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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불단 위에 나찰녀 같은 누드의 여자를 올려 놓고
사진을 팍팍 찍어대는 김아타(金我他)
이름 그대로 부처가 아닌가,
에덴 산동네에 사는 이브들과 아담들이 
옷을 벗어던지고 제 마음 대로 뛰어놀게 하니 
이번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시조, 아브라함이 되네,
현란한 백화점 안으로 큰 카메라를
실버 스텐론이 기관총을 맨 것처럼,

높이 치켜들고 들어가서
진열 유리관 속의 상품들을
제 멋대로 다 빼어내고 남녀 경계 없이
왕창 구겨서 진열해 디스플레이를 해서
작품 사진이라고 찍어, 세계 그림 시장에서
제 마음대로 가격 매겨 사고 파니
이번에는 지상 최고의 악덕 포주가 되네,
세상은 시간 여행, 박물관은 거대한
우주의 인큐베이터 속이라고, 
시간의 여관만한, 유리 박물관 속에
작품 살 사람 한 명도 남겨두지 않고
칸 칸이 구겨 넣고 자물쇠 채워,
찰칵 찰칵 사진만 찍어대며,
나물 먹고 물만 마셔도 
작품만 있으면 배가 부르다네.
- 송유미<시간의 여관 주인-김아타>

김아타 사진 작품
 김아타 사진 작품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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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추억은 불행까지 감미롭다고 했던가. 하물며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은 현재의 불행을 망각케 하는 아편과 같은 힘이 있다 하겠다. '마르티 알리스'는 '지나가 버린 생활을 즐기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다'고 말하지 않는가.

세계적인 10대 미술 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김아타(옛 이름 김석중) 작가를 만난 시기는, 그의 작품을 아무도 인정해 주려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애를 쓰는 듯한, 상품 위주 사진 예술 분위기가 흐르는  듯한, 90년 초반 그 무렵으로 기억한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소재 지방 은행 지점 건물 2층에 있는 그의 작업실(갤러리 포함)에서였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그것은 내 뇌에 파문을 던지는 굉장한 충격적인 작품들이었다.

난 사진에 특별한 조예가 있는 사람은 아니나, 그의 작품은 나 같이 사진 문외한에게 마저 뭔가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그후 나는 그의 작품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그리고 내 기억으로는 빈번하게 그를 찾아가서 그의 사진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 애를 썼다.

그리고 그의 작업실에 내가 아는 지인들과 허물 없이 놀러 갔다. 마치 나는 내가 이렇게 좋은 사진 작품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듯 말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텅 비어 있는 웃음(?)'으로 늘 반겨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특별한 인연이 아닌 처지에 무척 실례였는데, 그는 단 한번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시집을 발간한 바 있었다. 그래서 시를 쓰는 나에게 그처럼 관대했을까. 한 번도 물어 본 적은 없지만, 분명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당시 시에도 사진만큼 관심이 많았을 그가, 나의 거친 시어와 같은 무례를 넓게 수용한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김아타 인터뷰가 실린 글, 인쇄 직전 삭제 당했다

어쨌든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는 행운이었으나, 이 행운을 누가 시기라도 하는 듯, 내가 97년도 P시의 예산으로 발행 되는 P 잡지에 편집장으로 일하게 되었고, 나는 그의 작품과 그를 인터뷰해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도 내가 작성한 인터뷰 기사도 인쇄 직전에서 삭제되고 말았다.

삭제된 이유는, 잡지의 중책을 맡은 이가, 김아타씨의 작품은 절대 게재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삭제된 이유를 말해 달라고 했다. 그 삭제 이유는 너무나 황당하고 너무나 놀라움 자체였다. 김아타 작가의 작품은 아직 작품이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그 일로 나는 그에게 정말 다시 볼 면목이 없게 되고 만 적이 있었다.

왼쪽 김아타 가운데 김선학 부산 시립 미술관 학예사(curato) 옆 자리의 김형술 시인외 함께 한 시간
 왼쪽 김아타 가운데 김선학 부산 시립 미술관 학예사(curato) 옆 자리의 김형술 시인외 함께 한 시간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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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그런 일 조차 개의치 않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그의 사진 작품들은, 이미 미국의 뉴욕 그림 시장에서 인기를 폭발적으로 얻고 있었고, 국내에서 보다 그의 작품은 국외에서 많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그의 승승장구에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추억을 더듬으면 그는 클래식 음악에 상당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금정구에서 이사한 해운대구 중동 소재의 바다가 보이는 갤러리에는, 항상 공간 가득 아름다운 고전 음악이 바다물결처럼 흘러다녔다. 나는 그의 전시가 특별하게 걸려 있지 않는 날은, 그의 공간을 빌려, '시와 사진과 음악이 만나는 밤'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도 열었다.

