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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 각종 주택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걸쳐 분양되지 못한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 일부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면서도, 전반적인 집값 하락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으며,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은 또 다른 '로또'가 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2010년 '다시 부동산을 말한다'를 연재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올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부동산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다룬다. [편집자말]
 지난해 10월 완공된 인천 송도신도시의 거리형 쇼핑몰 '커넬 워크'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텅텅 비어 있다. 창문 뒤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인천 송도신도시의 거리형 쇼핑몰 '커넬 워크'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텅텅 비어 있다. 창문 뒤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 선대식

6일 오후 인천 송도신도시에 지어진 거리형 상업시설 '커넬워크' 앞. 세계적인 건축회사의 디자인 때문인지, 겉모습은 화려했다. 세련된 건물들 사이를 관통하는 널찍한 거리와 수로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쇼핑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상가가 텅텅 비어 있어, '유령도시'를 연상케 했다. 모두 354개의 상가 중 입점한 점포는 8곳에 불과했다. 그중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만 7곳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썰렁한 상가는 부동산 시장 침체 탓"이라고 밝혔다.

그는 "10월 완공된 이 상가는 분양가가 3.3㎡당 2500만 원, 한 점포당 8억 원 내외로 비싼데도, 지난해 3월 부동산 시장 훈풍 분위기 속에서 청약이 완료됐다"며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들 입점하지 못하고 있다, 매매할 때 '피(웃돈)'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밝혔다.

커넬워크의 사례는 한때 아파트 분양 열풍이 불었던 송도·청라·영종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를 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청라지구를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킨다며 이 지역의 분양가 상한제를 풀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분양 물량이 넘치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결국 시장 침체를 이유로 건설사의 오랜 숙원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건설사 분양상담 직원도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 안정화 정책"

 6일 오후에 찾은 인천 청라지구의 한 아파트단지 견본주택이 텅텅 비어 있다.
6일 오후에 찾은 인천 청라지구의 한 아파트단지 견본주택이 텅텅 비어 있다. ⓒ 선대식

정치권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유는 정책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를 광고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견본주택이 몰려 있는 인천 구월동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싼 아파트'라는 홍보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에 분양된 590가구 규모의 '린 스트라우스' 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양도세 면제 혜택(2월 종료)에도 전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 최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임을 내세워 견본주택을 다시 열었다.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한 견본주택 곳곳에는 이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아파트보다 150만~200만 원가량 싸다는 내용의 홍보물이 내걸렸다. 방문객으로 가장한 기자에게 상담 직원은 분양가 상한제의 우수성을 역설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가 치솟자 정부가 분양가를 안정화시키려고 만든 정책이에요. 청라지구에서도 분양가가 1300만~1400만 원 대 이상으로 치솟았죠. 우리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평균 1200만 원 대입니다. 전용면적 102㎡(분양면적 41평)형 기준층 가격이 5억2870만 원밖에 안 합니다. 괜히 비싼 아파트 살 필요 없잖아요."

이 직원에게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 분양가가 오른다는 것은 더 좋은 자재를 쓴다는 것 아니냐"는 건설단체의 주장을 전달하자, "큰 차이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똑같은 아파트를 비싸게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역시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 포스코건설의 '청라 더샾레이크파크' 아파트 역시 분양가가 싸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회사 상담 직원은 "경쟁 아파트에 비해 최대 4천만 원 이상 싸다"며 분양을 권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 청라...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유 없어"

 인천 청라지구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다. 사진은 6일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청라지구 모습.
인천 청라지구는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다. 사진은 6일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청라지구 모습. ⓒ 선대식

정치권과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건설사들의 주택건설 실적이 늘어나 수급불안정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GS건설의 청라자이 아파트의 상황은 정치권과 건설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는 6월 청라지구에서 가장 먼저 입주하는 청라자이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해 2007년 12월 3.3㎡당 평균 1360만 원에 분양됐다. 2009년 5월 분양한 '청라 꿈에그린' 아파트(1065만 원)에 비하면 300만 원가량 비싼 분양가다. 하지만 청약 당시 최고경쟁률 44대1, 평균경쟁률 5.3대1을 기록해 청약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많은 이들이 투자 목적으로 청약에 뛰어들었다. 한때 프리미엄(웃돈)이 1억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웃돈은커녕 분양가보다 더 싸게 팔겠다고 분양권을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청라지구 인근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5억9천만 원대에 분양됐던 145㎡(44평)형의 경우, 7천만 원 떨어진 5억2천만 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3.3㎡당 1200만 원인 주변 분양가에 비해 청라자이의 분양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많은 입주예정자들이 처음에는 '손해보고 팔 수 없다, 입주한 이후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바닥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퍼졌다, 이제는 분양가 이하로 분양권을 내놓겠다는 사람이 늘었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감리자모집공고문에 나온 이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분석할 결과, 건축비가 3.3㎡당 783만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7년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436만 원)보다 300만 원 이상 비싸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건설사들의 막대한 분양수익을 보장해주는 장치라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고분양가 고통을 안긴다.

김성달 경실련 부장은 "현재의 분양가 상한제에 허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분양가를 안정시키는 유일한 장치인 만큼,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기보다는 허점을 보완해 제대로 된 반값 아파트를 내놓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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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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