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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의장국(멕시코)과 15개 이사국,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낸 것을 놓고, 정부 전체가 나서서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가 기울이고 있는 외교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극히 유감스런 행동"(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 "도대체 이 시점에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인지 묻고 싶다"(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는 비판이 나왔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조금이라도 애국심이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 생겼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상 '이적행위'라는 색깔을 입혔다는 점에서 '마녀사냥' 분위기까지 풍겨난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비판성명을 냈고, 일부 단체들은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참여연대를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14일 오후 전화인터뷰에서 "유엔자체가 NGO들의 의사수렴을 일상적으로 요구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NGO들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시스템"이라면서 "이번 같은 의견 전달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한 축"이라고 일축했다.

 

이 처장은 "안보리에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참여연대가 2004년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NGO 자격을 획득한 이후 안보나 인권, 정치사회 쟁점에 대해 계속 의견을 전달해왔다"면서 "정부의 발표가 있고, 여기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NGO들의 코멘트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비판에 대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외교적 성과가 나오지 않게 되니까,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활동을 문제 삼아서 모든 것이 NGO 영향인양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닌가"라면서 "정부는 스스로 근거를 보강해서 국내적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북한이 참여연대 의견서를 악용할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이사국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라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말로 자신들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후세인이 이용한다고 이라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악용된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는 그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정부에 비판적인 NGO들 파트너로 인정하는 시스템"

 

다음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과 나눈 일문일답.

 

- 어떤 생각으로 유엔 안보리에 의견서를 보냈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여러 가지 의문점이 남아서 계속 논란이 돼왔다. 또 지방선거 기간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외교적 대책까지 나왔다. 국회 같은 초당파적인 기구의 조사와 합의도 없이 군사적 제재 조치를 포함한 대응을 선언하고 안보리로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 내에 이런 이견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게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활동은 이번에 새삼스럽게 한 게 아니다. 참여연대는 2004년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NGO 자격을 획득한 이후 안보나 인권, 정치사회 쟁점에 대해 성명서나 의견서를 전달하는 활동을 계속해왔다. 각종 분쟁, NPT, 북한인권 등에 대해 계속 의견을 내왔다.

 

그런데 이건 참여연대나, 한국 NGO만 그러는 게 아니다. 유엔 자체가 NGO들의 의사수렴을 일상적으로 요구한다. (유엔은) 정부에 비판적인 NGO들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기에 이번 의견 전달 같은 것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한 축이다. 정부의 발표가 있고, 여기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NGO들의 코멘트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 외교부와 총리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서 비판하고 있는데.

"그 나라 정부를 가장 잘 비판하는 것은 그 나라 NGO다. 유엔에서 어떤 나라 정부의 공식 의견이나 결의안 제출에 비판의견을 내놓는 것은 대부분 그 나라 NGO다. 그게 유엔의 글로벌 민주주의고 글로벌 외교다.

 

정부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도 견제와 균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왜 외교만은 민주주의에서 예외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 같은 나라가 이라크 전쟁이나 팔레스타인 문제, 핵태세 보고서를 내면, 미국NGO들이 가장 열성적으로 미국정부를 비판한다. 우리나라 유엔 대표부는 이번에 이런 것을 처음 본 건가. 매번 있는 일인데 말이다.

 

'그분들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 의문'이라는 총리의 발언이 '국격외교'를 주장하는 나라의 총리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국격있는 나라 국민들은 해외에 나가서 정부를 비판하면 안 되는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국격 있는 나라가 아닌가. 국격 있는 나라의 외교는 국제무대에서 그 나라 NGO나 다른 나라 NGO로부터 아무 비판도 받지 않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G20 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한다는데 이렇게 허약하고, 편협하고 관료적인 체제와 체질로 어떻게 글로벌 외교를 하고 주도하겠나. G20 모든 나라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한국의 어떤 NGO도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게 성공적인 외교인가. 외교와 안보에 아무 이견과 비판이 없는 게 글로벌 외교를 지향하는 나라인가."

 

"의장의 의견서 회람의무는 원래 없는 것이다"

 

- 유엔의 어느 부서에 보낸 것인가.

"유엔 안보리 의장과 15개 안보리 이사국, 그리고 유엔 한국대표부에 보냈다. 유엔 한국대표부에도 보냈으니 몰래 보낸 것도 아니다. 안보리에 보낸 문건은 이미 국문으로 이미 배포했던 것으로,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8가지 의문과 조사과정의 6가지 의문 등 14가지 사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 이전에도 유엔 안보리에 의견서를 낸 적이 있나.

"안보리에는 처음이다. 유엔은 인권이나 경제사회 분야는 이런 의견서가 오면 검토·회람할 의무가 있지만 안보리는 그런 의무가 없고 어떤 구속력을 갖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참고의 의미로 보낸 것이다. 의장이 우리 의견서를 회람하지 않겠다는 것을 중요한 내용인 것처럼 보도하는 뉴스가 나왔던데 원래 회람 의무가 없는 것이다."

 

- 북한 쪽에도 보냈나.

"보내지 않았다. 정부의 조치에 대한 의견을 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도 아니고 보낼 이유가 없다. 우리도 정부만큼 북한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다."

 

- 정부는 북한이 참여연대 의견서를 악용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북한이 우리 의견서를 인용해서 (남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비판한다면 국제사회를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우리 의견서 갖고 자신들의 주장을 한다면, 이사국들의 비웃움과 의심을 살 것이다. 나 같아도 의심할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말로, 자신들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후세인이 이용한다고 이라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가 좋지 않게 이용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구성하고 국가 이익을 구성하고 실제로 외교의 성공을 결정하기 때문에 외교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국내적 기반을 중시하는 것이다."

 

"일개 NGO 성명에 안보리 좌지우지되면, 웃기는 얘기"

 

 

- 이후 천안함 관련 활동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했다. 정부가 거부하면 소송을 내려고 한다. 그 외에 준비하는 다른 것은 없다."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부가 너무 서둘러서 무리하게 이 문제를 유엔에 가져간 결과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도 조사단 보냈다가 증거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서지 않았나. 미국도 전폭 지지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한국 정부를 따라가겠다며 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EU도 현재까지는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처럼 외교적 성과가 나오지 않게 되니까,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NGO 활동 하나를 문제 삼아서 모든 것이 NGO 영향인양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닌가. 정부는 NGO 탓하지 말고 스스로 근거를 보강해서 국내적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NGO를 비판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라크 전쟁으로 숱한 음모론에 휩싸이고 비판을 당했지만, '어느 나라 국민이냐'는 식으로 국가주의적인 주장을 하면서 국격이니, 국익을 운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외교부도 이견과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마치 자신들은 완벽한 데 NGO 하나가 흙탕물을 튀긴다는 식으로 하면 곤란하다. 국제사회에서 설득력도 없다.

 

인권이사회도 아니고, 경제사회이사회도 아니고 유엔 안보리가 일개 NGO 성명 하나 갖고 좌지우지된다고 하면 웃기는 얘기다.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가 G20 의장국이라는 것 역시 웃기는 얘기다."


태그:#참여연대, #유엔 안보리, #천안함사건, #이태호, #국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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