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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11일) 오후,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본 교토에서 소포가 왔는데 누구야?"

"무슨 소포! 난 몰라. 이름이 뭐야?"

"야마다 카즈요."

"야마다라! 아마 지난 번 봉화에 같이 다녀온 사람인 것 같다."

"응 그렇구나!"

  

집에 돌아와 소포를 개봉해 보니, 안에는 과자, 녹차, 조미료, 티슈, 국수, 다시마, 편지 등등이 잔뜩 들어있다. 지난해 여름 봉화군으로 여행을 같이 다녀온 것에 대한 감사로 1년 넘게 지난 지금 답례품을 보내온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지난해 6월 중순 나는 서울에 와 있는 일본인 유학생 야구치토모꼬(38·矢口友子)로부터 늦은 시간 전화를 받았다.

 

야구치는 "자신의 지인 중에 일본 교토(京都府 綾部市)에 살고 있는 야마다 카즈요(42)라고 하는 가정주부가 있는데,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 치히로가 하굣길에 주워온 풍선에 알 수 없는 한글이 쓰여 있고, 풍선 안에 이상한 씨앗이 들어 있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마당에 심어두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야구치는 자신도 자세한 내용을 몰라 우선 인터넷으로 자료 검색을 하던 중, 고향 영주와 봉화의 소식을 많이 올려둔 내 블로그(http://blog.naver.com/kimdaisuke)를 발견하고서 늦은 시간이지만, 전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음 날 오전 나는 신촌에서 야구치를 만났다. 나는 작은 사진을 통하여 풍선에 쓰인 글씨가 '청량산 하늘다리 열린다! 진세산양삼조합 삼씨 돌려주기 행사. 산양삼의 천국 봉화에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8년 5월 31일 경북 봉화군 청량산의 자란봉과 선학봉 사이를 연결하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높은 곳(길이 90m, 바닥높이 70m)에 위치한 '하늘다리' 준공식에서부터다.

 

이날 행사에는 봉화군 산양산삼협회의 주관으로 축하풍선에 산삼씨를 넣어 날리는 산삼씨 돌려주기 행사가 치러졌다. 그 풍선이 600km를 날아가 일본 교토의 중학생이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한국 지인을 통하여 글의 내용을 문의했고, 문의를 받은 유학생이 나에게 연락을 하여 내가 그 소식을 봉화군에 전한 다음 오마이뉴스에 기사화한 것이다.

 

이 사건이 인연이 되어, 일본 교토에 사는 야마다씨 가족을 만나기 위해 봉화군 진세산양삼 영농조합법인 담당자가 일본을 방했다. 이후 일본의 교토신문에도 풍선에 관한 이야기가 기사화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어 2008년 8월 중순 한국을 방문한 야마다씨 가족 4명과 유학생인 야구치 그리고 나와 초등학생인 아들 연우가 함께 경북 봉화군을 찾았다. 우리 일행은 봉화에 도착하자마자 엄태항 군수를 면담하고 지역의 관광지인 축서사, 오정약수터, 춘양목 군락지 등을 둘러 본 후 봉화군 소천면의 율곡산장에서 숙박을 했다. 당일 비가 많이 와서 하늘다리가 있는 청량산에는 오르지 못했다. 아울러 일본에서 풍선을 가져온 야마다 치히로양은 진세산양삼 영농조합법인의 엄우섭 회장에서 풍선을 돌려주며 "영원히 조합의 기념품으로 보존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에 엄 회장은 "풍선을 영구 보존하도록 할 것이며, 앞으로 풍선 사진과 함께 치히로양을 우리 조합의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아울러 "야마다씨 가족 전원을 우리 조합의 명예조합원으로 위촉한다"며 미리 준비한 위촉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가족전원의 첫 해외방문을 한국으로 잡았고, 봉화군수와 함께 식사도 하고 산양삼 조합의 환대를 받으며, 계곡과 풍광이 좋은 금강소나무로 지어진 최고급 황토방에서 잠을 잤다.

 

거기에 시골에서 재배된 옥수수와 호박, 포도, 사과 등을 마음껏 먹었고, 산양삼과 봉화의 한약우로 만든 각종 쇠고기 요리, 은어회, 국화차, 더덕주, 인삼주, 산머루와인 등 한국인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진귀한 요리와 술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정말 너무 즐거워하고 고마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야마다씨 가족은 일본에 돌아간 다음에도, 나에게 몇 차례 연락을 주었고, 화분에 심은 산양삼씨는 자라고 보니 도라지였던지 꽃을 피웠다고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또한 지난여름에도 전화를 하여 "한번 오던지 가던지 하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오기도 했다.

 

아울러 "공부를 아주 많이 시키는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한 치히로가 요즘 화장에 파마까지 하고 다니면서 말썽을 피우고 다녀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와 "생일 선물로 게임기를 받은 아들 마코토 역시도 요즘 친구들과 게임에 빠져서 걱정"이라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우리 아들 연우에게도 "공부 잘하고 건강하라"는 안부와 함께 "한국도 일본도 경기가 어려워 난리인 것 같다"는 말과 "일본은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 기대가 크기는 하지만, 실망도 크다"는 말도 전해 왔다. 마지막으로 "나중에 치히로가 대학에 진학하면 온 가족이 한국에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의지도 전해왔다. 아무튼 고마웠다.

              

 

지난 여름 유학생이었던 야구치로부터 "내 주소를 알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알려주었더니 일본의 '야마다씨 가족이 선물을 하나 보내고 싶다'고 하더니만, '3~4개월 만에 짬을 내어 선물을 보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편지와 함께 소포가 온 것이다. 오랜 만에 감사의 뜻이 담긴 마음의 편지와 선물을 소포로 받으니 나도 기쁘다.

 

월요일쯤에는 일본에 전화를 하고, 나도 답례로 일본에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보내야겠다. 무엇을 준비할지 2~3일 정도 더 고민을 하고서 다음 주에는 선물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에 다녀 봐야겠다.


태그:#봉화군 , #산양삼, #풍선 , #일본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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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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