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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거래에 능했던 K(45)씨는 최근 뜻하지 않는 봉변을 당했다. '인터넷거래의 고수'임을 자부하던 그가 사기꾼에게 걸려 순식간에 880만 원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K씨는 요트와 윈드써핑, 수상스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취미생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장비 등을 사던 그는 최근 좀 더 속도감 있는 취미를 꿈꾸다 오토바이(바이크)에 눈을 돌렸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 중고 직거래사이트인 파쏘를 통해 바이크를 알아보던 그는 꿈에 그리던 유명 바이크 '할리데이비슨'을 찜했다. 4200만 원 짜리 2007년산 물건이 2500만 원에 급매물로 나왔던 터라 겁없이 덤벼든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사기꾼의 수법에 교묘히 놀아난 그는 아직도 믿기지 현실을 이렇게 회상한다.

"2월 16일 오전 8시에 사이트에 접속하니 새로운 매물이 떠있어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부터 가격흥정에 나섰죠. 구매의사를 밝힌 댓글이 여러개 달렸고 구입의사를 밝히고 가격을 더 깎아 줄 것을 요구하자 판매자가 오히려 화를 내더라고요. 사정이 급해 좋은 물건 싸게 내놓은 것인데 공으로 먹으려고 한다며 전화를 끊어 어이 없었죠."

그런데 오후 6시 판매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엔 화를 내서 미안하다. 혹 물건에 관심 있으시면 화물로 보내 드릴 테니 물건보고 맘에 들면 결정하고 뒤에 돈 보내 달라."

바이크는 택배가 아닌 화물로 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K씨는 판매자가 초짜가 아님을 직감했다. 그도 인터넷 직거래를 많이 해본 터였고, 손해볼 것이 없겠다 싶어 판매자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고.

화물기사와 판매자, 2인 1조에게 사기 당하다

유명 바이크 '할리데이비슨'
 유명 바이크 '할리데이비슨'
ⓒ 파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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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화물기사라는 사람이 K씨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6시30분쯤 해남에서 여수로 출발하는데 여수 약도와 주소를 불러 달라"고 했다. 화물기사는 3시간 후인 10시쯤 바이크가 도착할 것이라 알려줬고, K씨는 시청 앞에서 화물기사를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1시간쯤 뒤 판매자에게 또 전화가 걸려 왔다. 판매자는 "고가의 바이크를, 믿고 화물로 보냈는데 선납금이라도 송금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K씨는 '지금 송금을 해버리면 안 되겠다' 싶어 인터넷에서 판매자 이름을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지난 설날 무렵 그 판매자가 바이크를 판 사실이 검색됐고, 댓글 등을 봤을 때 문제가 있는 판매자는 아닌 듯싶어 의심은 접었다.

그 후 얼마쯤 지나 화물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사장님 강진을 지났으니 2시간 후쯤 도착예정입니다." 그후 8시30분쯤 판매자에게 또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사장님을 믿고 고가의 바이크를 보냈는데 계약금이라고 좀 보내야 맞는 것 아닙니까? 이것이 상도의 도입니다."

K씨는 화물기사가 물건을 가지고 오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고, 판매자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계약금으로 판매금액의 30%인 880만원을 판매자에게 입금했다.

이후 도착 예정시간인 10시쯤 화물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신풍공항쯤이라고 해서, K씨도 약속장소로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화물차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K씨는 화물기사에게 전화를 했고, 화물기사는 "길을 잘못 들어 약속장소를 지나쳤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K씨는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판매자는 "아직도 못 받았느냐"고 했고, 그게 그와의 마지막 전화였다. 이후 K씨는 거듭 판매자와 화물기사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그들의 전화기는 모두 꺼져있었다. 사기꾼들의 완벽한 하모니에 놀아난 K씨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인터넷 거래 전 피해정보 공유 사이트에서 검색해보세요"

이번 사건은 여수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서 접수되었고 현재 가해자의 관할지역인 광주서부경찰서로 이관되어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사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수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서 접수되었고 현재 가해자의 관할지역인 광주서부경찰서로 이관되어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사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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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이후 해당 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돈을 입금한 해당 은행에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었던 사기꾼들은 이미 여러 개의 통장으로 분산 이체를 완료한 후였고 경찰은 은행에 여러 개의 통장으로 이체된 계좌 역시 추가로 지급 정지를 요청했다. 현재는 수사가 진행중이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인 K씨는 "인터넷거래로 대화를 하다 (물건과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서면 한꺼번에 몇 천 만 원도 상대에게 송금해 준 적이 있다"며 "상대방을 너무 믿은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인터넷 직거래를 할 때는, 소액이라도 안전거래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안전거래를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여수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접수돼 가해자의 관할지역인 광주서부경찰서로 이관되어 수사가 진행중이다. 마침 빠른 조치로 인해 이체된 통장들이 지급정지된 상태. K씨에 의하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장에 걸어놓은 지급정지를 풀어주지 않으면 돈을 입금해주지 않겠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여수경찰서 사이버수사대 신길수 경찰관은 "인터넷 직거래가 엄청 늘다 보니 이같은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인터넷 직거래 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안전거래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에 이런 피해를 당하면 잘 잡지 못한다고 보도되는데 경찰은 계좌와 휴대폰 추적 및 아이피 역추적, 돈을 송출한 해당 CCTV추적 등을 통해 반드시 검거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또 "거래를 하기 전에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 공유사이트인 더치트에서 휴대폰과 계좌번호 등을 우선 검색해보고 거래를 하면 좀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태그:#인터넷 직거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사기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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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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