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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을 퇴직을 한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퇴직을 하고 나니 퇴직 스트레스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38년 동안을 매일 출근을 하다가 갑자기 나가지 않자 먼저 규칙적인 생활이 안 되어 몸에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정신은 환각상태인 것처럼 몽롱하고 몸도 고장난 자동차처럼 움직이기도 싫고 말이 아니었다.

 

  또한 매일 집에 있으니 아내와의 갈등이 많았다. 조그만 일 가지고도 다툰다. 아내도 정년퇴직한 나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집에 죽치고 있으니 괜스레 미운가 보다. 말 한 마디가 좋게 나오지 않았다.

 

  광주광역시 삼도에 다문화가정의 애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새날학교가 있다. 학교가 세워진지는 한 삼 년 쯤 되었고 지금 학생 수는 100여 명 쯤 된다.

 

  퇴직 전부터 퇴직 후에는 그 학교에 나가서 봉사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난 2월 1일부터 그 학교에 나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출근할 때 광주지하철을 타고  평동공단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휩싸여  새날학교에 출근하면서 얼마나 큰 행복을 느꼈는지 모른다. 비록 자원봉사이지만은 일터를 향해서 출근하면서 바로 그 것이  큰 행복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퇴직 전에는 일하는 것이 싫증나서 빨리 퇴직해 버리고도 싶었지만 퇴직 후에 일을 바라보니 일이 바로 행복이었다.

 

  새날학교에서 반달 쯤 지나자 일을 맡겨 주었다. 이주여성(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시집 온 여성)들 한글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주여성 2명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레티홍은 베트남의 북부 하이폰에서 왔으며 이제 한국에 온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한국말을 전혀 못한다. 영어도 통하지 않고 한문도 통하지 않아서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강해서 가르쳐 주면 열심히 한다. 강명월은 중국의 하르빈에서 온 중국여성이다.  강명월은 조금 일찍 들어와서 한국어 실력이 레티홍보다는 더 나았다. 이들은 둘 다 90년생으로 우리나이로 21살인데 자기들 남편들은 39살, 38살 먹었다고 한다.

 

 

  90년생이면 우리나라로 하면 이제 대학 2학년에나 다닐 나이인데 먼 타국까지 와서 나이 많은 남편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가여웠다. 이들은 고등학생정도의 의식을 가진 귀여운 소녀들이다. 나는 이들이 내 딸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에서의 친정부모 노릇을 하기로 했다.

 

 퇴직하고 보니 지난 38년의 직장생활에서 좋았던 점 보다는 후회와 회한이 앞서고 상처 받았던 일 때문에 괴로웠다. 새로운 인생 3막에 도전하겠다는 내 의지를 과거의 직장생활의 회한이 가로막고 있다. 지난날의 직장을 빨리 내 뇌리에서 지워버려야겠다. 가급적 전 직장동인들 하고의 관계도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그 것을 새날학교가 도와주고 있다. 집에 있으면 과거의 회한과 상처로 괴롭지만은 새날학교에 나와서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다 보면 과거의 상처들이 생각나지 않아서 좋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잘 가르쳐서 이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살아준다면 그 일도 얼마나 큰 보람인가.

 

 광주 새날학교 학생들 개개인을 살펴보면 거의 다 결손가정 애들이다. 외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들어 온 애들이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의 제도권 교육을 받을 수도 없지 말이 안 통해서 한국사회에 쉽게 동화할 수도 없다. 이들을 내버려 둔다면 이들은 비행청소년이 되고 범죄인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이들을 새날학교가 안아주어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해 가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다문화, 세계화 시대에 새날학교 같은 다문화교육기관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에 와서 장난치며 노는 애들이 너무 귀여웠다. 애들도 집에 있으면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 속에서 답답할 텐데 학교에 오면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니 좋은 가보다. 내가 가르치는 이주여성도 학교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는 시어머니, 시아버지 등 어른들에 휩싸여 대화할 사람도 없지만은 학교에 오면 같은 나라에서 온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서 애기할 수 있으니 좋은가 보다. 나도 또한 좋다. 아침에 출근해서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오후 3시에 퇴근해서 집에 오는 길이 마냥 행복하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새날학교 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했을 때 그 애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퇴직 후의  내 삶은 봉사활동으로 채우고 싶다.  퇴직 전처럼 남이 알아주고 명예롭다는 일에 목매달지 말자. 직장생활 40여 년 동안 직장일과 명예욕 만을 위해서 처절하게 몸부림 쳤다. 이제는 그런 삶은 놓고 싶다. 이제는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이 사회의 소외자 편에서  그 들과 친구가 되고 내 마음에 보람을 느끼며 가슴 따뜻하게 살아가자.


태그:#다문화, #새날학교,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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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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