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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붙잡지 못한 죄 어찌 할꼬."

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박석(바닥돌)에 새겨진다. 노무현재단은 국민 후원으로 1만5000개의 박석 기부·추모문구를 받는 캠페인을 마감하고 3월부터 시공작업에 들어갔다. 경남 진영읍 봉하마을 묘역에는 추가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노무현 재단은 21일 추모 문구 일부를 공개했다.

노무현재단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국민 참여'로 이루어진 1만5000개의 박석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국민 참여'로 이루어진 1만5000개의 박석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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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는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고 썼다. 이 말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노 대통령 서거 당시에 했던 말인데, 이희호씨는 박석에 새겨질 글을 친필로 썼다.

종교 지도자들도 아픔을 나타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지관 스님은 "갔지만 가지 않았네. 국민을 위한 불멸의 그 열정은"이란 뜻의 말을 친필 한자(一念普觀三世事 無去無來亦無住)로 써서 재단에 보내왔다.

원불교 최고 지도자를 지낸 좌산(左山) 이광정 상사는 "엄청난 정치적 수난을 겪으면서도 얄팍한 현실주의에 영합하지 않고 끝까지 원리원칙으로 이 시대의 중요한 가치를 일관되게 지키면서 역사적 과제들을 해결했고 그 기반을 조성한 대통령"이란 장문의 추모 문구를 친필로 보냈다.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은 더 마음이 아프다. 한명숙 전 총리는 "당신의 뜻 우리가 이루겠습니다"고, 이해찬 전 총리는 "사람사는세상! 당신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는 문구를 각각 썼다.

노 전 대통령의 고교 선배였던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은 "벗으로 꿈으로 푸르름으로 늘 함께 하는 님이여"라고, 감사원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 한승헌 변호사는 "그대의 꿈 만인의 가슴에, 당신의 사랑 역사의 숨결"이라고, 국정원장을 지낸 고영구 변호사는 "참으로 훌륭한 생애셨습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오는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이전에 마무리 될 묘역 추가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한 석공이 '국민 참여'로 모아진 박석에 들어갈 문구를 새겨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5월 23일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 이전에 마무리 될 묘역 추가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한 석공이 '국민 참여'로 모아진 박석에 들어갈 문구를 새겨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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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제 편히 쉬십시오"라는 짧은 한 마디로,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죽어도 사랑할 겁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의 우상, 내 청춘의 모든 것"이란 문구에 못 다한 사연을 담았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지인들도 가슴으로 쓴 추모문구를 남겼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당신의 뜨거웠던 삶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힘든 고통도 나누려 했습니다"란 말을, 김정길 전 의원은 "영원한 내 친구, 평생의 동지"라는 문구를 남겼다.

고등학교 동창으로서 오랜 세월 친구로 깊은 교분을 나눈 원창희씨는 "친구, 당신을 붙잡지 못한 죄 어찌할꼬. 평생 이루고자 했던 아름다운 꿈, 사람 사는 세상은 우리가 이루겠네"라는 통한의 문구를 남겼다. 오랜 기간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는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내 영혼"이란 문구에 아쉬움을 담았다.

퇴임한 뒤 마지막까지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들의 추모 문구 역시 마음에 품은 채 끝내 전하지 못했던 한 마디를 담았다.

"함께 해서 행복했어요"(윤태영·문용욱), "함께한 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김경수), "다음 생에도 당신과 함께이고 싶어요"(양정철).

김우식 전 비서실장은 "귀한 뜻 결실을 위해", 유시민 전 장관은 "님은 바람을 거슬러 난 큰 새였습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따라 살진 못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로 고인을 애도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용서는 가장 아름답습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당신의 꿈을 가슴에 담습니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는 "통일이 되는 날, 다시 오소서"라는 문구를 남겼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불의에 맞서 승리하는 역사, 우리가 만들겠습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은 "국가균형발전의 꿈,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당신처럼 살겠습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들어설 박석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들어설 박석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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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들의 추모문구는 시를 뺨칠 정도로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많다.

"농사짓는 사람 마, 그대로 두지. 가신님 애달파 부엉이도 울고." "한 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바람이 되셨나요? 전 바람개비가 되어 그 바람을 퍼뜨리겠습니다." "꽃 한 송이 스러지며 희망의 꽃씨 날려, 새 봄 수천 송이 꽃 피어 나리." "첫사랑 그대, 편히 쉬세요. 바람이 불면 오신 줄 알겠습니다."

"내 마음속에 망명정부 하나 있어 비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망명한다, 내 마음속 대통령에게로." "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당신편입니다. 자연의 한 조각으로 다시 만나길." "다 버린 당신께 내 마음을 드립니다." "그리움 담아 눈물 모아 그저 얇은 돌 하나 당신 곁에 놓습니다."

"당신은 가슴속의 바람소리."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 "존경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온 몸과 마음으로 알게 해주신 노무현, 난생 처음 날 웃게 만든 정치인 노무현, 난생 처음 날 울게 만든 정치인 노무현." "더디 가도 사람생각." "담쟁이 잎 하나는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함께 가면 길은 등 뒤에 생긴다." "삶이 온통 역사이셨네." "부서질 걸 알면서도 거세게 부딪쳤고, 짓밟힐 걸 알면서도 기꺼이 내주었다. 최고에 올라서도 스스로 낮아졌고, 바보라는 별명조차 더없이 좋아했다. 영원히 함께 하련다. 바보 노무현."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별을 잡은 바보."

노무현재단의 묘역조성위원장인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시민들에게 박석 참여 기회를 양보하는 의미에서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재단은 지난 해 12월 14일부터 노 대통령 묘역 주변에 추모글씨와 이름을 새겨 시공할 박석 1만개(개당 5만 원 이상)를 선착순으로 기부 받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런데 캠페인을 벌인 지 2주 만에 1만개가 마감돼, 설계를 변경하면서까지 5000개를 긴급 추가했다.

노무현재단은 박석 후원금으로 기부된 돈만 9억여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아름다운봉하)은 4월 말까지 묘역조성과 박석 시공을 마칠 계획이다. 노 대통령 묘역 추가 공사는 서거 1주기인 5월 23일 이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태그:#고 노무현 대통령, #바닥돌, #봉하마을, #노무현재단, #봉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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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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