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무상급식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논란이 되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서 무상급식의 본질적 문제를 빈자와 부자의 대결구도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쪽에서 급식과정에서 눈칫밥을 먹는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의 낙인감을 언급하며 이런 구도가 더 강화되는 듯 보입니다. 사실 우리가 정말 선진사회의 대열에 들어섰다면, 무상급식을 굳이 부자와 빈자의 대결구도로 볼 필요가 있을까요?

 

심지어 전면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몇몇 사람들은 아이들이 느끼는 낙인감을 두고 가난을 왜 숨기냐,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합니다. 사실 이런 주장이 좀 어이없는 것은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전면무상급식을 하지 말아야하는지 입니다. 어쨌든 전면무상급식 논쟁이 빈부의 격차라는 이슈를 둘러싸고 감정적이고 동정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어느 차원에서 보나 바람직하진 않은 듯 합니다. 실제 전면무상급식에 빈자와 부자의 구도를 자꾸 부각시키는 것은 사회적 차원에서 아이들의 먹거리를 두고 계층간의 위화감만 조장하는 일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전면무상급식을 어떻게 정당화하면 좋을까요?  저는 이제 무상급식이 왜 필요한 지에 대한 정당화를 빈부의 격차논란을 떠나서 해 보겠습니다.

 

첫째, 전면무상급식을 교과서와 같은 교육기본재로 생각해보자

 

현재 우리 사회에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의무교육입니다. 이런 의무교육 아래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교육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과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입니다. 사실 의무교육 체제 아래서 학습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교과서 배포를 무료로 하자고 한다면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책 없이 공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도 의무교육과정인 중학교까지 교과서가 무료로 배포되고 있습니다.

 

저는 전면무상급식을 교과서처럼 교육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기본재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교과서와 더불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영양소를 골고루 공급함으로써 학생들이 균등하게 좋은 환경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하나의 기본적인 조건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지요. 이렇게 무상급식을 바라보면 부자와 빈자의 대결구도로 볼 필요가 없는 하나의 필요한 교육의 기본조건일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의회에서 의원들에게 기본 활동비를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지불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의원들의 기본활동비에는 분명히 밥값과 비슷하게 쓰이는 돈들이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의회에서 의원들의 기본활동비처럼 전면무상급식을 의무교육 아래 "교육기본재"로 보면 굳이 이것을 빈부의 대결구도로 볼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주 단순히 말한다면, 의원님들도 식사하시면서 활동하는 데 학생들도 밥먹고 공부하는 걸로 보자는 거지요.

 

둘째, 전면무상급식을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생각해보자

 

제가 두번째로 제안하는 방법은 전면무상급식을 부모들의 가사노동을 줄여주는 방법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점점 부부들의 맞벌이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많은 주부들이 아침에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지요.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이 자녀들의 점심 도시락 걱정에서 그 부담을 해소시켜주어, 부모들이 걱정없이 직장활동을 할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차원에서도 좋은 일일 것입니다. 단지 도시락싸는 부담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건강한 식단을 보장함으로써 여름철에 음식이 상하기 쉬운 시기에도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학교에 맡길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이건 부자와 빈자로 갈라져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지요?

 

세째, 전면무상급식을 지역 영세기업에 경제적 기회와 공동체적 책임을 불어넣는 일로 생각해보자

 

제가 세번째로 제안하는 방식은 전면무상급식을 지역영세기업 등에 경제적 기회를 주는 것으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논리를 듣다보면 무상급식이 마치 아이들이 뱃속으로 돈을 꿀꺽 삼키는 일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식탁에 가기까지 재료마련 및 음식조리와 같은 과정 속에서 여러 기업과 사람들이 이 활동을 통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수익을 얻습니다. 그런데 이런 중간 과정은 다 생략되고 서울시가 돈을 주고 아이들이 돈을 삼키는 게 전면무상급식인양 취급 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자금이 나간다는 차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자금이 지역경제에 쓰여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돈이 될 수도 있다고 보자는 것입니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지역의 작은 업체들에 건강식단을 책임지게 함으로써 지역 사회 내 경제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 내에서 책임있는 기업이 되게 함으로써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역할까지 한다고 보자는 것이지요. 물론 지역 및 중앙 관계기관의 엄격한 관리도 따라야 겠지요. 이렇듯 지역공동체와 연결된 지역기업이 책임감 있는 활동을 통해 건강식단을 제공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의 기본적 건강을 보장하여 장기적 차원에서 의료비를 줄이는 동시에 전체 시민들의 기본적인 건강을 향상시키는 일괄적인 기본수단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네째, 모든 학생들에게 출발선상의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라 생각해보자 

 

전면무상급식을 빈자와 부자의 구도로 나누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 선진국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많은 선진국에서 전면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 이슈는 서울시 전면무상급식이니 국가 전체가 무상급식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적절한 비교 대상인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서울시가 전면무상급식을 한다 해도 전체 인구의 채 사분의 일도 되지 않을테니까요. 그걸 전체 국가와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 비교를 한다면, 시행하는 국가의 국민소득과 우리의 국민소득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서울시의 1인당 시민소득이나 서울시의 총생산 같은 것을 다시 설정한 다음 시행하고 있는 국가와 비교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부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이 대한민국 전체를 두고 보았을 때보다 1인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을 가능성이 상당할테지만, 저한테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니 그렇다고 주장하진 않겠습니다.  

