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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과 환경단체의 반대 속에 지난 10일 4대강에 15개 보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막이 올랐으나 곳곳에서 졸속 추진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보 설치를 위한 가물막이 공사 착공 직후에야 부랴부랴 변경고시를 통해 가물막이 사업을 추가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은 사업비마저도 변경고시에 삽입하는 등 계획적이지 못한 사업추진의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에 15개 보를 설치하기 위한 1단계 공사로 가물막이 공사를 지난 10일부터 지역별로 시작했다. 가물막이공사는 보를 지탱할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기 전에 흐르는 강물을 임시로 막고 땅을 다지는 기초공사다. 이에 따라 경남지역의 경우 10일 낙동강 수계인 합천보에 이어, 12일 함안보에서 임시 물막이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마저도 부실해 공사가 중단되는 일까지 초래되는 등 공사 급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사를 시작한 합천보가 들어설 낙동강 20공구 공사현장은 썰렁했다. 첫 삽을 뜬 날 오후에 작업이 중단된 것이다. 이 이유에 대해 한 현장관계자는 "국토관리청에서 잠시 보류하라고 해서"라고 답변했다.

당시, 현장에서 있을 환경단체의 반발 때문에 공사를 잠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유는 지난달 고시된 하천공사 시행계획에 올 공정에 임시 물막이 공사(가물막이)가 포함돼 있지 않은 탓이었다. 함안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현행법상 하천법은 하천공사를 계획하거나 변경할 때 관보나 공보에 반드시 고시하도록 돼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뒤늦게 12일에야 PDF로 출판된 전자관보를 통해 임시 물막이(가물막이) 공사를 포함해 변경고시했다. 이들 2개 공구만 해도 사업비가 5천억 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추진하면서 절차를 부랴부랴 마무리한 셈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날 게시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고시 제 2009 - 497호~502호를 통해 20공구(창녕·의령·합천지구)와 22공구(달성·고령지구), 24공구(성주.칠곡지구), 30공구(구미지구), 32공구(구미.상주.의성지구), 33공구(상주지구)에 대해 '당초 가설사무소 등 1식을, 가설사무소 및 가물막이 1식 등으로 변경한다'고 변경고시했다. 그러나 관보에는 12일자에 게시됐으면서도 변경고시일은 10일자로 돼 있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또 12일자 고시 제 2009-493호 18공구(창녕2·함안1지구) 사업변경에서 '가설사무소 및 가물막이 1식 등' 변경 이외에도 하천공사의 시행지역의 위치(당초 경상남도 함안군 칠서면 일원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길곡면, 함안군 칠북면 일원으로 변경)와 하천공사의 준공예정연월일(당초 2009년 12월에서 2010년 2월로 변경)을 변경했다.
시작하자마자 공사 위치와 기간을 변경한 셈이다.

특히 다른 공구 변경고시에는 없던 사업비 추가 및 변경도 있었다. 18공구사업의 경우 1억원만 책정됐던 당초 가설사무소 설치 이외에 가물막이 등 사업비 165억9500만원이 추가(고시 제2009-493호)됐다. 23공구(달성3·고령3지구)사업 변경고시(고시 제2009-494호)에서도 당초 가설사무소 사업비로 53억3000만원을 책정했다가, 가물막이 등 사업비로 117억9100만원을 추가 변경했다.

한마디로 급하게 시작하다보니, 가물막이 사업이 갑자기 끼어들어 착공 먼저 해 놓고 부랴부랴 사업비가 책정되고, 변경고시까지 하는 형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상한 것은, 이 두 변경고시는 시행 일자마저 공란으로 놔뒀다는 것.  이 지역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원래 턴키 1차분 사업에는 가물막이 사업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최근에 가물막이사업이 결정돼 사업비를 고시변경하게 된 것이다"면서 "전체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다 보니, 변경사항이 바로 바로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팀 관계자는 "이전 고시에 '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크게 상관은 없지만, 환경단체에서 걸고 넘어지니까 명확히 하기 위해 변경 신청을 했고, 변경고시를 관보에 게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은 △ 4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 통과 △ 그 뒤 4일만에 착공 △ 착공 이후 변경고시 과정을 밟고 있다. 왜 이렇게 급박하게 사업이 진행되는지,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경남 16일자에 게재됩니다.



태그:#4대겅사업, #가물막이,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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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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