 판을 더 주문했습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김치만두.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김치만두.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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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분홍빛깔을 띠는 김치 만두는 입에 넣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생겼는데요. 얇으면서도 입안에 찰싹 달라붙으면서 졸깃하게 느껴지는 만두피는 매콤한 맛, 고소한 맛, 담백한 맛을 내는 만두소와 함께 만두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습니다.

고기만두를 한 입 베어서 입에 넣으니까 구수한 돼지고기 냄새가 풍기는 만두소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는데요. 비지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담백한 맛이 더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지 안 들어간 만두는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만두는 한 판에 일곱 개씩 올라갔는데요. 두 사람이 와서 다섯 판을 주문해놓고 네 판만 먹고 한 판을 남겨놓고 가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나가려는 손님에게 남았다고 하면 겸연쩍어하면서 다시 앉아 먹고 간다고 하더군요. 만두가 그만큼 푸짐하게 나온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두 분이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요. 만두 한 판에 1천 원씩 받아서 남는 게 있습니까?"
"조금 남아서 그렇지 손해는 나지 않습니다. 다른 가게보다 자본금이 적게 들었고, 아내와 둘이 하면서 만두는 기계가 만들어주고, 모든 게 셀프로 이루어지니까요. 하루에 250-350판 정도 파니까, 재료비 제하면 두 사람 인건비는 나옵니다. 앉은 자리에서 네 판씩 먹어치우는 '만두광'도 계시거든요."

주인아저씨(42세)는 요즘엔 작은 식당을 개업하려고 해도 1억 정도는 드는데, 3년 전 후배가 가게를 싸게 세를 내주는 바람에 적은 돈으로 만두집을 개업할 수 있었고, 영업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면서 고마워했습니다.

아내가 해보자고 권해서 분식을 겸한 만두집을 개업하게 되었다는 주인아저씨는 김밥을 담당하는 아내(41세)와는 한 살 차이로 공동대표라고 하더군요. 잠시지만, 친구처럼 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요. 작은 일도 상의해서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만두를 다 먹고도 한참을 노닥거리다 아주머니 네 분이 들어와 김밥 네 줄과 만두 네 판, 어묵 하나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요. 만두소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여운으로 남기에 만두 두 판을 사 가지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치만두, #고기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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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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