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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MBC 사장 김재철 씨가 MBC 노조 이근행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1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또 이들 13명과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2명, 비전임 집행부 3명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고소하는 것인가? 시청자 입장에서 공영방송 MBC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사람은 노조가 아니라 김재철 씨다. 김 씨야 말로 MBC 구성원들을 파업으로 내몰아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게 만든 장본인 아닌가?

 

MBC 노조의 파업이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저항하기 위한 '배수의 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김우룡 씨를 비롯한 방문진 친여이사들이 엄기영 사장을 기어이 몰아내고 사장자리에 앉힌 사람이 김재철 씨다. 김우룡 씨는 이른바 '큰집 조인트' 발언으로 김 씨가 이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재철 씨는 '큰집 조인트'는 사실이 아니라며 김우룡 씨를 고소하겠다고 공언한 뒤 차일피일 고소를 미루고 있다. '큰집 조인트'를 사실상 시인한 꼴이다.

 

게다가 김재철 씨는 김우룡 씨가 보도본부장으로 밀어붙였던 황희만 씨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하겠다'고 노조와 약속해놓고, 오히려 황 씨를 보도와 제작을 총괄하는 부사장 자리에 앉혔다. 이렇게 MBC 노조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되레 '업무방해', '불법파업'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낙하산 사장' 김재철 씨가 이토록 뻔뻔하고 기세등등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큰집'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 스스로도 'VIP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하지 않는가? KBS에 이어 MBC마저 장악하겠다는 이 정권의 끝없는 탐욕이 '낙하산 사장'을 통해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낙하산 사장을 '조인트 까고' 매질해서 노조 파업을 짓밟는다 해도 MBC를 쉽게 장악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MBC 노조와 싸우는 게 아니다. 공영방송이 권력에 장악되지 않기를 바라는 국민들과 싸우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MBC를 지키겠다'는 파업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MBC 구성원들의 결연한 의지는 날이 가면 갈수록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격려의 글과 후원금이 답지하고, 심지어 파업으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이 차질을 빚자 '재방송 시청으로 파업을 응원하겠다'고 나섰다.

 

설령 이명박 정권이 '낙하산 사장'을 통해 노조원들을 고소, 징계하고 나아가 공권력으로 짓밟는다 해도 MBC를 쉽게 장악할 수 없을 것이며,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행태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낙하산 사장' 김재철 씨에게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자존심이 남아있다면 이쯤에서 '낙하산 사장' 노릇을 멈추라. 노조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사장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마지막 양심을 지키는 길이자 명색이 'MBC 출신'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김 씨가 기어이 이명박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면 국민들은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김재철, #고소, #MBC노조, #방송장악, #공영방송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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