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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이 인기다. 소문난 보리밥집에는 식사 때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심지어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기도 한다. 이유는 단 하나. 건강을 위해서다. 격세지감이다.

 

오래 전, 시커먼 보리밥은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었다. 예기치 않는 방귀로 얼굴 화끈거리게 했지만 주린 배를 채우는 데 맞춤이었다. 하얀 쌀밥에 고깃국 한번 먹어보는 게 소원이던 시절에 그랬다.

 

이 보리가 요즘 변신하고 있다. 화려한 변신이다. 더 이상 살기 위해 먹어야 했던 식량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 먹는 웰빙식품이 됐다. 단순히 쌀에 섞어 먹는데 머물지도 않는다. 빵과 떡으로 만들어서 먹는다. 음료와 술로도 마신다.

 

모두 건강식이고 영양 간식이다. 쌀에게 뒷전을 내준 옛날 보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생각하면 억울할 일이다.

 

보리의 산업화다. 그 앞자리에 전남 영광이 서 있다. 영광은 예부터 보리 주산지였다. 군남, 염산, 백수 등지에 간척지가 많았던 덕이다. 간척지를 중심으로 보리가 대량 재배되면서 영광은 1960∼70년대 녹색혁명의 기수였다.

 

생산량도 높았다. 품질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햇볕의 양이 많은데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특성 덕을 봤다.

 

보리 주산지로서의 명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보리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올해 영광군의 보리 재배면적은 5530㏊. 전국 보리재배 면적의 8.5%에 이른다. 군 단위 재배면적이 이 정도면 주산지 가운데 주산지인 셈이다. 재배면적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에 의해 보리산업 특구로도 지정됐다. 보리 자원화를 비롯 보리식품 가공, 보리관광 그리고 보리를 이용한 축산물 브랜드화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오는 2014년까지 605억원이 투입된다.

 

영광군 대마면 월산리에 '순예담'이 들어선 것도 이의 일환이다. 순예담은 영광산 찰보리만으로 빵과 떡, 호두과자를 만드는 곳이다. 지난해 12월말 공장을 준공하고 올 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찰보리뿐 아니다. 가공에 들어가는 팥과 콩도 직접 재배한 것만 쓴다. 방부제도 일절 넣지 않는다. 친환경 식품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게 흠이라면 흠. 하여, 주문 들어온 양만큼만 반죽하고 빚어서 판다. 그만큼 신선한 식품이다.

 

반죽도 수작업으로 한다. 밀가루 반죽과 달리 기계로 할 수도 없다. 조금씩 자주 반죽을 해야만 한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영양도 만점이다. 찰보리에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베타글로겐이 많이 들어 있다. 쌀의 50배, 밀의 7배 이상이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비만을 방지한다. 비타민 B도 많아 피로를 이기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맛도 좋다. 꺼끌꺼끌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아주 부드럽다. 팍팍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촉촉하다. 어린이 간식이나 노인들의 건강식으로 으뜸이다.

 

찰보리빵과 찰보리떡, 찰보리 호두과자 각 한 세트에 각 1만원. 3종을 섞은 세트 1만원 짜리도 있다. 가격도 싸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은 반드시 다시 주문을 해온다. 입소문을 듣고 멀리서 일부러 사러 오는 사람도 있다.

 

김경순(42) 순예담 대표는 "보리빵과 떡, 호두과자를 향토식품으로 육성하면 농가의 소득증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가공제품 생산으로 찰보리의 부가가치가 적게는 4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보리빵, #보리떡, #영광, #순예담, #김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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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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