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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 "단체행동 않겠다는 노조동의서 제출해 달라."
노조 :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 필요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SLS조선지회 2010년 정기총회 현장
 전국금속노동조합 SLS조선지회 2010년 정기총회 현장
ⓒ 정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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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을 신청한 SLS조선이 신용평가를 앞두고 노사간에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채권단의 조치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노조 측에 요청했으며, 노조는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형 유조선 건조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지난 2008년 '세계 16위 조선사'와 '국내 1000대 기업 중 순이익 증가율 1위'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SLS조선의 경영난은 그해 미국발 금융위기와 저가수주, 인도지연 등으로 인해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7월에는 협력업체 대금을 미지급해 조선소 야드가 가압류되는 사건을 겪었으며, 이어 9월에는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검찰수사는 수주가뭄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던 SLS조선에 치명타를 안겼다. 검찰수사에 들어가면 시중 은행 등 채권단은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또 SLS조선의 선박 인도 연기로 수주한 선박이 취소되면서 선수금 반환 요구까지 잇따랐다. 결국 SLS조선은 심각한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17일 워크아웃(기업가치회생작업)을 신청함으로써 채권단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채권단에서는 SLS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채권단의 조치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워크아웃 종료 시까지 일체의 쟁의행위나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노조동의서와 노사합의서를 요구했으며, 회사와 노조는 합의서를 도출하기 위한 입장조율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사 합의가 쉽사리 이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SLS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혐의나 부실경영으로 닥친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채권단이 자금을 쥐고 있는 한 일정부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이번의 노조동의서가 훗날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돌아올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물적·인적 구조조정은 단기간에 투입자금을 낮출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며, 한진중공업에서부터 시작된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SLS조선에도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SLS조선 직원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중소조선소 유일의 민주노조이며 SLS조선 직원 900여명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SLS조선지회(지회장 박현철)는 지난 15일 정기총회를 열고 "임금이 10% 삭감되면 10%만큼의 고통을 함께 나눌 것이고, 임금이 20% 삭감되면 20%만큼의 고통을 나눌 것이지만 그 고통이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맞서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또한 △부실경영의 책임소재 명확화 △고용안정의 확보 △노동조건저하 요구에 대한 대응책 수립 등을 목표로 내걸고 회사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박현철 지회장이 정기총회에서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박현철 지회장이 정기총회에서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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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현철 지회장은 "노조 동의서는 전체 동지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여러분들 앞에 제시하고 고통을 나누겠다"며 "회사를 망친 현 경영진이 얼마나 각성하고 책임을 지느냐에 따라 동의서 체결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회사를 살리고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고통도 참을 수 있지만 정리해고만큼은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SLS조선지회를 비롯한 STX조선지회, 현대미포조선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 한진중공업지회, 대우조선노조 등 금속노조 조선업종분과 7개 노조 대표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진중공업과 SLS조선의 구조조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부실경영, 무능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자본만 살겠다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결연한 연대투쟁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46년 '최기호 조선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SLS조선은 1978년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1991년 독립해 종업원 지주회사인 신아조선주식회사로 재탄생했다. 이후 신아조선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했으며, 지난 2006년 SLS조선주식회사로 변경됐다.

SLS조선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비결은 오랜 역사에서 비롯된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을 꼽을 수 있다.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자동차운반선, 컨테이너선 건조에 있어서 특화된 기술력으로 선박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각 분야마다 조선장인들이 포진해 세계 16위의 조선소를 일궜다.

채권단이 SLS조선의 기술력을 감안한다면 기업을 회생시키는 쪽으로 결정할거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현철 지회장은 "본사 1200여명, 협력업체 2400여명, 가족까지 합친다면 1만여명의 생계가 달려있는 회사다"라며 "전 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어려움을 나눌 것이며, 채권단은 SLS조선이 성공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SLS조선 노조가 조합원의 월급에서 1년간 모은 1000여만원으로 쌀, 라면, 김치 등의 성품을 마련, 관내 저소득층 100여세대에게 전달하는 선행을 펼쳤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SLS조선지회 불우이웃돕기 행사 지난 19일 SLS조선 노조가 조합원의 월급에서 1년간 모은 1000여만원으로 쌀, 라면, 김치 등의 성품을 마련, 관내 저소득층 100여세대에게 전달하는 선행을 펼쳤다.
ⓒ 정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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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SLS조선, #워크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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