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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야생초교실' 수업은 우리 동네에 심겨져 있는 나무와 꽃들을 살피기로 했다.

아파트와 도로 사이에서 울타리 역할을 하는 쥐똥나무부터 관찰했다. 열매가 쥐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은 이미 져서 볼 수 없었다. 그동안 피고지고 열매 맺고를 쉼 없이 했을 터인데.....새삼 꽃도 열매도 기억에 없으니 무관심이 무섭다. 쥐똥나무는 울타리로 사용할 때는 전지를 해주어 키가 작아 보이지만 산기슭에서 자연적으로 자라게 되면 2미터도 넘게 자란다고 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일률적으로 전지되어 작달막한 나무가 되어 버렸다.

그 소리를 듣는데 '고양이 쥐 생각' 하는 꼴이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고 괜한 애정이 나서 웃음이 났다. 꽃은 항상 햇잎 끝에서 자라기 때문에 전지를 잘못하면 꽃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꽃을 많이 볼 수 없었나 싶기도 하다. 잎은 마주나고 어른 손가락 두어 마디정도의 타원형 크기며 잎 가장자리가 매끄럽다. 옆에 다른 울타리 나무가 있어 보니 그것은 톱니가 있다. 그렇게 보니 구분이 된다. 누군가 꽃은 어버이날쯤에 핀다고 하고 사람이 사는 가까운 곳에 주로 자란다고 보충한다.

꼬리조팝나무. 삐죽삐죽한 것들이 모두 수술이고, 모이니 털실 감은 것처럼 북실거려 보인다.
 꼬리조팝나무. 삐죽삐죽한 것들이 모두 수술이고, 모이니 털실 감은 것처럼 북실거려 보인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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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좀 특이한 이름인데 '풀또기'라고 합니다" 강사의 말에 쥐똥나무에서 시선을 거두고 옆 화단으로 우루루 몰린다. 꽃은 분홍색에 잎보다 먼저 피고 겹매화처럼 생겨서 사람들이 매화인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잎이 자랄 때 보면 역삼각형에서 차츰 타원형이 된다고 한다. 고향이 한국이다. 잎만 보아서는 지난번에 본 향유와 너무 비슷해 구분을 못하겠다. 이러니 몇 년씩 산야를 다니며 계절에 상관없이 관찰을 하게 되나보다. 향유는 풀의 종류이고, 풀또기는 장미과 떨기나무(관목)다.

학교 다닐 때 배웠을 테지만 세월에 묻혀 잊혀 진 '관목'과 '교목'의 차이. 관목은 딱히 어느 것이 원줄기라고 구분 짓기 어렵게 땅 밑에서부터 엇비슷한 굵기로 함께 덤불처럼 자라는 것을 말하고, 교목은 키도 크고 큰 둥치의 원줄기가 있으며 가지는 위쪽에서 뻗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어떤 것은 관목이면서 교목처럼 큰 것도 가끔 있어서 그런 경우는 관목상이라 부른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만 잊고 산 교과서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야생초를 배우면서 다시 알게 되니 새롭다.

풀또기 꽃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데 옆에 분홍의 꽃 꼬리가 대신 바람에 살랑이며 시선을 끈다. 꼬리조팝나무다. 북실북실한 것이 새끼손가락에 털실을 감아 놓은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살갗이 간질거려진다. 털처럼 보이는 것이 모두 수술이란다. 수술에 가려 앙증맞은 분홍의 꽃잎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꽃이 7-8월에 핀다.

밤에 찍은 자귀나무. 밤이 되니 넓게 펼쳐져 있던 잎이 마주 붙어 늘어져 있다.
 밤에 찍은 자귀나무. 밤이 되니 넓게 펼쳐져 있던 잎이 마주 붙어 늘어져 있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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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의 꽃은 화려하다. 앙증맞은 왕관 코사지를 꽂고 춤추는 듯하다. 그런 화려함 때문에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주로 차를 타고 가면서 도로에 심겨져 있는 것을 스치듯 보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관찰하게 되었다. 좁고 길쭉한 반타원형의 나뭇잎이 줄기에서 마주보고 깃털처럼 촘촘히 나있다. 마주난 잎은 홀수가 아니고 짝수다. 그 잎 때문에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다. 잎은 밤만 되면 마주 포개지는데 짝수이므로 홀로 남겨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부부금슬을 상징하며 주로 신혼부부 창가에 심어주었다고 전한다.

일본에서는 절굿공이를 만들어 부엌에서 사용하면 집안이 화목해진다는 이야기도 있단다. 콩과식물이라 열매는 콩처럼 달린다. 나중에 자료를 더 찾아보니 잎을 소가 잘 먹는다고 해서 '소쌀밥나무'라고도 하고, 콩깍지가 겨울이 되어도 잘 떨어지지 않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며 시끄럽게 소리를 낸다 해서 여설목(女舌木)으로 불리기도 했다하니 부챗살만큼이나 이름이 많기도 하다. 우리가 관찰한 나무의 꽃은 벌써 지고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콩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동안 화려한 꽃을 피우는 나무가 궁금했었는데 확실히 알고 나니 답답한 체증이 확 뚫리는 느낌이다. 이 맛에 야생화를 배운다.

메타쉐콰이아 열매. 작은 입술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메타쉐콰이아 열매. 작은 입술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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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층 아파트를 따라 잡을 듯이 곧게 쭉 뻗은 '메타쉐콰이아'나무 앞에 섰다. 나뭇잎을 볼 때마다 '참빗'같다는 강사의 말을 쫓아 하늘을 쳐다보았다. 흐린 햇볕에도 푸른 잎의 초록이 눈부시다. 나무의 둥치와는 달리 잎은 가는 면을 갖고 있다. 메타쉐콰이아를 몰랐을 때는 땅에 떨어져 말라 있는 열매를 보고 솔방울인가 했었다. 숲을 찾는 아이들은 작은 입술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은 앙증맞은 열매를 주워 반지나 팔찌를 만들기도 한단다.

