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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꺼번에 쓴 글이 아니고 매일매일 일기처럼 쓴 글이라서 '오늘'같은 표현이 등장하나, 이해해 주기 바란다.

감식 사흘

감식이란 단식을 하면 음식물이 안 들어가서 위가 놀라게 되므로, 서서히 식사량을 줄여나가서 위에게 단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하고 있는 3일 단식의 경우, 첫날에는 평소 식사량의 3/3~2/3, 둘째 날에는 2/3~1/3, 셋째 날에는 1/3~0까지 서서히 음식을 줄여 나간다.

어머니가 단식 21일 식사량 그래프를 그리시는 걸 보며 나도 각 시기마다의 음식량을 표시했다. 감식기간 3일과 단식 3일, 그리고 보식(복식, 회복식) 3일에 대한 그래프이다.

감식 첫날(몸무게: 62.5kg).

솔직히 나는 오늘(감식 첫날)까지만 하더라도 단식을 해볼까 말까하고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막상 하려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나는 식욕이 왕성한데, 어떻게 그 식욕을 극복하고 먹을 걸 참으며, 버틸 수 있을지 너무나 막막했다. 그런데 얼렁뚱땅 단식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할 수 있을 거야, 마음을 먹었으면 끝까지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감식을 시작한다. 몸은 그저 그런, 평범한 상태를 유지했다.
 
감식 둘째 날(몸무게: 62kg).

오늘(감식 둘째 날)은 어머니가 어떤 형아와 아버지를 만나서 상담을 해 주기로 한 날이라 나도 따라갔다. 그런데 거기서 음식을 고기로 시켰던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한다고 해도 어떻게든 참으면서 조금씩 먹었지만 그래도 거의 평소 양의 70% 가까이 먹었다. 단식 전에 감식을 제대로 안 하면 단식 때 무지무지 고생한다고 엄마한테 들었는데, 진짜 걱정이었다. 뭐 그래도 먹어 버렸으니 어쩔 수는 없고, 또 어머니가 채식주의자라 우리 집 식단에 고기는 흔치 않으니까 후회하지는 않는다.

감식 셋째 날(몸무게: 61.5kg).

감식을 한지 셋째 날이 됐다. 오늘은 단식이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힘들었다. 먹고 싶은데 참아야하고, 막 힘은 없고……. 저녁에는 어머니께서 다시 한 번 단식이 왜 좋고, 단식은 어떤 취지로 하는지 알려주셨다.

"단식은 몸의 독소를 빼고, 몸을 건강하게, 가볍게 해주고, 나쁜 습관들을 고쳐준다……."
"단식은 모든 동물들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치료를 위한 하늘이 준 최후의 수단이다……."

그다음 저녁에 내가 꼭 먹고 싶었던 구충제와, 전설(?)로만 들었던 마그밀을 복용했다. 너무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단식 중에 지켜야할 것들에 대한 주의사항을 들었다. 평소처럼 생활을 하면 되고, 중요한 일은 미리 처리를 하라고 하셨다. 특히 우리는 아침마다 식구들이 수행을 하는데, 게으르지 말라셨으며 많이 걸으라 했고, 좋은 음악을 듣고 골라놓은 책을 같이 보자고 하셨다.

못 먹는 시간이 좀 겁나고(나는 먹는 게 정말 좋다), 맛있는 된장을 못 먹어 아쉽지만, 음식물이 끊기면 새로운 독소가 들어오지도 않으니 병이 날 염려도 없고, 우리가 공기가 좋은 곳에 사니까 몸이 아주 좋아질 것 같다. 그런데 몸이 좋아진다는 게 살만 더 찌면 어쩌지? 단식 때 몸이 어떨지, 정말 기대된다.


#단식#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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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서 일하는 일차의료, 응급의료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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