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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초동 법원가에서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띈 사람을 보게 되었다. 법정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우울하게 마련이다. 환한 미소를 그것도 파안대소를 지으면서 법원문을 나서는 사람을 보기는 좀처럼 어렵기 때문.

 

환한 미소도 부족해 커다란 웃음소리가 나도록 웃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였다.

 

또 취재를 하던 기자들까지 소감을 밝힌후 인사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에게 자칫 정치생명까지 위협되던 1심 유죄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짚히면서 그에게 무죄가 선고 되었기 때문.

 

지난 2월 9일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바 있다.

 

1심 선고내용처럼 금고형 이상으로 확정되었다면 정치인 노회찬은 확정일로 부터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기나긴 정치 동면기에 들어가야만 했을 터다. 

 

자칫 정치생활을 접어야만 하는 벼랑끝에 내몰렸던것. 하지만 이 같은 벼랑끝에서 정치인 노회찬은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바로 4일 항소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재판장 이민영 부장판사)가 삼성 X파일 관련 떡값 수수검사 실명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피고인 노회찬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

 

지난 2005년 8월 18일 소위 떡값검사 실명을 공개한 후 2007년 5월 21일 서울 중앙지검이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그를 기소된 후 2년 6개월여 만에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노회찬의 무죄가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관련 사건이나 정권권력 관련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현 정권의 입맛에 딱 맞는 선고가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심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 대표적으로 지난해 촛불집회 재판을 담당하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중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던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41·사진) 판사는 지난 2월1일 "현 정권의 방향과 내 생각이 달라서 공직에 있는게 힘들고 부담스러웠다"라는 짤막한 사직의 변을 남긴 채 끝내 법복을 벗었다.

 

또 지난 2월 17일 MBC광우병 보도에 대해 '사회적 혼란을 초래 했다'는 이유를 들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사건 기각과 관련 해당 재판부에 천정배 의원의 딸이 주심판사로 참여했다고 한동안 보수언론으로 부터 혹독하게 시달려야만 했었다.   

 

서울 남부지법 마은혁 판사 또한 언론관련법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혐의로 약식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대한 재판에서 모두 공소기각 판결과 관련 보수 언론으로 부터 한동안 시달려야만 했었다.

 

노회찬 공동대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재판부에게 쏟아졌을 유무형의 압력을 뿌리치고 '무죄'라는 법률적 판단을 내린 재판부의 선고 내용이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이날 재판부의 무죄 이유를 살펴보면 검찰의 기소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잘 보여줬다. 재판부는 명예훼손 부분과 관련 "녹취록이 허위이고 피고인이 녹취록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며 검찰의 이 부분 기소내용을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의 입증은 검찰의 몫인데도 그 같은 입증을 하지 못했다는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 계속해서 검찰 공소장 기소사항 두번째 항인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관련 "국회 법사위가 열리기 직전 발언할 내용을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부분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공소권이 없다"며 공소 사실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또한 "같은 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은 X파일에 담긴 내용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는 정당한 목적이 있고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여론조성을 위한 긴급성.보충성도 인정돼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면서 그동안 변호인단이 주장했던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받아들이면서 무죄라고 선고했다.

 

 

 

즉 재판부는 노회찬 공동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조목 조목 지적하면서 무죄를 선고했고 이 같은 점은, 검찰이 이날 선고직후 곧 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면서 그 상고이유로 밝히고 있는 재판부의 '법리오해'라는 이유가 더욱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칼이 아닌 정권의 칼로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는 검찰권력에 이번 떡값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해당 재판부의 판단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그 이유이기도 하다. 또 검찰권 본래의 소명인 범죄자 검거를 망각한채 오히려 '도둑 잡아라!'고 소리친 사람을 두들겨 잡은 검찰의 모습이 무척이나 한심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나마 X파일 수사와 관련 아직 중앙지검에 보관중인 300개에 달한다는 X파일을 과감하게 수사해 공개한다면.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 지금까지의 추태를 만회할 여지가 있다는게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긴격은 아닌가 하기에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게 2009년 현재의 검찰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회찬, #삼성X파일, #떡값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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