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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일 당 대표직을 공식 사퇴했다.

 

정 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분란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당의 안정과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년 간 제1야당 대표를 맡아서 보람도 많았다"고 소회하면서 "두 번의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 도움으로 승리할 수 있었지만, 7·28 재보선에서 아쉬운 결과를 맞았다"고 말했다. 7·28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의 사퇴 의사를 더 이상 만류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정 대표 사퇴 이후 당 지도부의 행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박주선 최고위원과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도부 총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뉴스의 광장> 인터뷰에서도 "정세균 대표와 어젯밤 만나서 이야길 했고 지도부 전체가 사퇴하느냐 여부는 오늘 최고위에서 결정하지만, 저는 지도부 전체 사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다른 최고위원들은 이에 반대했다. 따라서 정 대표 사퇴 뒤 당 지도부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저녁 다시 한번 회의를 열고 당 지도부 재구성에 관한 논의를 해나갈 예정이다. 저녁 회의에는 오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장상, 윤덕홍 최고위원까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도 참석해 '마지막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 전원이 참석하지 못한 관계로 정 대표 사퇴로 생긴 지도부 공백을 어떤 형태로 막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내지 못했다"며 "빠른 시일 내 최고위를 소집해 결론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쇄신연대 "정세균, 복귀 포석 다 깔아놓고 사퇴" 맹비난  

 

 

정 대표의 사퇴 이후 민주당의 주류-비주류 갈등이 어떤 형태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주류 측은 정 대표가 사퇴한 만큼 비주류의 '지도부 총사퇴'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 대변인은 "비주류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는 결국 정 대표를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정 대표가 공정 경선을 언급하며 물러난 만큼, 비주류도 더 이상 최고위원들의 총사퇴를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주류가 정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들까지 모두 물러나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류 측은 이날 최고위에 앞서, 정 대표가 사퇴하면 당헌 당규에 따라 최고위원 선거의 최다 득표자인 김민석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것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는 이 같은 결정이 정 대표와 가까운 386 대표를 세워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포석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쇄신연대(쇄신연대)'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가 없다면, 이날 오전 11시 처음으로 소집되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회의를 보이콧하겠단 뜻을 밝혔다. 이는 지도부 총사퇴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쇄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상임고문-상임집행위원 연석회의에서 "정세균 대표와 그 측근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쇄신연대는 문희상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이 소집한 회의에 쇄신연대 대표들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총괄 사퇴를 선언했는데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못해서야 이해가 되겠냐"고 주류 측의 지도부 잔류 주장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총 25명의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중 15명 정도는 일방적으로 정 대표가 준비위에 추천한 사람들"이라며 "지도부가 총사퇴한 이후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쇄신연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학진 의원도 "문희상 위원장을 만나 여러 차례 전당대회 준비기구가 균형이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 위원장도 당권파 8, 쇄신연대 8, 중도파 8로 균형을 맞춰 위원회를 구성하겠단 답변을 했다"며 새로운 전대 기구 구성 주장에 힘을 실었다.

 

문 의원은 "(문 위원장의 답변과 달리)지난 7월 25일 최고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온 전대 준비위 구성 원안을 보면 인선에서의 균형이 매우 무너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특히 전대 룰을 정하는 당헌당규 분과의 경우 상당히 심각하다"며 "원안의 구성 명단의 전면 재검토를 쇄신연대 명의의 문건으로 요구했지만 한 사람밖에 바꾸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상임고문인 천정배 의원은 "정세균 대표가 새로 복귀하기 위한 포석을 다 깔아놓고 사퇴하는 것인데 이것은 (재보선 패배를)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제대로 꾸려야 한다"며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분들의 페이스대로 전당대회가 치러지고 우리가 들러리 서는 상태론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본다, 쇄신연대가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정세균, #민주당, #전당대회, #쇄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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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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