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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새 사장이 기자였던 1987년 1월 15일 민정당 창당 기념식 보도를 하고 있다.
 김인규 KBS 새 사장이 기자였던 1987년 1월 15일 민정당 창당 기념식 보도를 하고 있다.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러 온 게 아니라 지키러 왔다는 김인규 KBS 새 사장. 그는 24일 노조의 반발을 뚫고 강행한 취임식에서 MB특보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더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하는 방송리포트 2편이 공개됐다. 전두환 정권 말기에 독재정부를 미화한 리포트다. 1987년 1월 15일엔 민정당을 청렴한 정당의 상징인 것처럼 보도하고, 4월 13일엔 전두환 정권의 '4.13호헌조치'를 찬양하는 보도를 한 것이 그것이다. 4.13호헌조치의 핵심은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거부하고, 간접 선거를 통해 '체육관 대통령'을 선출하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MB특보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그가 군사독재정권 시절 나팔수 노릇을 한 증거까지 나오면서, 과연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독립을 지켜내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빈축이 쏟아지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26일 오후 팀블로그를 통해 전두환 정권 말기 김인규 당시 기자가 보도한 두 편의 리포트를 공개했다.

당시 김인규 기자는 '4.13호헌조치' 해설보도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추켜세웠다. 전두환 정권이 국민들의 민주화 염원을 무시하고 발표한 '4.13호헌조치'에 대해 김 기자는 "헌법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김 기자는 민정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구시대 정치질서를 청산하고 새 시대 새 역사 창조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구시대적 정치병폐의 재현을 막기 위한 청렴정치에 앞장서왔다고 보도한 대목도 나온다.

"의원내각제 관철과 총선 압승 통한 정권재창출, 민정당의 시대적 사명"

김인규 기자는 1987년 1월 15일 <9시뉴스>에서 민정당 창당 기념식을 다루면서 "지난 6년 전 극심한 사회혼란과 정치적 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출범한 민주정의당은 무엇보다 구정치질서의 청산과 개혁을 위해 새 시대 새 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새 역사 창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어 "민정당은 창당 때부터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당원들이 당비에 의해 당을 운영해 나가는 자립 정당 상을 우리나라 정당사상 처음으로 확립했다"며 "구시대적 정치 병폐의 재현을 막기 위한 청렴정치에 앞장서 왔다"고 밝혔다.

또한 김 기자는 "특히 민정당은 선진조국 창조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뒤져 있는 정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 아래 헌법 개정문제가 제기되자 날로 변화하는 사회 추세에 부응해서 권력의 분산과 국민의 정치 참여라는 두 가지 측면에 역점을 둔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마련했다"며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개헌 정국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그동안 세 차례 선거를 통해 집권당의 위치를 다져온 민정당은 이제 88년에 평화적 정부이양과 서울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합의 개헌을 통한 의원내각제 관철과 제13대 총선에서의 압승을 통한 정권재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직면했다"고도 전달했다.

24일 오전 여의도 KBS본관앞에서 노조원과 사원행동 직원들이 청원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출근하는 김인규 신임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출근길이 가로막힌 김인규 사장이 KBS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24일 오전 여의도 KBS본관앞에서 노조원과 사원행동 직원들이 청원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출근하는 김인규 신임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출근길이 가로막힌 김인규 사장이 KBS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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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독재정권 미화 "4.13호헌조치는 국가 백년대계 위한 통치적 결단"

'4.13호헌조치'와 관련해 김 기자는 "전두환 대통령이 오늘 특별 담화를 통해 임기 중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행 헌법에 따른 정부 이양과 국력 소모적인 개헌 논의의 지양을 선언했다"며 "이는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고 내년의 양대 국가 대사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헌법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명백히 제시한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4.13호헌조치는 전두환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거부하고 일체의 개헌논의를 중단시킨 조치다.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이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고문과 폭행으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거세졌다.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담은 개헌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는데 전두환 대통령은 이에 불안을 느껴 4월 13일 모든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전두환 정권은 군사독재를 연장할 목적으로 이러한 4.13호헌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전두환 정권의 기대와 달리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분출되게 만든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었음에도 당시 김인규 기자는 "현 시점에서 헌법 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합의 개헌을 추구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든가 아니면 다수의 힘을 배경으로 일부 정치세력과의 합의만으로 개헌을 강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그 어느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상 일단 국력 소모적인 개헌논의를 지양하고 현행 헌법에 따라 안정 속에 국가 대사를 실천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야당의 내분과 갈등으로 대화와 타협에 의한 합의 개헌 기대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대로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오히려 시간 낭비"라며 "책임 회피일 뿐 아니라 앞으로 열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우리 헌정사의 최초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평화적 정부 이양에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인규 기자는 "개헌논의 출발의 당초 목적과는 달리 혼미한 현 정국의 원인이 되고 평화적 정부 이양에 장애가 되고 있는 국론 분열적이고 정쟁적인 개헌 논의 자체를 일단 뒤로 미뤄 정치적 파국을 막아야 한다"며 "동시에 내년에 양대 국가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헌법 문제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최선의 길이라는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 내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4.13호헌조치를 통해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의 걸림돌임을 스스로 더욱 분명히 하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때였음에도, 그러한 시대상황에 눈감고 오히려 정권의 반민주적 행보를 미화하는 보도를 했다는 점이 김인규 사장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KBS기자협회는 "김인규씨는 도둑 취임식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KBS의 독립을 지키러 왔다'고 공언"했지만 "두 편의 리포트를 보면 과연 그가 KBS의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제기했다.

