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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어요. 광역의원 재선이나 단체장에 도전하지 않고 왜 기초의원 선거에 나섰느냐고 말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이후 김해시장이나 김해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생각도 했다는 말이 들리데요. 더 밑으로 내려가서 생활정치를 하고 싶어요."

민주노동당 김미영(46) 진주시의원 당선인이 한 말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경남도의원이 되었던 그는 경남도의원 재선이나 진주시장 선거에 도전하지 않고 더 낮은 진주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민주노동당 김미영 진주시의원 당선인.
민주노동당 김미영 진주시의원 당선인. ⓒ 윤성효
그것도 6명이 출마해 겨루었는데 당당히 1등을 했다. 한나라당 신정호 후보 20.76%, 한나라당 김종갑 후보 14.40%, 민주노동당 김미영 후보 23.60%, 미래연합 임성균 후보 12.08%, 무소속 김충락 후보 11.49%, 무소속 서정인 후보 17.64%를 각각 얻었다.

농촌지역이 많은 진주시 대곡면․금산면․집현면․미천면․초장동인 '진주사'선거구인데도, 민주노동당이 그것도 여성 후보가 1등을 한 것이다. 김미영․신정호 후보만 의원 배지를 달게 되었다.

김미영 당선인은 진주가 고향이 아니다. 안동여고와 안동대를 나온 그는 농민운동에 뛰어 들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부회장과 진주여성농업인센터 대표 등을 지냈고, 경남도의원 교육사회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당선인의 남편은 민주노동당 강병기 전 경상남도지사 예비후보다. 강 전 예비후보는 무소속 김두관 경상남도지사 당선인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했다. 남편이 도지사 출마를 준비한 것도 그가 경남도의원 재선 도전을 접고 진주시의원 선거에 나서게 된 한 가지 이유이기도 했다.

"예비후보를 합쳐 두 달 정도 선거운동을 했는데, 남편이 저 선거를 도와 준 것은 이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농담으로 학연․지연․혈연도 없는데다 배우자도 없는 선거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남편한테는 경남도지사 선거가 중요하다며 단일화를 해야 하고, 단일후보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제 선거는 알아서 할테니 도지사 선거에 집중하라고 했다."

진주시의원 당선인의 정당 분포를 보면 전체 20명 중에 한나라당이 10명이고, 민주노동당․미래연합․무소속을 포함해 비한나라당이 10명이다. 김미영 당선인은 "이전에는 한나라당 독식구조였는데, 이번에는 유권자들이 절묘하게 선택했다. 진주를 지방자치의 모범도시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방의원을 권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더 밑으로 주민 속에서 생활정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지방자치는 의원이 해결사 역할이 아니고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참여당으로 광주 서구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해 관심을 모았다. 경남도청 간부 출신인 서춘수 경남도의원 당선인(함양)도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섰다가 단일후보가 되지 않거나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기초․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것이다.

"지연 학연 혈연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데 광역의원이었던 김미영 당선인은 처음부터 기초의원 선거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김미영 당선인과 18일에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선거운동이 힘들지 않았는지?
"힘들었다. 선거운동을 하는데 선거전문가들이 말하기를 기초의원선거가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 정책공약이나 인물 중심이 아니고 지연․학연․혈연이 크게 작용한다. 저는 지연․학연․혈연이 없는 상태에서 굉장히 힘들었다. 고향은 진주가 아니고 학교도 진주에서 다니지 않았다. 지역 출마자들은 지역 연고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 거기다가 여성인 데다 민주노동당 후보이고 보니 여러 가지 부분에서 힘들었다.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학연이나 지연보다 정책공약을 보고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 선거운동 과정에서 실제 지연․학연․혈연을 강조하는 사례들이 나타났는지?
"굉장히 많이 있었다. 저는 정책과 공약을 갖고 성실하게 의정활동 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이야기 했다. 중심 공약으로 친환경무상급십 완전 실현과 아동이 안전한 진주를 건설할 것을 제시했다. 누구보다 젊은 엄마들이 많이 호응해 주었다고 본다."

