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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문화적 관점을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지금은 문명 속 '야만의 시대'다.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국격(國格)'이라는 신조어를 입에 담을 정도로 외양은 화려하고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것은 위장이요 기만술일 뿐이다. 탐욕과 뻔뻔함, 무식함과 음흉함, 착각과 혼돈은 저 자신의 끝을 모른다.

 

4대강 파괴공사는 여러 가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야만의 시대임을 표징하고, 물신주의의 횡포가 얼마큼 극악할 수 있는지, 그것의 결정적 사례임을 예시하기도 한다. 무모함과 분별없음, 내일을 생각지 못하는 협소한 시야가 고스란히 투영된다.

 

가차 없이 난도질하고 시멘트로 강의 모든 숨구멍들을 틀어막는 4대강 파괴공사는 민주주의도 파괴한다. 그동안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는 굴착기의 삽날에 마구 찍히는 신세가 됐다. 생명과 평화의 지고한 가치들은 탱크와도 같은 굴착기로 여지없이 도륙을 당하는 상황이다.

 

연일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들이 신음을 토하고 비명을 지른다. 내일의 대재앙을 장만하기 위해 참살을 당한다. 도륙당하고 참살당하는 강들의 저 끔찍한 형체를 보라. 이 지구상의 수많은 강들 중에서 유독 한반도의 남한 땅에서 연일 벌어지는 참상은 한마디로 물신의 광란이다. 토건파시즘의 광기이며, 야만성의 적나라한 실체다.

 

일찍이 4대강 파괴공사를 일러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덤 만들기'라고 갈파했다. '무덤'은 무엇인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반생명적인 것을 뜻하는 이름이다. 일차로는 강의 죽음을 의미하지만, 강을 도륙한 자들의 죽음도 의미한다. 고로 저들은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신주의에 젖어 살아온 저들은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모른다. 강이 장구한 세월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구불구불 흐르고 무수한 여울들을 거느리며 존재하는지, 조물주의 어떤 메시지를 안고 흐르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저들이 알고 신봉하는 것은 오로지 물신뿐이다. 물신은 다만 허깨비임도 알지 못하고, 애써 알려줘도 듣지 못한다. 그런 무지에서 오만과 탐욕이 똬리를 틀었고, 거기에서 한 시절의 불행과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한 시절의 불행과 비극은 한 시절의 불행과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은 '바벨탑'의 성격을 지닌다. 옛날 중국의 수나라 양제가 운하를 파다가 나라 망한 사실도 상기하게 만든다. 유형무형의 대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국민혈세가 퍼부어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비용은 또 얼마나 소요될 것인가. 정확한 수치를 계량할 수조차 없다.

 

천문학적 국가 재원을 퍼붓고, 그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무시하면서 마구 국토를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불가해한 혼돈과 만행, 그것의 적나라한 실체들은 이명박 정권 이후로도 우리 사회에 가장 큰 갈등 요소로 존재할 것이며, 오랜 세월 온 나라에 큰 병고(病苦)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

 

고로, 그 재앙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막으려면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겨레의 역사와 삶의 젖줄기인 강, 문학의 고향이고 음악의 원천이며 미술의 원형인 강, 우리의 금수강산은 결코 5년 대통령 이명박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 장구한 세월 속에서 삶을 이어온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아 오늘의 우리가 다 함께 누리고 사랑하다가 자손만대에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우리 민족의 얼이 어려 있는 자연 유산인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천명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덤 만들기, 토건파시즘의 광란'일 뿐이다. 대통령 임기가 700여 일 남은 이명박은 '죽음의 행진'을 오늘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도 살고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근 발간된 <충남소설가협회>의 열여덟 번째 작품집 <소설충청> 머리글 '혼돈과 야만의 시대, 문학의 이정표를 묻는다' 중의 일부입니다. 4대강 파괴 문제가 너무도 가슴 아프기에 4대강 관련 부분을 떼어 <오마이뉴스> 지면에 올립니다.  


태그:#4대강 사업, #야만의 시대, #토건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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