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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평리 표지판이 큰 바위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 올레길 가는 곳 대평리 표지판이 큰 바위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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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등대가 멋집니다. 멀리 병풍같은 산이 군산이라고 합니다.
▲ 올레길 가는 길 대평포구 빨간 등대가 멋집니다. 멀리 병풍같은 산이 군산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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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이 궁금했습니다. 오늘(14일)은 큰 맘 먹고 올레길 한번 걸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일은 모두 뒤로 미루고 오전 9시경 짐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올레길 안내 정보를 보니 제주 올레길은 현재까지 모두 16개 구간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 중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올레길이 10번째 올레길이었습니다.

첫 올레길이 지도상 오른쪽에 있는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서 시작되더군요. 바로 옆 섬인 우도가 1-1 올레길이고 그 후 바닷가 길을 따라 왼쪽으로 광치기 해변서 시작되는 2올레길, 온평포구서 시작되는 3올레길, 표선해수욕장서 시작되는 4올레길, 5올레길, 6올레길 이렇게 16올레길이 있습니다. 거리가 제일 짧은 게 5km로 10-1 올레길로 등록된 가파도가 있고, 거리가 제일 긴 올레길이 제4올레길로 거리가 23km나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화순엔 화순해수욕장이 있습니다. 그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 게 제10올레길이고 거리가 15km나 되었습니다. 바로 옆에 9올레길을 보니 대평포구에서 시작되어 10올레길 시작점인 화순해수욕장에서 끝나는 거리가 9.1km였습니다. 마을 앞에 있는 10올레길이 15km이니 좀 멀다 싶어 다음에 한번 걸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9올레길을 걸어 보기로 했습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난드르' 포구

올레꾼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제주올레길 표지판 올레꾼을 위해 설치한 화장실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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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올레길 시작점인 대평포구 가는 길을 올레길 책자를 통해 보니 화순이나 신서귀포 쪽에서 버스를 타고 중문우체국 앞에서 내리면 20여 분마다 대평포구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화순에서 버스를 타고 중문우체국 앞에서 내려 길 건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니 잠시 후 대평 가는 버스가 왔습니다. 책자엔 대평 종점서 내려 10여 분 걸어 들어가면 대평포구가 나오고 거기서부터 올레길이 시작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대평이 화순 옆에 있는 마을인데도 처음 가봅니다. 포구가 참 예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올레길 찾으러 포구로 걸어가 보니 널직한 곳에 작은 배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대평포구에 대해 설명해 둔 간판이 보여 자세히 보니 대평의 옛 이름이 '난드르'라네요. 평평하고 길게 뻗은 드르 지형을 한문으로 표기해서 대평(大坪)이라 한다는군요.

올레길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알아보니 여권 같은 '올레여권'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진도 붙일 수 있고 이름과 주소, 연락처와 같은 정보도 기록해 놓을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서귀포시 패스포트'라고 되어 있는 이 작은 책자는 각 올레길 시작점마다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몇 개의 올레길 시작점을 알리는 작은 도장도 있고 조금 큰 기념도장도 있었습니다. 올레길 도장을 기념으로 받으려고 걷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에 해당됩니다. 저는 올레길 1에서 16까지 기념 도장 받으려고 거금 1만5000원을 들여서 올레길 도장받는 작은 책자를 샀습니다.

제주 9올레길이 시작되는 곳에 식당이 하나 있고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설치해 둔 장소도 있습니다. 그 곳에서 작은 도장도 하나 찍고 큰 도장도 하나 찍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채워서 16올레길 기념도장을 모두 찍게되면 화가 선생님의 그림이 담긴 완주 확인 스티커를 사은품으로 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기념 도장은 2개 있었습니다.
▲ 9올레길 시작하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9올레길 기념 도장 기념 도장은 2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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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주먹만하게 생겼습니다. 겉엔 찐득한 액체에 땅콩가루와 호박씨가 묻어있고 속엔 팥이 들어 있었습니다. 빵은 쫀득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 제주 올레 꿀빵 둥글고 주먹만하게 생겼습니다. 겉엔 찐득한 액체에 땅콩가루와 호박씨가 묻어있고 속엔 팥이 들어 있었습니다. 빵은 쫀득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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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올레길 도장을 찍은 다음 속이 출출해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제주 꿀빵과 음료를 올레 도장을 보관하는 식당에서 사 먹었습니다. 제주 꿀빵을 처음 먹어 보았는데 겉은 호박씨와 땅콩 가루, 조청에 버무려져 쫄깃하게 씹혔습니다. 속에는 익힌 팥이 들어 있었습니다. 씹기가 좀 거시기 해도 맛있습니다.

출출한 속을 그렇게 해결하고 9올레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올레꾼 화장실도 멋지게 만들어져 있고 올레길 표지판이 가는 곳마다 있어 올레길 걷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군산이라는 산을 오르며 걸었습니다. 병풍 모양의 바위가 가득한 멋진 곳이었습니다. 산 중턱에 오르자 크고 작은 감자밭이 많았습니다. 한참 걸으니 다시 오솔길이 나오고 숲길도 나왔습니다.

가는 곳곳에 이런저런 표지판이 많아 길찾기에 좋았습니다.
▲ 올레 표지판 가는 곳곳에 이런저런 표지판이 많아 길찾기에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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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나무에다 달아 놓기도 했습니다.
▲ 나무에 매달아 놓은 올레길 표시 가는 길에 나무에다 달아 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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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명문 있는 표지판도 있었습니다.
▲ 올레 표지판 이렇게 설명문 있는 표지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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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소에나 표지판이 있었는데 볼레낭길 표지판이 특이했습니다. 표지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는 보리수 나무를 볼레낭이라 부른다. 이름처럼 볼레낭이 우거진 숲이라는 의미다.'

