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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민속예술단 초청 공연이 지난 8일(금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군산 은파관광지 물빛다리 광장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특별 초청된 중국 서커스단 묘기도 선보였던 이날 행사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군산시협의회(회장 두병창)가 주관했다.

 

국민 한마음 잇기와 남북 평화통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무대에서는 평소 만나보기 어려웠던 북한의 무용과 노래 등 민속공연이 큰 박수를 받았고, 중국 서커스단의 아슬아슬한 묘기는 객석의 시민들 가슴을 조이게 했다.

 

작년 11월 영화배우 김성태(38)씨와 결혼하고, 지난 6월에 득남한 탤런트 겸 가수 김혜영(35)씨가 특별출연해서 남편 고향이 군산이고, 시부모가 지금 소룡동에서 살고 계신다며 자신도 곧 명예시민증이 나오고 그렇게 되면 군산댁이 된다며 인사했다.

 

김혜영씨는 "영광된 자리에 초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자신이 직접 작사한 노래를 불렀다. 앙코르가 나왔지만, '스타킹=살양말', '다이어트=살빼기' 등 표현 방법이 다른 남북의 언어를 문제로 내놓고 퀴즈게임을 벌이며 뛰어난 재치와 유머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 김혜영씨가 오는 15일 밤 11시 5분 SBS에서 방영하는 <자기야>에 부부가 첫 출연 한다며 앞으로 방송에 출연하면 군산시를 많이 홍보할 것이니까 주무시지 말고 꼭 봐주시라고 부탁하자 객석에서 환호와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을 지켜본 시민은 1천여 명 정도. 젊은이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노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무대의 주인공들이 바뀔 때마다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객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내주려고 찍는다고 했다. 

 

중앙로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아주머니는 평양예술단 공연을 보려고 10년 만에 은파관광지에 왔다면서 이러한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은 TV에서 북한의 예술단 공연이 사라진 것 같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무대 가까이에 자리잡고 앉아 손으로 열심히 박자를 맞추던 아저씨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가랑비가 내리기에 공연이 취소될까 봐 걱정했는데 하늘도 우리의 통일을 돕는 모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두병창 회장은 "만곡이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 가을에 시민 모두 가족애와 평화통일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기대한다"면서 "예상보다 많이 참석해서 공연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준 군산시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자신이 작사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앙코르곡으로 부르고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온 김혜영씨를 잠시 만났다. 밤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월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순산해서 그런지 표정이 무척 밝았으며, 건강한 모습이었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고, 낯선 남자가 야밤에 명함 한 장 건네면서 인터뷰를 요청하기가 그랬다. 해서 탤런트 김성환씨와 동창이고, 방송국에 가서 취재한 적도 있다니까, 놀라며 "아, 그러세요, 겸손하고 점잖은 분이고 가깝게 지내는 선배예요"라며 마음의 울타리를 낮추는 것 같았다.

 

1998년 부모를 따라 귀순한 김혜영씨는 개그콘서트 '꽃봉오리 예술단'을 통해 얼굴을 알리면서 탤런트 겸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꿈에 그리던 결혼도 했다. 그러나 곧 파경을 맞았는데, 지난 일들은 다시 생각하기 싫다고 해서 과거사는 묻지 않기로 했다.

 

-지난 6월에 득남하셨다고요. 축하합니다.

"선배들이 아들 낳겠다고 했는데 정말로 아들을 낳았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제 몸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감격스러웠습니다." 

 

- '군산댁'이 된 소감은?

"군산은 매력적인 도시예요. 만나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고, 얘기도 재미있게 해주셔서 좋습니다. 유머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시에서 명예시민증도 곧 내준다고 했어요. 정말 기쁘고 행복합니다. 새만금, 은파 물빛다리 등 군산 홍보도 발 벗고 나서서 해야겠지요."

 

- 작년 11월에 결혼한 남편은 어떻게 만나셨는지?

"같은 연예인이면서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과 저 사이도 그랬고요. 그런데 일본에서 활동할 때 지인의 소개로 알았고, 그 후에는 악극 '홍도야 울지마라'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결혼도 하고···." (웃음)

 

- 두 달 후면 결혼 1주년이 됩니다. 친정 부모님은 보고 싶지 않으세요?

"지난 추석에도 시댁에 다녀갔는데, 고향보다 포근하게 느껴졌습니다. 더는 바랄 게 없어요. 친정 부모님은 충남 당진에 사십니다. 시부모 잘 모시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시지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톱스타 김혜영을 보고 싶습니다. 

"방송 활동이 참으로 힘들고 어려워요. 현재 라디오 교통방송에 나가고 있고, 오는 15일 밤 11시 SBS에서 방영될 '자기야' 녹화도 마쳤는데요. 지금 이 정도로 만족합니다. 시댁 부모님도 딸처럼 대해주시고, 지금이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 다른 계획은 잡혀 있지 않나요?

"국내에서는 방송출연 외에 특별한 계획이 없고, 내년에 미국 뉴욕에서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뉴욕한인회 초청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확실한 날짜는 조금 더 지나야 정해질 것 같습니다."  

 

- 탈북자 어린이들을 위해 자선공연을 했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군요.

"탈북 어린이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가치관이 다르고 말투도 달라 '왕따'를 당하는 예도 있지요. 저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낯선 곳에서 고생하는 아이들이 가슴에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세 자매 중 장녀인 김혜영씨는 평양 연극영화대학을 거쳐 동국대학교를 졸업했다. 북한에서 영화 '여의사', 참된 주인들' 등에 출연하는 등 연기활동을 활발히 하다가 부모를 따라 귀순했다. 북한의 유명배우 귀순이 처음이어서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보기와 달리 억척이라는 그녀는 귀순 후에도 연기활동을 열심히 했다. 예쁜 목소리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으며 SBS '덕이', KBS 2TV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하면서 데뷔곡 '첫사랑 오빠'를 시작으로 앨범을 꾸준히 내면서 가수로 활동해오고 있다.

 

분장실에서 이루어진 김혜영씨와 인터뷰는 25분 정도. '귀순배우', '귀순가수', '귀순 탤런트' 등 이름 앞에 항상 '귀순'이 따라다니는 연예인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의 답변에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12년의 지난했던 연예인 생활이 담겨 있는 듯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혜영, #평화통일, #군산은파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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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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