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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에 있는 J초 교감은 28일 이 학교 S교사를 찾는 전화를 받았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교감이 '누구냐'고 묻자 송화기에선 "신문구독 때문에 전화했다"는 답변이 들렸다. 이 교감이 "학교와 교사 이름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다시 묻자 전화는 딸깍 소리를 내며 끊겼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S교사는 "조전혁 의원의 명단 공개에 대해 별로 걱정 안 했는데 막상 괴 전화 소식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업체 대표 "이번 것은 우편물과 텔레마케팅 위한 최고급 정보"

조전혁 의원이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놓은 교원단체 소속 교사명단 21만명 분.
 조전혁 의원이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놓은 교원단체 소속 교사명단 21만명 분.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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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있는 한 교사는 조전혁 의원이 명단을 공개한 지 이틀만인 지난 21일 오전 수업 시간 중에 협박 문자를 받았다. 송신자 번호로 '010-1234-1234'가 찍혀 있는 핸드폰 창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전교조는 내 아들에게 북침, 빨치산, 성폭행을 가르칠 건가요? 안됩니다."

조 의원의 명단 공개 이틀만에 울산지역 한 교사가 받은 협박문자.
 조 의원의 명단 공개 이틀만에 울산지역 한 교사가 받은 협박문자.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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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경기지부도 최근 한 교사의 항의전화를 받았다. "내가 전교조 교사도 아닌데 왜 미납회비를 내라는 독촉전화가 오느냐"고 따지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회비를 일괄 수납 받는 전교조에는 미납자가 생길 일이 없다.

경기지부 관계자는 "상황을 알아본 결과 이 교사가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은 때는 조 의원의 명단공개 전인 듯하다"면서도 "앞으로 교사들이 보이스 피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 의원이 지난 19일 학교명과 교사 실명, 담당교과, 가입 교원단체가 실린 교사 개인정보 21만 건을 인터넷에 올린 뒤 상술과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교총과 전교조에 따르면 정보 노출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의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오고 있다고 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명단이 공개된 뒤 스토킹에 시달린 경험이 있는 듯한 한 여교사가 교총 홍보실로 전화를 걸어 '어떤 남자가 학교로 찾아올 같아 두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잡상인들이 호시탐탐 학교를 노리고 있는데 이번에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교원단체 명단 노출 행위가 벌어짐에 따라 피해사례가 속출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교를 상대로 건설소개업과 방과후학교 사업을 병행해 온 한 교육업체 대표는 "업체들로선 교사 정치성향에 따른 나이, 구매력까지 알 수 있으니 우편물 작업과 텔레마케팅을 위한 고급 자료를 갖게 된 것"이라면서 "이런 정도의 구매력 있는 교사들 자료는 보험회사나 화장품 업체에겐 최고급 정보"라고 귀띔했다.

이번 6.2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조 의원 사이트에서 우편작업 등을 위한 교사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속출에 '스승찾기 서비스'도 중단한 교과부

현재 교과부는 2001년 시작한 스승찾기 서비스를 사실상 폐쇄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교사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조 의원에게 교원단체 명단 자료를 제공한 곳은 다름 아닌 교과부였다.
 현재 교과부는 2001년 시작한 스승찾기 서비스를 사실상 폐쇄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교사의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조 의원에게 교원단체 명단 자료를 제공한 곳은 다름 아닌 교과부였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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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범죄 악용이 우려되는 점이라는 게 교원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과부와 16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2007년쯤 공식 사이트에서 '스승찾기 서비스'를 사실상 중단했다. 교사 명단만 치면 학교를 알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시스템이 2001년 시작 이래 범죄 도구로 활용된 사실이 여러 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부산 북부경찰서는 교육청 스승찾기 서비스를 통해 교사 명단을 알아낸 뒤 은사를 찾아가 8000만 원을 가로챈 이아무개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도 2008년 이미 폐쇄된 스승찾기 서비스 자료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삭제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법원의 공개 금지 판결을 두 차례나 어겨가면서 억지를 쓰고 있는 조 의원의 행동은 범죄를 도와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하루 3000만원의 강제 이행금 처분을 받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의원들과 인사하며 경례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 하루 3000만원의 강제 이행금 처분을 받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의원들과 인사하며 경례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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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원단체 명단공개, #조전혁,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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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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