그 표지판을 본 뒤 주변을 살피니 보리수 나무가 많았습니다. 오랜 옛날 석가모니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혹시 저도 보리수 나무 아래서 명상하고 있으면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싶어 보리수 나무 아래 앉아 명상에 잠겼습니다. 눈을 감고 있는데 마음이 고요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만가지 생각만 스쳐 지나갔습니다. 눈을 뜨고 먼 바다를 보니 오히려 그게 더 좋았습니다.

보리수 나무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일어서서 걸었습니다. 조금 가자니 이번엔 '기정'이라는 푯말 아래에 130미터 높이 절벽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래를 보니 정말 아찔했습니다. '위험 접근금지'라는 푯말을 보며 가서 보았는데도 130미터 높이 절벽 아래서 파도 치는 바닷 물결에 멋지다는 생각과 무서움이 교차했습니다.

얼마쯤 가다보니 소똥이 보였습니다. '이 깊은 산속에 웬 소 똥?' 이렇게 생각하며 작은 길을 걷는데 숲에서 여러마리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고삐도 없이 자연 방목해 기르는 소인 것 같았습니다.

황개천, 오랭이소... 재미난 이름 천지인 제주 올레길

한참 걸으니 이번엔 '황개천'이라는 푯말이 보였습니다. 설명문을 보았습니다.

'안덕계곡 물줄기가 굽이굽이 꺾이면서 내려와 바다까지 이어지는 하천을 말합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가끔 누런 물개가 나타나 울었다고 해서 황개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 표지판을 지나 오솔길을 걸으니 왼쪽에는 안덕계곡 물이 흐르고 오른쪽에는 귤밭이 길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안덕계곡을 따라 걷자니 이번엔 '진모르 동산' 이라는 푯말이 보였습니다. 친절하게도 올레길 골목마다 표지판이 있고 설명문이 붙어 있어 올레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레길과 깊은 안덕계곡 사이 거리는 40에서 50미터 정도 될 것 같았습니다. 높은 올레길을 걸으며 깊은 안덕계곡을 보는 풍경도 흥미로운 점이었습니다.

'오랭이소'라는 표지판도 있었는데 청둥오리와 원앙새의 서식지라고 합니다. 제주도 와서 생소한 말을 많이도 접합니다. 계곡 윗길을 걷다가 이번엔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아마도 다른 길을 만들 수 없어 계곡으로 내려가 다시 산으로 올라가게 했나 봅니다. 계곡으로 내려가 흐르는 물따라 걷다가 계곡을 건너고 하는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가파른 올레길에서는 올레꾼들을 위해 여기저기 연결해 둔 튼튼한 밧줄 덕분에 안전한 올레길 걷기가 됐습니다.
누가 왜 이랬는지 알수 없지만 좀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올레꾼을 위해 관계자님들이 이거 제작해서 올렛길 곳곳에 설치한다고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그냥 눈으로만 보면 좋겠습니다. 길 안내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품입니다.
▲ 부서진 올레 표시 누가 왜 이랬는지 알수 없지만 좀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올레꾼을 위해 관계자님들이 이거 제작해서 올렛길 곳곳에 설치한다고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그냥 눈으로만 보면 좋겠습니다. 길 안내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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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을 빠져나오니 이제 9올레길도 끝나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양 옆으로 귤밭이 많았습니다. 귤나무를 보니 얼마전 하얗게 귤 꽃이 피어 올랐는데 어느새 콩알만한 귤이 알알이 많이 생겨나 있었습니다. 이 귤밭에서 다른 귤밭으로 돌 때 올레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누가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올레 표지판이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좀 보기 안좋은 광경이었습니다.

올레 표시를 따라 계속 걸으니 큰 길가가 나왔고 다시 마을로 내려 갔습니다. 9올레길의 종착점이자 10올레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큰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그 곳도 식당이었고 한켠에 올레길 기념 도장이 있었습니다. 그 식당은 올레꾼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레꾼 정식이 차림표에 있었습니다. 기념으로 한그릇 하려다가 주머니 사정 때문에 그냥 가까운 집에 와 밥을 먹었습니다.

오전 11시 40분부터 걷기 시작한 9올레길은 오후 3시 10분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3시간 30분이 걸린 셈입니다. 힘들땐 쉬다 다시 걷고를 반복하다보니 9올레길을 완주했습니다. 다음에 시간나면 우리 마을 화순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 10올레길을 걸어 보아야겠습니다. 10올레길은 15키로미터 정도되니 9올레길 보단 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지요.

울산에서 산행을 많이 해봤는데 제주 올레길 체험은 또다른 멋과 맛이 풍기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올레길 걷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멋진 올레길 걷기 체험을 했습니다.

길을 모르는 올레꾼이 와도 누구나 제주도 올레길 걸을수 있습니다. 친절하게 다 안내하고 있으니까요.
▲ 9와 10올레길 표시판 길을 모르는 올레꾼이 와도 누구나 제주도 올레길 걸을수 있습니다. 친절하게 다 안내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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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입구에 올레길 기념 도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 9올레길 끝나는 곳이자 10올레길 시작하는 곳 식당 식당 입구에 올레길 기념 도장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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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 올렛길, #제주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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