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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4일 성탄전야. 금요일을 낀 크리스마스라 모처럼 연휴를 마음껏 즐길 생각에 들떠 있는 시간. 그럼에도 용산참사현장에는 성탄전야를 맞아 400여 명의 인파가 모여들어 성탄전야 촛불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식엔 검은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과 일반시민들, 기독교계 목사님들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예식은 개신교와 가톨릭 여성전례팀이 주관했다. 묵상과 고요한 성가 속에 용산참사를 깊이 애도하며 아기예수가 이 곳 용산참사현장에도 오시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곳곳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함께 예배에 참석한 부모님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는 갓난아이부터 청소년, 청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성탄전야를 용산참사현장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넘쳐났다.

 

참석자들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해결되지 못한 용산문제의 해결을 소망하며 엄숙한 마음으로 예식에 함께 했다. 예식의 마지막엔 참석자들이 앞으로 나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깊은 포옹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길게 늘어진 사람들의 행렬 속에 차례대로 한 사람씩 유가족들과 포옹을 나누며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감동과 위로의 눈물이었다.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서로 깊은 포옹을 나누며 마음 속 깊이 성탄의 은혜를 경험했다. 이날 아기예수는 유가족과 참석자들 마음과 마음 사이에 계셨다.

 

 

예식을 마치자 준비한 따뜻한 차와 떡을 나누며 자리를 정리했다. 한 외국인은 산타복장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며 "이명박 대통령이 용산참사현장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손에는 "살인개발중단, 용산참사해결"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외국인의 눈에도 용산참사문제는 크리스마스의 소중한 선물처럼 꼭 이루어져야 할 소원으로 보였던 것이다. 

 

 

한편 이날 처음 용산참사현장을 찾았다는 김수진씨(27)는 "오기 전에 올까 말까 많이 고민했는데 오길 잘했다"며 "잘못된 것을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예배를 통해 함께 깨우치고 이런 힘들이 하나둘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함께 왔던 직장인 신원씨(31) 역시 "내년엔 좀 더 평화로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아기예수가 이 땅에 평화를 주러 온 성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최유리씨(29)는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려고 예배드리러 왔다"며 예배를 드리면서 "살아갈 공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배에 함께 하는 것을 보며 진실이 드러나겠구나" 느꼈다고 했다. 그는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용산참사 1주년이 되어가는 오늘도 유가족들은 불에 타 숨진 자들을 땅에 묻지 못하고 차가운 냉동실에 둔 채 흐느끼고 있다. 오늘까지도 정부는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예식서에는 <가난한 자들의 성탄기도>란 제목의 작가 미상 시가 적혀 있었다. 그 중 일부분이다.

 

주 예수님, 여기에 / 용산참사역 용산참사현장 / 남일당에 오소서. 오소서. / 아멘

덧붙이는 글 | 인수동 아름다운마을신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welife.org


태그:#성탄전야,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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