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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판사가 근친관계에 있는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1·2심 판결을 뒤집고,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증인이 법정에서 처음부터 거짓으로 진술할 명백한 의사가 있었다면,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알려줬는지 아닌지는 위증죄를 구성함에 있어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P(41,여)씨는 2006년 4월28일 서울북부지법 법정에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전 남편 L씨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자신은 조수석에 있었음에도 자신이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이라고 거짓 증언을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인의 의무로서 ▲출석의무 ▲선서의무 ▲증언의무를 규정하고, 증인의 권리로서 증언거부권과 비용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160조는 증인이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에 해당하는 경우 재판장은 증인신문 전에 증언을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며 진술거부권 고지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P씨는 위증 혐의로 기소됐으나,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이승철 판사는 2007년 4월 P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P씨는 L씨의 전처로서 근친관계에 있었으나, L씨의 음주운전 사건 재판장이 P씨를 증인으로 신문함에 있어 근친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진술거부권을 고지함이 없이 선서를 시킨 후 증인신문을 진행한 게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 판사는 "형사소송법상 근친자로서 증언거부권을 가지는 증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선서를 시키고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증언거부권의 규정취지를 정면으로 몰각시키는 것으로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라며 "증언거부권의 고지 없이 증인 선서가 이루어진 이상, 설령 증인이 허위진술을 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으나, 서울북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윤기 부장판사)는 2007년 7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증언거부권의 입법취지는 친족 등이 증인의 증언 의무에 따라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서 위증죄의 처벌을 모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고, 이는 증인의 권리"라며 "증언거부권의 고지는 증언거부권에 대한 절차적 보장을 의미하므로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선서를 하게하고 증인신문을 한 경우 이 선서는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 "증언거부권 고지 받았어도 허위진술 할 만한 정황 있는지 판단"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전 남편의 음주운전 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P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증언거부권 고지 제도는 증인에게 침묵 또는 진술할 것인지에 관해 심사숙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함으로써 침묵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장이 신문 전에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증언 당시 증인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았더라도 허위진술을 했을 것이라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증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씨의 전처인 피고인은 1심 공판기일에 재판장이 '증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증언을 거부했을 것이냐'는 실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증언했을 것'이라고 답변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는 피고인이 증인 선거 전에 재판장으로부터 증언거부권을 고지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증언거부권이 침해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증언거부권의 침해 여부에 관한 여러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위증죄의 성립을 부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으니, 원심의 판단은 위증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증언거부권, #위증죄, #형사소송법, #증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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