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같은 마을에 이런 음식점이 있다는 것도 하나의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천 할매참옻집' 이야기입니다. 이 음식점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먼저 옻닭(또는 옻오리)이 맛이 있습니다. 누구나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옻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억지로 따라 나선 사람도 한 번 먹고 나면 스스로 오게 되니 이상한 일이지요?

 

두 번째는 음식의 양과 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가족 단위 그리고 손님이 왔을 때 한 번 찾는 사람은 쉽게 단골이 된다고 합니다. 옻닭은 한 마리 2만 5천 원, 그리고 옻오리는 3만 원이지만 공히 서너 사람의 요기를 채워줄 정도이니 비싼 편이 아닙니다. 세 번째, 사장님 안광순 할머니를 비롯해 종사하는 분들이 아주 정성껏 손님을 대하는 것이 매력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는 적당하게 친절한 가운데, 늘 만나는 이웃 사람을 대하는 것 같아 친근합니다. 변함이 없이 꾸준한 친절이 돋보이는 음식점 종사자들입니다.

 

제가 '김천 할매옻닭집'의 홍보를 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오늘 '덕천성결교회 이야기'에 '할매참옻집'에 대해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10월 13일)은 저희 교회 노년부 수요 낮 예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80, 90대의 할머니 집사님· 권사님들의 건강한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듯해 안타까움을 갖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대는 변절기의 쌀쌀한 바람이 노인분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듭니다. 대장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근 한 달 예배에 빠진 백태연 집사님이 오늘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다. 전순남 집사님과 박말분 권사님도 아픈 데는 없는데 영 힘이 나지 않는다며 자꾸 자지러듭니다. 이분들에게 힘을 솟게 하는 방법이 하나님의 말씀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교회 사택이 아닌, 가끔 외식을 할 때 즐겨 먹는 메뉴가 칼국수와 보리밥 자장면 등입니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노인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어서 종종 이용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색다른 메뉴를 생각했습니다. 기운 없어 자꾸 몸이 가라앉는다는 할머니들에게 보양식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아내도 쉽게 동의를 해왔습니다. 옻오리는 푹 삶아 할머니들 드시기 좋게 만들고 함께 나오는 죽은 노인분들이 소화해내기에 부담이 없어 생각을 이끌었습니다.

 

옻오리 음식은 조리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늦어도 한 시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합니다. 아내가 전화를 했습니다. 옻오리 두 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옻오리가 오늘 외식 메뉴라고 하자 할머니들의 반응이 의외로 시큰둥했습니다. 그 중에서 박말분 권사님은 옻오리를 한 번도 안 먹어 봤다며 거리감을 두었습니다. 맨밥도 있으니 걱정 마시라며 우리는 교회에서 5백 m 쯤 떨어져 있는 '김천 할매참옻집'으로  향했습니다.

 

방에 가지런히 예약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두 상 위에 옻오리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양이 평상시보다 많은 것 같이 보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반찬도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식사 기도를 하려는데 아내가 얼굴을 붉히며 저에게 말을 전했습니다.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을 하면서, 함께 한 할머니 집사님들에게도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오늘 목사님이 할머니 집사님들에게 보양식으로 한 턱 쏘실 예정이었어요. 할머니들 건강도 좋지 않으신 것 같구 해서 외식을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점심은 음식점 안광순 사장님이 내시는 거예요. 평소 교회에서 할머니들을 잘 섬긴다는 소식을 듣고 언제 한 번 대접할 생각을 갖고 있다가 오늘 할머니들이 오신 김에 대신 대접하기로 하신 것입니다. 맛있게 드시면 좋겠어요."

 

저는 안광순 사장님의 아름다운 마음과 음식점의 발전을 위해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 자녀들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늘 함께 해 주십사고 기도했습니다. '김천 할매참옻집'은 지금 가족들이 서로 도우며 오순도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현이 엄마가 계속 홀을 책임져왔고 가현이 아빠는 직장이 끝난 이후 도울 일이 있으면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10년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가현이 이모와 이모부도 바쁠 때는 도움의 대열에 합류합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제가 가현이를 중심으로 가족을 서술했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현이는 동생 예원이와 함께 저희 교회 주일학교 학생이거든요. 

 

가현이 이모와 이모부는 미국 있을 때부터 저와 주님 안에서 교제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희 교회 카페에 들려 게시된 글을 읽음으로 교회와 마을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의 목회 방향에 마음이 끌려 귀국하면 덕천교회에서 신앙생활하고 싶다고 전해 왔습니다.

 

미국에서 두 번이나 귀한 차(茶)를 국제 소포로 보내와 저희들이 손님 접대에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친정 아버지를 구원시킨 것도 가현이 이모 내외입니다. 아버지께 가장 큰 선물을 안겨드렸다며 칭찬해주었습니다. 아버지 여운화 성도님은 두 달 전에 소천하셨는데, 장례도 제가 집례해서 기독교식으로 치렀습니다. 아마 안광순 사장님이 한 턱 내신 것은 이런 일 뒤의 감사함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할매참옻집' 전 식구가 신앙생활 시작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습니다. 그것도 멀리 있는 큰 교회로 나아가는 것보다 같은 마을에 있는 작은 저희 교회에서 함께 주님을 섬기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매머드화해 가는 현실에 교회도 동승하고 있어 마음이 씁쓸합니다. 큰 것은 좋고 편리함으로 통하는 시대입니다. 큰 것은 더 크게 되고 작은 것은 고사하게 되는 현실이 마음 아픕니다.

 

'부익부 빈익빈'은 자본주의의 특징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제도가 아닙니다. 적어도 믿는 우리는 이러한 경박한 흐름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판단이 혼돈될 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과연 지금 이 시대 믿음 생활을 하는 우리가 참된 섬김의 도를 보이기 위해서 어떤 교회를 선택할 것인가를요. 큰 교회에는 일꾼이 차고 넘치는 반면, 작은 교회에는 사람이 없어 한산합니다. 지금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다름 아닌 작은 교회입니다.

 

'김천 할매참옻집' 안광순 사장님의 아름다움 선행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 결론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것, 사랑은 행동으로 옮길 때 빛을 발한다는 것, 우리의 기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받은 사랑은 배로 부풀려 이웃에 돌려주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

 

작은 교회에 계시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더 애타게 기다리신다는 것. 이런 것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자세입니다. 선을 베푼 '김천 할매참옻집'에 감사를 드립니다. 음식점이 더욱 번창하고 식구들이 모두 주님의 신실한 백성들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습니다.


#김천 할매참옻집#안광순 사장#노년부 예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