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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의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전후하여 임직식이 열리고 있다. 각 교회의 임직식은 출석 교인의 일정 비율에 따라 적게는 수 명에서 수십 명까지 이른바 '항존직'이라고 불리는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등을 세우는 행사.

교단과 교회의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출석 교인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률로 선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산 편성뿐만 아니라 교회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원로급인 장로는 물론 안수집사·권사로 임직되면 매년 임명을 받아야 하는 (서리)집사와는 격이 다른 명예로운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다.

한 교회의 임직식 순서지
 한 교회의 임직식 순서지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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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임직헌금은 공공연한 비밀?

보통 2~3년에 한 번씩 있는 교회 최대의 행사인 임직식은 보통 1시간 내외로 진행된다(설교-예배-서약-안수기도-취임기도-축사-권면-격려-취임인사-선물증정 등). 마치 대학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처럼 교회 곳곳은 축하화환으로 가득차고 교단의 노회장은 물론 인근 교회의 원로목사들의 기도와 축하가 이어진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은 마치 군대에서 계급이 올라가듯 이 영예로운(?) 임직의 무대가 꼭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는 데서 비롯된다. 일부 대형교회의 경우 실제로 적잖은 임직헌금을 내고, 거기에 더하여 사례비 다과비 등 행사비용까지 부담하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임직식과 관련된 일들이 물질적인 부분에 대한 책임까지 따른다는 것은 교회에 다닌다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어두운 현실이다.

일부 교회는 임직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실천에 옮기고 있지만, 아직 상당수 교회가 여전히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헌금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임직자들에게 비용이나 헌금을 요구하는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겠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 기독교카페의 신앙상담실에 올라온 상담글
 한 기독교카페의 신앙상담실에 올라온 상담글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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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처럼 생각한 임직헌금... 막상 당사자 되니 '교회 옮길까?'

[사례1] 부끄러운 교회 현실이지만 대충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요. (중략) 얼마 전에 임직을 위해 투표를 했었는데요. 전 그 때 출석을 안 했습니다. (의도적인 게 있었죠) 그런데, (제가) 장립집사로 선출됐다는 겁니다. 그 전에도 임직에 대해 몇 차례 투표가 있어서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투표 대상이 교회 출석과 십일조에 근거한다고 들었네요.

이 말은 (제가) 이때까지 열심히 출석과 십일조를 했다는 얘깁니다. 이전까진 당사자가 '내'가 아니라서 그냥 넘겼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고 보니 여러 가지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걸립니다. 당장 앞으로 몇 주 뒤면 임직한다고 - 명목은 임직 비용이라고 하면서 - 얼마의 돈인지 헌금인지를 공개적으로 - 임직자들을 모아 두고 - 얘기했다는군요.

(이 때도 참석 안 해서) 장로 임직 때는 에어컨을 했네, 대출 건축 비용 얼마를 했네 하는 얘기가 술렁이더니만 이젠 제 차례가 됐다고 생각하니 분위기상 얼마내고 임직해야 될 판입니다. (물론, 맘으로야 '안 할 거야'라고 결심하고는 있지만….)

어릴 때부터 지내온 곳이라 예의없이 굴기도 그렇고 마냥 덮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기에도 맘에 걸리고, 돈도 없고... 어떤 이는 눈에 띄지도 않는 사람이 투표에서 된 것 보면 하나님의 뜻이 분명 있다며 교회 옮기는 것을 극구 말리더라고요. (교회 옮기는 걸 심각하게 생각해 봤다는 얘깁니다. 하다 말았지만….) (중략)

저와 같은 형편이라면 어떻게 결단하고 행동하실 것 같나요?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기다려라'하는 그런 비이성적인 답변은 참아주세요.  

- 2010.10.18 한 기독교카페의 신앙상담실에 올라온 상담글 중에서

명예권사 임직에 할당된 헌금... 가족에게 병원비 핑계로 받아 내

[사례2] 남편과 사별한 후 자영업을 하는 아들과 함께 사는 A씨(73). 전 교인이 약 50여 명인 지방의 한 교회에 20여 년째 나가고 있는 A씨는 2년 전  담임목사로 부터 명예권사직을 권유받았다. 