 

사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이런 방법론적 오류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선진국이 시행하지 않는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몇 선진국이 시행하는 데도 당연히 이유는 존재할 것입니다. 단순히 그걸 세율이나 소득차원으로 환원하는 것은 교육이란 복잡한 맥락 및 여러 사회환경과 문화적 차이, 각 국가마다 존재하는 교육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너무 단순화시켜 보는 것입니다. 전면무상급식을 반대를 하든 찬성을 하든 사실상 이런 차원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중요할 것입니다. 찬성을 하는 쪽에선 실패를 줄이기 위해, 반대를 하는 쪽에선 주요일간지에 비싼 광고를 해대는 이데올로기적 조작 방법 대신 그 타당성을 이성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저는 몇몇 선진국만이 시행하는 전면무상급식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원에서 정당화하고 싶습니다. 사실상 우리 사회에선 전통적으로 교육이 사회적 신분 이동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리고 전통적 유교사회의 영향 아래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신분의 이동은 교육을 갈망하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빠듯한 많은 가정에서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을 감수하는 것에 이런 이유가 있음을 사실상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주고 자신의 자녀들이 부모보다 낫기를, 자녀들의 친구만큼은 살아주길, 나아가 사회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것이 우리 부모네들 마음입니다. 우리 사회의 급격한 발전을 두고 높은 이런 신분이동의 갈망에서 나온 높은 교육 수준이 엄청난 역할을 했음을 아무도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가 바람직한 것이냐를 따진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교육이 우리 사회 시민들 사이에서 사회 내에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공공재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좀더 적극적으로, 이런 사회기본공공재인 의무교육 차원에서 실시하는 전면무상급식을 모든 학생들이 삶을 공정하게 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해봅니다.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를 아무런 구별없이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교육이 모든 이들에게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을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공정한 체계임을 느끼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래도 선진국이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리신다면, 몇몇 선진국만이 하는 일을 우리가 먼저 나서서 주도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언제까지 남의 뒤꽁무니나 쫓는 후발선진국으로만 남고 싶다면 언제나 남이 하는 일만 따라하면 좋을 것입니다. 실제 전면무상급식을 하는 나라가 전무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 아예 무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니 모험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정책 엘리트들이 굳이 선진국의 사례가 많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체계는 잘 기획해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 그분들이 그럴 자신이 없는 걸까요? 

 

부자급식과 빈자급식을 넘어 교육의 공정한 조건 만들기로

 

오세훈 시장은 줄곧 전면무상급식을 부자급식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하위 빈곤층 30%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졸지에 대한민국의 70%가 부자인 사회가 되어버립니다. 진심으로 오세훈 시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상위 10%가 부를 독점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가는 사회에서 서울시민의 60%가 의도하지 않게 은근슬쩍 부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주장하는 전면급식이 부자급식이라면, 상위 10-20%만 빼고는 모두 주어야 할텐데, 적게는 40%, 많게는 60%에 해당하는 절반 이상의 시민들이 졸지에 부자가 되어 혜택의 대상에서 사라져버립니다. 결국 전면무상급식이 부자급식이란 말을 그 자체가 말의 부조리를 품고 있는 모순된 정치적 선동구호입니다.

 

그냥 이런 말을 받아주기보다는 무상급식이 왜 교육에 필요한지를 교육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그 필요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 말이 빈곤 가정의 아이들의 낙인감을 걱정하시는 교육적인 "보호의 정서"를 내세우시는 분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 정치꾼에게 말려들지 말고, 오히려 정치적 차원에서 무상급식이 사회전체를 강화한다는 논리와 정당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결국에는 더 효과적으로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 낙인감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정당화야말로 단순히 우리의 아이들이 빈곤 가정의 아이들이나 부자 가정의 아이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의 구성원으로써 한사람 한사람 차별없이 육체적인 건강을 보장받으며 공정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차별없이 누구에게나 교육을 받아야 할 의무를 준 이상, 우리의 미래세대는 차별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면무상급식을 교과서와 함께하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의 공정한 조건으로 보았으면 합니다. 

 

전면무상급식을 교육과 사회체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보자

 

저는 지금까지 전면무상급식을 부자와 빈자의 대결 구도에서 생각하지 말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전면무상급식을 의무교육 하에서 무료로 배포되어야 당연할 교과서와 같이 교육 기본재로 생각해보자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맞벌이 부부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수단으로 생각해보자고, 지역의 작은 기업들에게 경제적 기회와 지역공동체를 위한 책임을 부여하는 일로 생각해보자고, 나아가 좀 더 적극적으로 교육이 신분이동의 중요한 수단인 우리 사회에서 출발선상의 평등함을 보장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해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만약 이렇게 본다면 급식이 부자에겐 필요없는, 일방적으로 가난한 이들의 빈곤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만 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교육체계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체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태그:#전면무상급식, #부자급식 , #오세훈 , #교과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