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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봅니다. 길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며, 개나리, 아카시아, 진달래를 보니 무심한 제 마음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스며들어오는 듯 합니다. 제가 사는 창원은 엊그제부터 피기 시작한 벚꽃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흡사 팝콘을 터트려 놓은 것 같습니다.
 
한 번에 펑펑 터지는 걸 보니 팝콘이 생각난다고 하자, 옆에 있던 위로 띠동갑인 선생님 한 분이 "강냉이가 터진 것 같지 않아?"하며 세대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하시더군요. 또 다른 선생님 한 분은 "동막골 생각난다. 벚꽃 떨어지면 하늘에서 팝콘이 떨어지는 거야?"하며 즐거운 상상을 유도하셨고요.
 
아, 벚꽃이 팝콘이면 벚꽃 아래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입 벌리고, 또 한 잔 마시고 입 벌리면 딱이겠습니다. 그러면 벚꽃 떨어지는 게 그다지 아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아요.

 

 

벚꽃 핀 모습에 황홀경

 

이번에 통합시로 결정이 난 마산, 창원, 진해에는 벚꽃이 많습니다. 특히 진해는 늘 봄만 되면 벚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요. 올해는 초계함 침물 사건으로 조용히 치러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이쪽에 벚꽃길이 많은 이유는 마산, 진해가 일제 강점기 시절 선박장이었던 데다 특히 진해를 교두보로 삼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와~ 예쁘다'하다가도 괜시리 심통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꽃이 핀 모습을 보면 그 황홀한 광경에 넋을 놓고 마는데요. 봄이 되어도 꽃을 피우지 못한 벚꽃나무들이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인 창원시 용호동에 새로 조성된 '문화의 길' 벚꽃나무들이 바로 그 친구들입니다. 사실 말이 문화의 길이지, 전혀 문화적이지 않은 길인데요. 유흥문화, 상업문화의 '문화'라면 틀린 말은 아니겠습니다.

 

트리 조명으로 피지 못한 벚꽃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창 벚꽃이 필 시기에도 줄기가 휑하니 겨울나무 같습니다. 옮겨 심어졌을 때만해도 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몰랐어요. 가지 끝에 듬성듬성 벚꽃이 피어 '아~ 벚꽃나무구나'했습니다. 

 

이 친구들이 꽃을 피우지 못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트리 조명 때문인데요. 나무를 칭칭 감아놓은 트리 조명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줬던지 트리가 있는 곳에는 꽃이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2004년 산림청이 국립산림과학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나무에 심각한 스트레스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로수 조명 장식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답니다.

 

 

낮에 찍은 사진을 보면 같은 길에 심어진 다른 벚꽃나무에는 꽃이 피었는데 바로 옆 트리 조명을 한 나무에는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생명은 위대한지라 트리가 없는 줄기에는 듬성듬성 꽃이 피었습니다.

 

 

간혹 겨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거리마다 나무에 트리 조명을 하기도 하는데요. 한때 기분에 하루 이틀 매달아 놓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1년 내내 밤마다 켜놓는 트리 조명이 왜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걸로 부족한 걸까요? 트리 조명에 신음하는 나무가 꽃을 피우고 싶다고 소리없이 절규하는 게 들리지 않나요?

 

트리 조명은 낮에 보면 흉물스럽고 밤에도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설사 백번 양보해서 밤에 조명을 단 나무가 보기 좋다고 해도 눈 조금 즐겁자고 나무도 괴롭히고 전기도 낭비하는 걸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제발, 트리 조명 좀 떼어내 주세요. 꽃은 피어나야 합니다.


태그:#벚꽃나무, #트리 조명, #창원시 용호동, #문화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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