교회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봉사는 교인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었고, 결국 담임목사의 추대로 명예권사가 될 수 있었다. 이미 권사직을 수행할 나이가 넘어 항존직이 아닌 명예직이라지만 봉사에 대한 귀중한 보상이라 생각하니 뿌듯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녀는 또 다시 좌불안석이 되고 말았다.

A씨는 임직식을 앞두고 교회로부터 3백만의 특별헌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던 것. 권사 임직시 통상 교회에 감사헌금을 내야한다는 교회의 오랜 전통 때문이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들의 눈치를 보며 교회에 출석하는 처지에 이처럼 큰 목돈을 마련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교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명예권사직을 포기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아들 몰래 그 많은 돈을 마련하자니 앞이 막막할 뿐이었다. 결국 병원에 다닌다며 아들에게 둘러댄 후 돈을 마련하여 다른 임직자들과 함께 울며 겨자먹기로 내고 말았다.

위 사례는 가공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당사자가 당신의 부모라고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은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우선 교회부터 그만 다니라고 하지 않을까? 이미 수백만 원을 넘어서고 자발성이 사라진 임직 헌금은 신앙적으로도 어긋날 뿐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임직식경비도 수천만원... 임직자들 자체에서 스스로 갹출하기도

만약 임직 헌금의 관행이 뿌리박혀 있는 교회라면 돈 없는 교인은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직분을 맡기가 어려운 셈이다. 또, 일부 교인들이 이 같은 관행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의견을 표출하기가 쉬운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다. 많게는 수십 명이 동시에 피택을 받는 여건에서는 혼자 힘으로 항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군인 교회는 20여명의 임직식에서, 참석자들의 기념품을 생략했지만 임직식 행사예산에만 1천8백여만 원의 경비를 지출했다. (2008년자료, 교회카페 공지 중에서)
 한 군인 교회는 20여명의 임직식에서, 참석자들의 기념품을 생략했지만 임직식 행사예산에만 1천8백여만 원의 경비를 지출했다. (2008년자료, 교회카페 공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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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군부대 내에 있는 한 군인 교회는 20여 명이 임직을 받은 2년 전, 참석자들의 기념품을 생략했지만 임직식 행사 예산에만 1천8백여만 원의 경비를 지출했다.

또, 교인이 1천여 명이 조금 넘는 지방의 한 교회는 지난해 30여 명의 임직식에 2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경비를 살펴보니 참석자 기념품과 임직자 기념품구입에 전체비용의 절반 정도인 1천여만 원을 지출했다. 이밖에 의전비 3백여만 원, 홍보비 1백여만 원, 예복비용으로 2백여만 원이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두 교회 모두 교인이 1천여 명이 넘는 중소형교회로 그나마 교회 자체경비로 행사비용을 충당했지만, 임직자 수가 많거나 교인수가 적은 지방의 소규모 교회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임직자들에게 요구하는 배당금액. 설령 교회에서 일정액을 배당하지 않더라도 임직자들 모임 내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행사비용을 포함하여 OO원 정도에서 걷어야 하지 않겠나"하며 자발적인 감사의 표현이 아닌 개개인의 형편을 뛰어넘는 강요된 금액을 책정하는데 그 문제가 있다. 

16세기의 타락한 교회에서 면죄부를 사고 팔았다면, 오늘의 한국 교회는 직분자를 세우고 돈을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선거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경우는 물론 선거를 거치더라도 담임목사가 '순종형'(?) 교인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는 편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교회 측의 "임직자의 자발적인 헌금"이라는 항변에도 "돈을 주고 직책을 사는 관행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교회 회계의 특성상 정확한 집계는 힘들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교회에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의 헌금을 할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행을 예로 들어 이번에도 전통대로 그렇게 하기를 당회에서 결정하여 대표 되는 자에게 시달 하는 방법이 가장 많다. 임직식 경비를 분할하는 명목일 때는 그나마 액수가 많지 않지만 교회의 필요한 비품을 구입한다는 이유가 곁들여지면 액수는 걷잡을 수 없다.

