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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본적정성 기준 도입 배경

최근 바젤 위원회는 은행들의 자본적정성 평가 기준인 BIS비율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규제에 따르면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과도하게 대출을 해 주는 것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자본을 준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파생상품거래, 유가증권 거래, 유동화 자산과 거래 상대방의 파산 위험에 대한 리스크까지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1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바젤 위원회는 새로운 자본적정성 기준을 2012년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상반기까지 새로운 자본 규제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뒤, 2010년 말에 최종 규제방안 및 규제수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세계 경제가 회복 단계에 있는 만큼, 경기 회복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 유연한 접근을 가지고 갈 것으로 전망되며 2012년 이후에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적정성 비율이란 무엇인가?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는 BIS 비율은 위험가중자산에 대비한 자기자본 비율로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어 왔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최소 8%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만 건전한 은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BIS 비율 유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들의 자본적정성 비율 산출 기준인 자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완자본은 매도가능증권평가기이익, 대손충당금, 후순위채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산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BIS 비율은 아래와 같다.

BIS 비율 = (기본자본+보완자본)/위험가중자산 x 100

하지만, 조금 더 기본자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채권 성격인 후순위채 등이 포함되어 있는 보완자본을 차감하여 산출한 Tier 1 비율을 활용한다. Tier 1 비율은 아래와 같이 산출한다.

Tier 1 비율 = 기본자본/위험가중자산 x 100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순수한 자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만기가 장기 (통상적으로 30년)라는 이유로 자본 성격으로 분류한 신종자본증권을 차감한 Core Tier 1 비율을 활용한다. Core Tier 1비율은 아래와 같이 산출한다.

Core Tier 1 비율 = (기본자본-신종자본증권)/위험가중자산 x 100

이번에 바젤 위원회에서 도입할 예정인 신규 자본적정성 비율은 Core Tier 1 비율과 매우 흡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채권 형태의 자본이 아닌 순순한 자본만을 기준으로 산출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은행산업에 미치는 영향

지난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불거진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막대한 손실을 안고 연쇄적인 파산에 이르렀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 때는 엄청난 위험자산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예측하기 힘들 정도여서 리먼 브라더스로 시작된 파산은 수많은 추가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연쇄적인 금융기관의 파산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늦었지만 바젤 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자본적정성 기준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산업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규제방안과 규제수준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그 영향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우리나라 은행들의 자본 현황을 감안하였을 경우 그 여파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그 이유는 1) 우리나라 은행들의 영업 현황을 볼 때 손실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노출이 극히 제한적이고 2) 자본이 손실될 위험 있을 만큼의 충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발생 전 우리나라 은행들은 CDO와 CDS 등 기초자산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한 금융상품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하였다. 은행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금리 경쟁이 심화되자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영업형태에 벗어나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발생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CDO와 CDS는 손실로 돌아와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을 깎아먹는 주범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CDO 투자의 상당부분을 거의 다 상각처리 했으며 CDS 프리미엄 또한 하락을 지속하고 있어 이러한 투자 상품들로 인한 향후 손실은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자본이 손실될 수 있을 만큼의 충당금 증가도 극히 제한적이다. 최근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은 2009년도 1분기를 고점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또 다른 건전성 지표인 충당금 전입액 또한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A은행의 2009년도 3분기 누적 실적발표 자료를 참조할 경우 충당금적립전이익이 2조 8443억원인 반면 충당금은 1조 2696억원이었다. IMF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충당금 규모를 쌓았지만 충당금 부담이 충당금적립전이익의 50%도 안 되는 규모였다.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OECD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금융위기 하에서도 올해 연간 0.2%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 회복과 함께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은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연말까지 진행되고 있는 부실여신 정리를 통해 내년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젤 위원회의 새로운 자본적정성 비율 기준은 글로벌 은행들의 자본 현황과 위험 자산 노출 수준을 감안하여 수립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대형 글로벌 은행들은 자신들이 노출되어 있는 위험 자산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금융위기의 주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노출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이들이 가입한 구조화 금융상품들의 기초자산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글로벌 은행들과 우리나라 은행들의 기본적인 체질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일한 자본 규제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과잉자본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과대 비만인 사람과 정상적인 사람의 한끼 식사 조절을 어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태그:#바젤, #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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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융시장에서 13년간 활동한 금융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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