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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 먼 북어(北魚)처럼
블라디보스토크 연안을 출발
청진 앞바다에서
간신히 물 한모금 얻어마시고
배 밑창에서
똘똘 몸을 말아 숨기고
 
캄캄한 동해 북평항까지
손에 땀을 쥐고
죽은 물처럼 흐르고
흘러 흘러
예까지 왔네.
 
아무리 둘러봐도
낯 익은 얼굴 하나 없는 
내 오마니 쪽빛 치마폭 같은 
자유 품에 한 사흘  
자유의 지느러미 흔들며
참 행복했었네. 
 
시간이 흘러 갈수록
내가 찾은 자유가
그물 속 같아서
눈 먼 북어처럼
자꾸만 어두웠네.
 
자유 찾아
부모 형제 아내 자식
다 버리고 왔으나, 
아무리 따뜻한
자유 품에 안겨도
 
나는 외로와
내 매일밤 흥건한
베개잇 적시는
눈물 바다 속을 
지느러미 긴 그리움
닳도록 헤엄쳤네.
 
어떤 이는 오복을 비는 젯상에
꼭 올려야 한다고,
어떤이는 술이 취해
꼬이고 꼬인 속을 풀어야 한다고,
 
밤이면 꿈길을 거슬러
거슬러 찾아와, 
물에 퉁퉁 불려 
살점 떨어지는 
매질을 가했네.
 
오, 통재라, 
저 엉성한 자유에의 그물망에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 순수한 아둔함이여 !
 


태그:#북어, #통일, #실향민, #귀순자, #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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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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