이들은 "87년 1월 14일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벌어진 날로 새해 벽두부터 수많은 재야인사들이 이적단체 혐의로 구속되고 시국사건도 끊이지 않았다"며 "이 와중에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었고 이때 열린 민정당 창당 기념식을 김인규씨가 보도했는데 그 내용이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KBS노동조합은 26일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으며, 이날 오전에도 김 사장에 대한 출근저지투쟁은 계속됐다. 20여 명의 노조 집행부는 김 사장의 출근을 저지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약간의 충돌 끝에 김 사장은 무난히 사장실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KBS기자협회가 공개한 기자 시절 김인규 사장의 리포트 2편 전문이다.

24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 공개홀에서 노조, 사원행동 등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인규 사장 취임이 강행되는 가운데, 노조원들이 공개홀 진입을 시도하며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24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 공개홀에서 노조, 사원행동 등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인규 사장 취임이 강행되는 가운데, 노조원들이 공개홀 진입을 시도하며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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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의 기자시절 리포트 2편 전문


1. 87년 1월 15일 민정당 창당 기념식

87년 1월 14일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새해 벽두부터 수많은 양심인사들이 각종 이적단체 혐의로 구속되고 시국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었다.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은 정권연장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이 와중에 1월 15일 민정당은 창당 기념식을 열었고 당시 민정당 출입 기자였던 김인규 씨는 이를 보도했다.

리포트 : 지난 6년 전 극심한 사회혼란과 정치적 위기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출범한 민주정의당은 무엇보다 구정치질서의 청산과 개혁을 위해 새 시대 새 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새 역사 창조에 나섰습니다.

민정당은 창당 때부터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당원들이 당비에 의해 당을 운영해 나가는 자립 정당 상을 우리나라 정당사상 처음으로 확립하고 구시대적 정치 병폐의 재현을 막기 위한 청렴정치에 앞장서 왔습니다.

특히 국민속의 정당을 목표로 민생 문제와 관련한 참신한 정책 개발에 주력해 전 국민 의료보험 실시와 국민연금제도, 최저임금제 도입, 그리고 농어촌 종합대책 등 실제 국민 복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서 정책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굳히고 있습니다.

특히 민정당은 선진조국 창조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뒤져 있는 정치 선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아래 헌법 개정문제가 제기되자 날로 변화하는 사회 추세에 부응해서 권력의 분산과 국민의 정치 참여라는 두 가지 측면에 역점을 둔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마련함으로써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개헌 정국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세 차례 선거를 통해 집권당의 위치를 다져온 민정당은 이제 88년에 평화적 정부이양과 서울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합의 개헌을 통한 의원내각제 관철과 제13대 총선에서의 압승을 통한 정권재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춘구(민정당 사무총장) 우리 40년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고질적으로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신경전이 지속된 것 같습니다. 금년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고 그와 같은 낭비적인 신경전을 종지부를 찍어가지고 그러한 막중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민정당은 국민의 염원을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을 해서 달성을 해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의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  

2. 87년 4월 13일 전두환 "호헌 선언"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이 일부 폭로되면서 민주화 열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4월 13일 전두환은 "개헌 논의를 유보하고 현행 헌법으로 정부 이양을 한다"는 내용의 '4.13 특별 선언' 발표했다. 김인규 기자의 보도를 보자.

전두환 대통령 담화

앵커 : 계속해서 오늘 특별 담화 내용가운데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 취재기자들이 좀더 자세히 풀이해 드립니다. 먼저 현행 헌법에 따른 정부 이양과 개헌논의 지양 내용을 김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 전두환 대통령이 오늘 특별 담화를 통해 임기 중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행 헌법에 따른 정부 이양과 국력 소모적인 개헌 논의의 지양을 선언한 것은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고 내년의 양대 국가 대사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헌법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명백히 제시한 것입니다.

현시점에서 헌법 문제와 관련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합의 개헌을 추구하면서 무작정 기다리든가 아니면 다수의 힘을 배경으로 일부 정치세력과의 합의만으로 개헌을 강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현실 여건을 감안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상 일단 국력 소모적인 개헌논의를 지양하고 현행 헌법에 따라서 안정 속에 국가 대사를 실천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야당의 내분과 갈등으로 대화와 타협에 의한 합의 개헌 기대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대로 무작정 기다린다는 것은 오히려 시간 낭비이며 책임 회피일 뿐 아니라 앞으로 열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우리 헌정사의 최초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여는 평화적 정부 이양에까지 차질을 빚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헌논의 출발의 당초 목적과는 달리 혼미한 현 정국의 원인이 되고 평화적 정부 이양에 장애가 되고 있는 국론 분열적이고 정쟁적인 개헌 논의 자체를 일단 뒤로 미뤄 정치적 파국을 막는 동시에 내년에 양대 국가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헌법 문제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최선의 길이라는 통치적 차원의 결단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태그:#김인규 KBS 사장, #KBS 기자협회, #4.13호헌조치, #민정당 창당 기념식,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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