그의 작업실은 종종 이렇게 부산 지역 문화예술을 위해 무료 대여되기도 했다. 그러나 늘 그에게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물론 한 번도 경제의 어려움 따위를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가 임대한 작업실 대여료를 제때 낼 수 없을 때가 많은 것을 지켜보면서 내가 도울 방법이 없음을 안타까워만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어제의 그가 아니다. 그는 뉴욕에서 세계적인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시를 열고 있고, 전시하는 작품마다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그 당시 그는 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난 그때 그의 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 매니저가 되어달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그의 말을 진중하게 생각해서, 그의 작품 매니저가 되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좋은 조건의 직업을 갖고 살고 있었으리라…. 사람에게는 평생 기회가 세 번 온다고 하는데, 나는 그 한번의 기회를 스쳐지나버린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나는 사진작가라고 생각 않는다, 나의 표현 매개가 사진이다

그는 내가 지켜본 바로는 자신에게 겸손하고 항상 노력하고, 타인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와의 대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 사진작가라고 생각지 않아. 다시 말해 작가란 말에 의미 부여를 하지는 않지. 사진이란 자체는 내게 목적이 아니야. 사진은 나의 표현 매개야. 다른 예술의 경우도 그렇겠지. 현대 회화는 일차성은 벗어났다고 봐. 나는 사진을 이렇게 말하고 싶어. 글을 쓸 때 펜이 필요하듯. 나에겐 사진이 펜이라구."

어느해 김아타 작업실(갤러리)에서 검은 테 안경 쓴 사람이 김아타 사진작가, 그리고 가운데 이정주 시인과 함께 한 시간 중에서....
 어느해 김아타 작업실(갤러리)에서 검은 테 안경 쓴 사람이 김아타 사진작가, 그리고 가운데 이정주 시인과 함께 한 시간 중에서....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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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대한 사랑은 김아타의 일관되게 추구해 온 작업의 주제다. 그런 까닭에 그의 작업은 단순한 사진 예술로 규정 짓기 어렵다.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 고민하고 아파하고, 몸부림하는 모습들을 김아타는 충격적· 실험적 ·전위적으로, 그의 실존 카메라로 담아낸다.

그래서 김아타의 작품들은 일반인에게 난해하다. 어렵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김아타의 사진을 단순 보기에서 끝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무얼까. 이는 김아타의 실존의식의 코드와도 에꼴이 된다.

김아타의 작품의 밑그림으로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실존적 상징 체계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자연스레 허물어 버린다. 그의 카메라에 의해, 돌멩이 인간 풀 꽃 바다 강. 파편처럼 우주 속에 널려 있는 사물들을 핀셋으로 집어내 다시 유리관에 넣음으로써, 무의미를 무의화한다.

김아타의 뮤지엄 프로젝트는 바로 인간의 존재에 관한,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보고서이고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유물이고 역사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주장처럼 뮤지엄 프로젝트 작업들은 한 마디로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시간의 여관(김작가의 말을 빌리면)'에 잠시 머물고 있는 유한한 인간 존재의 메세지들을 현재의 시간에서 간단하게 밀랍화· 화석해 버리는 상상의 과감 또한 혁신적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들을 인간에 대한 끈질긴 '사랑의 집념도'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를 담아 내는 방법 또한 해체적이다. 이에 야기되는 기존 세계와 새로운 세계의 질서의 혼란스러움 또한 대중의 몫으로 이양된다. 즉, 김아타의 사진 작품은 '보기'에서 '읽기'로 만드는 비의가, 그의 사진의 덕목이다. - 송유미 <김아타 사진론> 중

김아타 사진 작품
 김아타 사진 작품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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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나올 때 회화는 죽었다고 말했어. 사진이 가지고 있는 덕목은 사실 그 자체일 거야. 그리고 사진은 현실이 없지. 촬영을 하는 순간 과거가 되는 거지."

그렇다. 그의 말처럼 우리 삶 또한 사진과 같다. 지금 이 머물고 있는 순간, 과거가 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는 현재의 거울이지 않는가.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가 없는 추억이란 '시간의 여관' 속에서는, 늘 과거와 현재는 둥근 시간이 된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는 미래 역시, 우리의 삶 속에서 항상 과거를 만나 흘러오기에….

그는 분명 내 인생의 한 부분 참 소중한 사람이며, 참된 예술가는 이런 것이라고, 무언으로 가르쳐 준 선생이자, 예술이라는 동도의 벗이었다. 그러나 지구촌이 시간의 여관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 짧지도 길지도 않는 그 만남의 길이는, 어느 날 오후 한때 졸음에 겨워 듣는 '목신의 오후'와 같은 음악의 잔물결과 같았을지도….   

악덕포주란 칭이 마음에 걸려, 김아타 작가에게 물었더니,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니...정말 난 그의 작품 깊이처럼 그를 알것 같으면서 모르겠네.
 악덕포주란 칭이 마음에 걸려, 김아타 작가에게 물었더니,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든다니...정말 난 그의 작품 깊이처럼 그를 알것 같으면서 모르겠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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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아타/1956년 경남 거제 생. 창원대학교 기계공학과, 2006 "ON-AIR",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solo, New-York 2005 "The Museum Project" APERTURE FOUNDATION, NEW YORK 2002 영국 파이든 프레스 브링크(Phaidon Press Blink) 선정 세계 100대 사진가. 예술가로서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사진전시관인 미국 뉴욕의 세계사진센터에서 ‘Atta Kim:On-Air’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진행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이름을 떨친 백남준 선생님의 뒤를 이은 우리나라 예술의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전시를 뉴욕타임즈는 최고의 전시라는 찬사와 함께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보도했다. ‘김아타의 작품은 덧없는 인간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이루는 철학적 사고는 극히 참신하다.' 김아타 작가의 이름의 ‘아타(我他)’는 ‘너와 내가 같다’는 의미를 담았고, 작가 스스로 지은 이름으로, 너를 우주로 해석을 한다면 내가 곧 우주와 같다라는 의미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태그:#김아타, #사진, #박물관,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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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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