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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을 마치고...
▲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 강연을 마치고...
ⓒ 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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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인 10월 4일은 그의 99회 생일이었다고 했다. 우리 나이로 치면 꼭 100세가 된 것이다. 영어로는 'centenarian',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백세인'이다. 여전히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현직 의사로 성인병에 '생활습관병'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으며, 일본의 신노인운동을 이끌고 있는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1911년 출생)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난 6일 오후 2시 가천의과학대학교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며 특별 강연회를 마련했는데, 고령화와 장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강연장에는 어르신에서부터 젊은 대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명예 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후 곧바로 특별 강연이 이어졌는데, 제목은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수가 어떻게 가능한가?>, 부제는 '백세를 맞이한 제가 드리는 메시지'였다. 그는 강의 시작과 함께 강의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말로 문을 열었다.

"나이 먹는다는 것은 음악으로 말하면 곧 크레셴도다."

크레셴도(crescendo)는 '점점 세게'라는 말이므로, 육체는 비록 취약해져도 정신만은 강건하게 삶의 보람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자신이 살아온 길과 신노인운동, 장수법 등을 섞어서 이야기하면서 그는 노년에 지녀야 할 삶의 자세로 세 가지를 꼽았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 시작하는 것! 견디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말은 사랑이라면서, 사랑이라는 말에는 그 안에 숨겨진 용서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비로소 자기 학습이 가능해지고 배우자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노년이야말로 어학을 배우는 등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기에 좋은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견뎌낸다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은퇴란 커다란 배에서 내려 작은 배로 갈아 타고 혼자 노를 저어 망망대해를 지나며 섬을 찾는 것, 즉 홀로 목적지를 새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우리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절절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잠자기 전 혈압이 조금 올라가는 것을 빼고는 골밀도, 흉부 X-선, 두부 MRI, 두부 혈관 촬영, 관상동맥 CT 등에서 단 한 곳도 이상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단다. 백세 노인의 건강 상태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인지 청중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감탄의 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들려주었다.

- 세상 일에 관심 갖기. 그것도 직선 안테나보다는 회전 안테나를 달기.
- 외부 리셉터(receptor)를 가질 것. 즉, 자극을 수용할 것.
-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
- 끝없는 호기심을 가질 것.

그러면서 비록 육체는 노화할지라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아침에 눈을 뜰 때 살아있음을 감사하며 희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지난 2007년과 200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 이어 세 번째로 그의 강연회에 참석했는데 한결 같은 건강과 온화한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비록 강연 말미에 잠시 파워포인트를 조정하는 프리젠터를 무선 마이크로 혼동해 거기에 대고 강연을 하는 애교있는 실수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통역자의 귀뜸으로 실수를 깨달은 그는 '이게 바로 저의 노화 현상'이라고 말해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다.

신체와 정신의 건강뿐 아니라 영적인 건강까지 강조하는 그를 볼 때마다 '나는 과연 어떤 노년, 어떤 보람을 찾으며 사는 노년을 보낼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굳이 국적을 따질 필요가 없는 우리들의 스승이며 인생 선배이다.

백년을 산 사람의 내면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경험과 지식과 지혜가 켜켜이 쌓여 있을까.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노년의 한 모델이 되어주는 그 분을 다시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한 가지, 강연장을 나서면서 가슴에 다시 한 번 새겨넣은 내용이 있었으니 건강하려면 서른 살 때의 키와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도 키는 어쩔 수가 없어 서른 살 때보다 8센티미터가 줄었지만 몸무게 62킬로그램, 허리둘레 88센티미터는 현재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으악, 나는 어쩐담...!

덧붙이는 글 | '100세 현역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 명예 이학박사 수여 및 특별강연회
- 2010. 10. 6(수) 오후 2시 / 인천 가천의과학대학교 대강당 / 주최 : 가천의과학대학교, 가천의대길병원, 경인일보



태그:#히노하라 시게아키, #백세인, #가천의과대, #장수, #신노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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