- 경남도의원으로 있다가 시의원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선거 출마할 것인지, 도의원 선거냐 시의원 선거 출마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는 민주노동당 의원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진주시위원회에서 그렇게 결정했고, 거기에 따랐던 것이다. 평소에도 의원이란 자리는 개인이 쟁취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권력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진보적인 가치를 지역에 확장시켜 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가치를 위한 정책과 예산을 만들어 내는 정치활동가라는 인식이 높다."

- 경남도의원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시의원에 출마하게 되어 이상하다는 반응은 없었는지?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도의원으로 있다가 시의원으로 출마하면서 언론에 많이 비춰지기도 했다. 도의원 재선에 도전하거나 진주시장에 도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경남도의회에서 쌓았던 경험을 시의회에서 보여줘 진주를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모범으로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방의원은 권력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 밑으로 주민 속에서 생활 정치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이틀 정도만 선거운동 도와줘"

- 처음에는 남편이 경남도지사 예비후보로 나선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니었는지?
"그것도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당에서 남편은 도지사 후보로 역할을 부여 받았다. 남편이 도지사에 나서는데 배우자가 도의원에 도전하는 게 맞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2006년에는 진주에서 후보를 많이 내서 민주노동당을 알려내는 게 하나의 목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소수 후보라도 많이 당선시키자는 게 전략이었다. 그런 전략 속에 남편과 저에게 각기 다른 역할이 부여되었던 것이다."

- 경남도의원과 진주시의원의 자세가 다르다고 보는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매우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도의원의 경우 큰 정치적 의제를 다루는 반면에, 시의원은 철저하게 주민 속에서, 주민과 함께, 주민들의 힘으로 풀어나가도록 하는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더 낮은 곳에서 시민과 함께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 전국적으로 광역의원이 기초의원 선거에 도전한 사례가 있는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인 이병완씨가 광주에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 경우와 저는 좀 다른 것 같다. 광역의원이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례는 이번에도 경남에서 한 명 더 있는데, 그 분은 낙선한 것으로 안다. 이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김해시장이나 김해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고민했다는 말도 들리던데, 비슷한 사례로 보면 될 것 같다. 큰 경험을 했던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생활정치를 하면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지역구를 보니 농촌지역이 많은데, 여성으로서 힘들지 않았는지?
"아무래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농민운동했던 것을 이번에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진짜 농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농민을 위해 한 길을 걸어 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진주농민회․여성농민회로부터 '농민후보'로 추대되었고, 농민단체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된 것이라 본다."

- 남편인 강병기 전 예비후보가 선거운동 때 많이 도와 주었는지?
"예비후보 등록부터 포함하면 전체 선거운동 기간은 두 달 정도였다. 그 기간 동안에 남편의 도움을 받은 것은 이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학연 지연 혈연도 없는데, 배우자도 없는 선거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너무 악조건에서 선거운동을 한다고 하면서 웃기도 했다. 남편이 경남도지사 선거 야권후보 단일화를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나는 한나라당 독식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경남도지사 선거가 매우 중요하기에 반드시 야권 단일화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제 선거 알아서 할 테니까 도지사 선거에 집중하라 하기도 했다."

- 진주를 지방자치의 모범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구상인지?
"시민들도 굉장히 기대를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진주시의회는 한나라당이 90% 가까이 차지했으니까 일당독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이 10명씩 비슷하다. 유권자들이 절묘한 구도로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의 기본 임무를 더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년간 경남도의회에서 했던 경험을 살려 진주에 여러 가지 진보적 가치를 만들어내도록 하겠다. 정책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겠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의정 활동으로 평가받겠다. 4년이란 시간 속에서 차근차근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 지방자치는 의원이 해결사 역할을 하기보다 주민 스스로, 주민의 힘으로 자신들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지역 문제에 주민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열어주고 만들어 내는 역할을 지방의원이 해야 한다. 정말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활동하겠다."


#김미영 당선인#진주시의원#민주노동당#강병기 전 예비후보#야권단일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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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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