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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솜사탕 장수를 길에서 마주했다.
 참 오랜만에 솜사탕 장수를 길에서 마주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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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동네가 워낙 촌구석이라 지금의 초등학교(옛 국민학교)에 가려면 구비구비 논길과 흙먼지 풀풀날리는 비포장길을 걸어 다리도 건너고 산고개를 너머야 했습니다.

당연히 그 길에는 흔한 가겟집 하나 없었고, 학교와 버스정류장 앞에 문방구와 가게(슈퍼마켓)가 있었지만 용돈이 없어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간혹 학교 앞에 특히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날에 이런저런 장수들이 몰려와 좌판을 벌이고 신기한 장난감 등을 선보여 아이들을 유혹했습니다.

그 중에 하늘구름 같은 빨갛고 노랗고 파란 솜사탕이 다른 것들보다 눈에 띄었습니다. 입안에서 순식간에 사르르 녹는 달콤한 솜사탕을 먹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번 수중엔 솜사탕을 사먹을 동전도 딱히 솜사탕을 맛나게 먹어본 기억도 없어, 솜사탕 장수의 현란한 손놀림과 재주를 눈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하곤 했습니다.

어느덧 자라 솜사탕 하나 그냥 사먹을 수 있지만, 요즘에는 그 옛날 솜사탕 장수들을 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놀이공원에나 가야 보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세월도 흐르고 세상도 변해 홀연히 사라진 솜사탕 장수를, 오늘 아침 도서실에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마주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솜사탕 장수는 쪼그리고 앉아, 솜사탕 막대기로 쓰이는 나무젓가락을 하나씩 뜯고 있더군요. 오가는 이들도 없고 아이들의 하교시간도 남아 있어 장사 준비에 바빠 보였습니다.

도서실 에서 책을 반납하고 돌아가는 길에도 다시 볼 수 있었는데, 그새 솜사탕을 가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모습이 짠하기도 했지만 '솜사탕 장수도 백수인 나의 인생도 달콤했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주머니에 100원짜리 동전하나 없어 추억의 솜사탕을 사먹진 못했지만.

도서실에 책을 반납하고 돌아가는 길, 솜사탕이...
 도서실에 책을 반납하고 돌아가는 길, 솜사탕이...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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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솜사탕, #추억, #달콤,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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