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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충청북도 업무보고에서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직접 겨냥해 '강도론'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해 한 것으로 판단하고 "집안에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교주의가 아직도 견고하고, 비록 야당 시절이었지만 여당 전 대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수첩공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는 한편으로 말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대통령을 향한 직격탄은 작심하고 한 것으로 청와대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박 전 대표이 한 말은 "대통령을 폄하한 것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박 전 대표도 사과를 일축하고 "문제가 있다면 있는대로 처리"하라고 반박했다. 이 홍보수석도 즉각 "우리는 사리와 도리를 갖고 이야기 한 것인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니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자신들은 사리와 도리를 가지가 이야기 하는데 박 전 대표는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서로는 이제 한 치도 물러설 마음이 없는 것으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를 백년대계라며 원안대로는 추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일년 앞도 알 수 없는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리고 세종시는 '정책문제'이지,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강도론 논쟁처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이런 진흙탕 싸움은 없었을 것이다. 자기가 싸움을 만들어 놓고 엉뚱한 사람들을 탓한다. 국가 지도자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원안은 원칙과 신뢰라고 강조한다. 신뢰와 원칙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이명박 정부의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해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 이명박 정부 펴는 정책 중 세종시 말고도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것이 많다.

 

언론장악 마지막 수순이라고 할 수 있는 MBC 엄기영 사장을 내쫓는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 세종시 원안이 국회에서 찬반 논쟁과 토의를 거쳐 통과된 원칙이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하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론을 무참히 짓밟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서도 세종시만큼 날선 검으로 비판해야 맞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눈 앞에 보고서도 말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세종시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린 이 대통령은 깨끗하게 세종시 수정안을 접어야 한다. 그리고 박 전 대표도 세종시 원안만 원칙이라고 말하지 말고, 언론 자유같은 민주주의 대원칙에서도 바른 말해야 한다. 민주주의 대원칙을 짓밟는 것을 눈 앞에서 보면서 아무 말하지 않는다면 원칙이라는 말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강도론 싸움하지 말고 진흙탕이 되어버린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는 것이고, 민주주의 대원칙부터 챙기는 일이다.


태그:#강도론,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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