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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지하로 들어가 동굴을 지나야 까페가 나온다.허공에 매달린 나무 뿌리가 이채롭다.
▲ 동굴까페 입구 이곳에서 지하로 들어가 동굴을 지나야 까페가 나온다.허공에 매달린 나무 뿌리가 이채롭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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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 하면 여행자는 제일 먼저 오름을 이야기한다. 해안 절경을 비롯한 제주의 풍광도 뭍사람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여행자가 굳이 오름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주도는 화산으로 인해 형성된 섬이다. 그중 지구상 여느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제주만의 색을 지닌 곳이 오름이다.

오름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끄는 곳은 거문오름이다. 특히 거문오름은 한라산, 성산일출봉과 더불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6월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용암동굴계로 유명한 거문오름 자락 지하 동굴에는 신기하게도 까페가 하나 있다.

동굴을 얼마간 지나면 까페가 나온다.
▲ 동굴까페 동굴을 얼마간 지나면 까페가 나온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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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곳에 도착하면 약간의 의구심이 생긴다. 보이는 건 산자락에 펼쳐진 초록빛 녹차밭 뿐이기 때문이다. 동굴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주차를 하는 너른 공터를 지나면 길은 소라 속처럼 땅속으로 돌아 들어간다. 푹 꺼진 땅 벼랑에는 나무 몇 그루가 끈질긴 생명력으로 뿌리를 내리고 위태위태한 몸을 하늘에 맡긴 채 자라고 있었다.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 동굴까페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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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벼랑 중간쯤 나무문을 단 동굴 출입구가 보였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동굴 통로가 낯설었지만 중간중간 조명이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동굴 사진을 찍으려니 삼각대가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하면 되는 법, 카메라 가방을 삼각대 삼아 어렵사리 촬영을 하였다.

카메라 렌즈에 낀 습기가 오히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 동굴까페 카메라 렌즈에 낀 습기가 오히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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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대한 긴장이 조금 풀려갈 무렵 두 세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둥근 입구 사이로 까페 내부가 보였다. 까페 안은 의외로 넓었다. 여태까지 어둡고 답답한 통로와는 달리 동굴까페의 높은 천장과 넓은 실내는 아늑함을 주었다. 동굴 천장은 원래 하늘로 뚫린 형태였는데 까페를 하면서 지붕을 씌웠다. 사방 벽에는 동공이 뚫려 있어 깊숙한 곳에는 박쥐까지 산다고 한다.

두 세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둥근 입구 사이로 까페 내부가 보인다. 까페 안은 의외로 넓었다.
▲ 동굴까페 두 세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둥근 입구 사이로 까페 내부가 보인다. 까페 안은 의외로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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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실내는 가득 차 있었다. 여행자는 돈까스와 녹차국수를 먹었다. 녹차국수는 갖은 해물을 넣어 시원한 맛이 좋았다. 활화산으로 불리는 돈까스는 잘 튀겨져 아삭아삭한 맛이 입안을 상그럽게 만들었다.

식사를 한 후 층계를 올라 반대편 출구로 나오니 초록빛 녹차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곳 녹차는 3~6년이라는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다. 녹차의 성장을 돕는 질소비료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유명 녹차밭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물론 해당 군에서는 이후 철저한 품질관리와 검사를 통하여 고쳤지만 말이다.

까페에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녹차국수와 돈까스를 먹었다.
▲ 동굴까페 까페에는 식사를 할 수 있다. 녹차국수와 돈까스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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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녹차는 녹차와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선이나 당근, 녹차 등을 재료로 하는 천연비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녹차라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녹차밭 끝머리에는 세계정상들에게 보내는 녹차를 재배한다. '경'으로 불리는 수제로 만들어진 이 녹차는 40g 두 통과 다기 세트, 자개함 등을 구성하여 250만 원 정도 가격이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높은 가격이지만 녹차 품질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일 것이다.

까페 안은 의외로 넓었고 높은 천장과 넓은 실내는 아늑함을 주었다.
▲ 동굴까페 내부 까페 안은 의외로 넓었고 높은 천장과 넓은 실내는 아늑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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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평에 달하는 녹차밭은 도보로도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다원을 돌 수 있는 카트를 이용하였다. 다원에서는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에 한하여 카트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어 노약자나 아이들이라도 녹차밭을 무난히 구경할 수 있다. 물론 자전거도 대여해 준다.

비포장길을 따라 가니 언덕 위 집들이 녹차밭과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산비탈을 따라 형성된 지리산 녹차밭의 자연 풍광과 보성 차밭의 화려함에 익숙해진 시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녹차밭 주위로 제주 특유의 돌담이나 삼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으로 숲길을 조성한다면 여행지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굴까페에서 나와 녹차밭을 지나면 쉴 수 있는 무인까페가 나온다. 동굴연못이 있고 지하에 동공이 뚫려 동굴다리와 시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이다.
▲ 무인까페 동굴까페에서 나와 녹차밭을 지나면 쉴 수 있는 무인까페가 나온다. 동굴연못이 있고 지하에 동공이 뚫려 동굴다리와 시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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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얼마간 달리다 무인까페에서 잠시 휴식을 하였다. 이곳에도 지하동굴이 있다. 동굴연못이 있고 지하에 동공이 뚫려 동굴다리와 시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곳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지형인 곶자왈을 닮은 이곳은 따뜻한 봄이면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제주의 자연과 싱그러운 녹차밭을 감상하기에 제격일 것이다. 동굴까페 뿐만 아니라 이곳 지상에도 곳곳에 연못이 형성되어 있다. 용암 암반인 '빌레'에 형성된 연못들에는 각종 수초들이 자라고 있다.

세계 정상들에게 보내어질 차를 재배하는 곳이다.
▲ 대통령의 다원 세계 정상들에게 보내어질 차를 재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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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의 식사, 녹차 한 잔의 여유, 녹차밭의 싱그러움이 어우러진 이곳에도 아쉬움은 있다. 용암동굴의 특성이 잘 구현된 내부에 비해 채광을 고려하더라도 지붕은 바깥에서 보면 주위 경관을 해친다. 비용 상 문제일 수도 있으나 오름이나 제주 특유의 지붕 등을 형상화한 지붕 조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한없이 넓은 녹차밭은 풍광의 시원함은 줄 수 있으나 여행지로서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제주 특유의 소재인 돌담과 오름, 숲길 등을 잘 활용하면 동굴까페와 함께 여행과 관광의 명소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동굴까페 주위에는 6만 평에 달하는 녹차밭이 있다. 자전거나 카트를 무료로 대여하여 구경할 수 있다.
▲ 녹차밭 동굴까페 주위에는 6만 평에 달하는 녹차밭이 있다. 자전거나 카트를 무료로 대여하여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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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홈스프링스로 불리는 동굴까페와 녹차밭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다. 이곳은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기 전 다원을 개발하면서 동굴이 발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태그:#동굴까페, #거문오름, #경덕홈스프링스, #대통령다원, #무인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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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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