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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든다면서 농민들의 일자리는 없애고, 경제를 살린다고 말하면서 농민경제는 파탄 내고 있다. 팔당의 유기농 농지를 없애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 

 

22일 오후 2시. 서울시 여의도 국민은행지점 앞에 '팔당을 보존하자', '4대강 사업 저지'라는 문구가 바람에 휘날린다. 흙냄새가 묻어나는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그곳에서 보이지 않는 '신문고'를 두드리고 있다.

 

2시가 지나고,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시민들에게 알린 팔당 농민들이 하나 둘 도보순례단에 합류한다. 도보순례단과 시민단체는 격렬한 박수와 함께 '농민가'를 힘차게 부른다. 오른쪽 팔뚝에 힘줘 하늘의 신문고를 울린다는 '팔뚝질'에는 팔당 농민들의 유기농 농지 수호와 4대강 사업 반대의 굳은 의지가 배어난다.

 

"삼천 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던 날 /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 밝은 태양 솟아오르는 우리 새역사 / 삼천리 방방골골 농민의 깃발이여 / 찬란한 승리의 그날이 오길 /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1일 도보순례 발대식을 갖고 22일 오후 2시 여의도에 도착했다. 도보순례단은 당초 20명이 함께 모여 여의도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신고되지 않은 불법 집회라며 순례단의 출발을 막아 개별적으로 도보순례에 나섰다.

 

여의도에 도착한 팔당 농민들의 표정에는 도보순례를 해냈다는 기쁨과 4대강 사업에 대한 걱정이 교차했다. 도보순례단과 시민단체 회원들의 몸에는 '이명박 대통령, 농민과 약속을 잊으셨나요?', '4대강 예산을 추위에 떨고 있는 국민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걸개가 달려 있었다. 팔당 지역은 친환경 유기농 농법으로 유명한 곳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 2007년 직접 찾아와 격려를 하기도 한 곳이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생명살림 기원제'의 사회를 맡은 김홍철 환경정의 국장은 팔당 농민들의 도보순례를 격려하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정치권력자를 조롱하는 데 자주 쓰이는 말이다. 지록위마는 '4대강 죽이기'를 '4대강 살리기'라고 선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4대강 사업은 즉각 중단하라."

 

 

박진섭 4대강죽이기 사업저지 범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팔당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유기농 농지를 4대강 사업이란 괴물 앞에 제물로 바치려고 한다"며 "농민도 없고, 유기농 농지도 없는 곳에서 정부는 2011년 세계 유기농대회를 개최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오후 2시 30분. 4대강 예산 강행 저지를 기원하는 팔당 농민들과 환경단체의 108배가 이어졌다. 국회의사당을 향해 절을 하는 모습에는 비장한 각오가 전해졌다. 길을 지나가던 어떤 시민은 "4대강 반대 시위 또 하고 있다"며 무심히 눈길을 돌렸다. 반면, 길을 가다 잠시 멈춰서고 대열에 합류하는 시민도 있었다. 80번째 절을 할 무렵, 절을 하는 사람들의 무릎을 보호하던 스티로폼 조각이 세찬 바람에 날렸다.

 

 

108배가 끝나고, 오후 3시 10분.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예정에 없던 방문을 했다. 이 전 의장은 팔당 농민들의 유기농 농지 수호에 뜻을 같이 하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내팽개치고 어떻게 정치를 한다는 말인가? 자연환경과 관련한 정책들은 치산치수와 장고한 세월을 내다보고 세워야 하는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안에 끝내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농민들의 삶을 거들떠보지 않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인가? 저 앞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생활하는 고집스런 사람들의 생각에 여러분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팔당 유기농 농지를 살리자는 운동이 유기농 농지와 4대강, 그리고 우리 강산을 살리는 운동으로 널리 퍼졌으면 한다."

 

 

팔당 농민들이 유기농 농지에서 재배한 농산물들을 하나 둘 꺼내며, '생명살림 기원제'가 진행됐다. '밥이 하늘입니다'고 적힌 걸개 앞 제단에 농산물을 꺼내 올리는 농민들의 손에는 땀 흘려 농산물을 가꾼 시간 만큼 깊게 파인 주름이 가득하다. "수고하셨습니다"는 말과 함께 '생명살림 맞절'을 서로를 향해 올린다.

 

지난 4일부터 22일, 단식 농성 19일째로 접어든 유영훈 대책위 상임위원장은 "오늘 단식 농성을 마감한다"며 "단식을 하면서 농민이야말로 모두를 살리는 생명살림 일꾼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팔당 유기농 농지 수호를 위한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고 밝히며, "도보순례단에 대해 전국의 수많은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응원해주고 지지해준 것에 무척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명주 양은 "어릴 적부터 반찬으로 먹어온 유기농 농산물들을 가꾼 팔당의 농지들이 사라진다는 말을 듣고, 도보순례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팔당 유기농 농지 보존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게 김명주 양의 생각이다.

 

팔당 농민들은 '생명살림 기원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생명살림 화분'을 나눠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팔당 농민들과 환경단체는 생명살림 화분에 적힌 "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주세요"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팔당 유기농 농지 수호와 4대강 사업 반대의 뜻을 큰 울림의 한뜻으로 국회의사당에 전달했다.

 


태그:#4대강, #팔당 유기농지, #도보 순례단, #생명살림 기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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