하늘로 향했던 고개들이 아래로 쳐지면서 그 아래 화단에 뭉쳐 자라고 있는 작살나무를 만났다. 관목이라 잔가지들이 얼키설키 뭉쳐있다. 꽃도 분홍색으로 옹기종기 피고, 가을이 되면 쥐눈이콩 만한 보라색 열매가 조록조록 탐스럽게 열려서 집 주변에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가지가 작살처럼 세 개로 갈라져서 작살나무라고도 하고, 가지가 단단하여 고기 잡을 때 쓰는 작살 만들기에 맞춤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단다. 강사는 그것보다는 잎을 잘 관찰하여 눈에 익히라고 하는데 초보자에게는 그 잎이 그 잎이라 구분이 쉽지 않다. 이제 열매를 알았으니 그런 열매만 보면 작살나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고 했더니 흰색으로 익는 흰작살나무도 있단다. 이런.... 그러니 야생화를 단번에 알고 끝내겠다고 하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를 더듬는 꼴이라고 초보자들을 달랜다.

작살나무. 가을이면 쥐눈이콩 만한 보라색 열매가 소복소복 달린다.
 작살나무. 가을이면 쥐눈이콩 만한 보라색 열매가 소복소복 달린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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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주변이나 도로 옆에는 해바라기 아기(?)쯤 되어 보이는 노란 꽃이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키가 작고 대궁이 가늘어 하늘거리니 해바라기는 아니고, 그렇다고 꽃이 코스모스처럼 작거나 여린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루드베키아',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국화과 꽃이란다. 오늘 이 꽃 때문에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 꽃에는 관상화(管狀花)와 설상화(舌狀花)가 있다고 한다. 무수히 많은 꽃잎들이 모여 설상화와 관상화를 이루고 그 두 개가 모여 하나의 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을 두상화라고 한다.

해바라기, 국화, 민들레 등이 이에 속한다. 루드베키아를 보자면 노란 색 꽃잎이 둥글게 돌려가며 나있는데 그것이 혀처럼 생겼다고 해서 설상화다. 가운데 까만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작은 관을 이루고 있고, 이것들도 작을 꽃을 피우기 때문에 관상화다. 우리가 볼 때는 하나의 꽃이지만 그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거다. 해바라기는 설상과 관상이 모여 두상을 이루고, 민들레는 설상화로만 되어 있는 두상화다. 그 옆에 있던 백일홍은 우리에게 복습하란 듯이 붉으래하게 넓게 펼쳐진 꽃잎 가운데에 노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따로 또 같이, 어울림의 미학이 여린 꽃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는 모습이다.

루드베키아. 생명력이 길고 기르기 쉬워 관상용으로 많이들 심는다고 한다. 밖의 노란 꽃잎을 설상화, 가운데 까만 부분에 피는 꽃을 관상화라고 한다.
 루드베키아. 생명력이 길고 기르기 쉬워 관상용으로 많이들 심는다고 한다. 밖의 노란 꽃잎을 설상화, 가운데 까만 부분에 피는 꽃을 관상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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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맨 가에 붉은 색 큰 꽃잎이 설상화다. 가운데 노란 관상화가 피고 있다. 모여서 하나의 꽃으로 보이는 두상화 형태.
 백일홍. 맨 가에 붉은 색 큰 꽃잎이 설상화다. 가운데 노란 관상화가 피고 있다. 모여서 하나의 꽃으로 보이는 두상화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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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햇볕가리개를 '일산(日傘)'이라고 하는데, 꼭 그것처럼 생겼네" 칠엽수를 보고 옆에 있던 지인이 한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마로니에로 더 알려져 있다고 한다. 7개의 크고 작은 잎이 사이좋게 간격을 유지하면서 가지 끝에 시원시원하게 붙어 있다. 소엽 7개가 모여 하나의 잎이 되어 있다. 칠엽수는 공해에 강해 가로수로도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열매가 밤톨 같다. 잎을 살짝 씹어보니 풋밤의 하얀 껍질 맛이 났다.

칠엽수. 큰 나뭇잎들이 시원해 보인다.
 칠엽수. 큰 나뭇잎들이 시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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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단풍. 잎이 세 개로 갈라져 있다. 공원길에 터널을 만들고 있는 것이 모두 중국단풍나무였다.
 중국단풍. 잎이 세 개로 갈라져 있다. 공원길에 터널을 만들고 있는 것이 모두 중국단풍나무였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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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중국단풍나무가 우리 동네 공원의 가로수로 이렇게 많이 심어져 있는 줄 예전에 미처 몰랐다. 굵은 둥치와 쭉 뻗은 나무가 가로수로 사랑받을만하게 생겼다. 공원 길 양 옆으로 가지런히 도열해 햇볕을 가려준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이렇게 나무와 꽃들과 함께 하니 더 젊어지는 것 같다" "찌든 도시생활에서 유일한 활력소다" "숲을 다니다 보니 노화가 더디 되는 것 같다" 기존 회원들의 숲 예찬론을 들으며 마무리 했다.

이제는 길을 가면서 고개가 절로 길옆의 나무와 풀들에 꽂혀 진다. 걸음도 느려진다. 그리고 괜히 조급했던 마음도 느긋해 진다. 함께 가던 사람들은 바쁜 듯 나를 불러댄다.


태그:#마들 꽃사랑회, #야생초교실, #칠엽수, #작살나무, #꼬리조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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