교회 직분이 어느새 교회내 서열화된 신분으로 인식

또 하나의 문제는 직분이 어느새 교회 내의 공공연한 '신분제도'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집사에서 안수집사·권사, 장로, 목사로 서열화된 문화가 교회에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이 때문에 많은 돈을 감수하며 직분을 받으려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교회의 직분을 봉사하고 섬기는 것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풍토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명함 아랫부분에 'OO교회 장로'라고 표기하여 과시하는 경우까지 있다.

한 교회의 임직식 공지글에 달린 교인의 댓글
 한 교회의 임직식 공지글에 달린 교인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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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회에서든 누구라도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선배 교인을 리더로 세워 모범적으로 교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등 직분자를 세우는 것은 교회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임직식은 교회를 세우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마땅히 축제여야 한다. '성경적'인 교회를 위해 무엇이 바른 임직관행인지, 어떤 전통을 지키고 어떤 전통을 버릴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런 교회 임직식을 기대해 본다.

- 언제부터 한국교회에 안수집사와 권사제가 도입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는 일반 교인들보다 한 단계 높은 계급을 뜻함은 결코 아니리라. 당신은 현재 몸 담고 있는 교회에서의 체면을 중시하는가? 직분은 '감투'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교회에서 헌금이라는 명목 하에 일정액을 내라 하면 과감하게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 임직식을 모든 교인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돈 문제로 한숨 짓는 일이 생긴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교회의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관행을 따를 것인가?  하나님을 따를 것인가? 사람을 먼저 생각할것인가? 임직식에 필요한 모든 재정은 전액 교회 경상비로 지출해야 한다. 돈이 부족하다면 전 교인이 1~2천원씩만 모아도 충분하다. 당연히 임직자들이 헌금이나 물품을 기부하는 것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 피택후 임직까지 어느 정도의 자격과 절차를 거친다. 피택 후 일정 기간동안 기본 연수교육을 하게 되는데, 교리학습도 중요하겠지만 천편일률적인 내용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도덕성이나 윤리교육에도 할애해야 한다. 또, 일정 시간의 사회봉사도 이수한 자격이 있어야만 임직이 가능하게 한다. 특히, 교회를 다니지 않는 직장동료나 친구들로부터 일정 수 이상의 추천서를 받는다.

-  손님 초청을 최소화 해야 한다. 임직식은 어디까지나 교회내의 행사이다. 순서를 맡은 외부 목회자는 지역교단을 대표하는 목사 1~2명이면 충분하다. 손님이 많으면 그만큼 사례비 지출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행사에 참여하는 사회자, 기도자, 설교자, 권면자, 축도자도 모두 교회 구성원으로도 가능하다. 고급 재질의 초청장이나 순서지도 아예 생략한다. 또, 따로 일정을 잡아 별도의 행사를 갖지 않고 오후예배시에 치르면 어떨까?

- 임직자들을 위한 축하금과 선물 접수대도 필요 없다. 화환이나 꽃다발도 가져오지 말라고 미리 공지한다.(행사축하 화환 대신 쌀로 받아 어려운 이웃돕기에 재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임직식이 끝난 후 회식도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

- 관행적인 임직패 등 기념품도 만들지 않으며 기도, 설교, 축사, 권면 등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인 순서가 아닌 꼭 필요한 순서만 넣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직자들이 교회에 기금이나 물품을 기부하는 순서를 넣지 않아야 한다. 교회가 임직자들에게 주는 선물은 성경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과연 어떤 방법이 옳은 것일까? 하나님께 드린다고 드렸던 헌금이 진짜 하나님께 드려진 것일까? 교회가 언제부터인가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믿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받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음이다. 이럴 때일수록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고쳐 실천해 나가라는 긍정적인 경고 메시지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교회 장로중에 청소부, 경비원, 노동자, 무직자 등을 본 적이 있는가? 서글픈 현실이다. "임직식 당일에 축하금과 화환은 받지 않습니다" 어느 교계 신문에 실린 임직식 광고문구가 오늘따라 신선해 보인다.


태그:#임직, #임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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