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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때 쯤 잠시 볼일이 있어 시내를 나갔다. 물건을 하나 사려고 시장 통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담벼락 밑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지나가다가 쳐다보니 학생 같은 남자애들 셋이서 열심히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인기척이 나는데도 힐끗 쳐다보더니,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킬킬거리면서.

 

요즈음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면서도 함부로 책할 수도 없다. 자칫 이야기를 했다가는 오히려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참 세상 많이 변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이놈들아, 어른이 지나가면 좀 감추는 척이라도 해라."

"예."

 

그때서야 멈칫거리며 담배를 발로 비벼 끈다. 나도 담배를 많이 피운다. 그러나 길거리나 아이들이 있는 곳, 그리고 폐쇄된 공간에서는 가급적이면 삼간다. 예전에 처음으로 금연구역을 설정할 때는, 그 문제로 다툼도 많았다. 피우겠다는 나와, 안 된다는 주인의 실랑이가 자주 일어났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금연이라는 글씨를 써 붙인 집은 들어갔다가도 그냥 나오기가 일쑤였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모르지만.

 

"담배 맛이나 알고 피우는 것이냐?"

"…"

 

난 30대에 담배 피우다가 따귀를 맞았다

 

그러고 보면 담배에 대한 일화가 참 많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었으니, 담배를 피워 본 사람들은 한 가지 정도는 담배로 인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 있던 일이 생각 나 혼자서 장길을 키득거리며 웃고 간다.

 

30여 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을 것 같지만, 하도 황당하게 당한 일이라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때 나이가 아마 32살이었던 것 같다. 경주 위에 있는 안강에 볼일이 있어서 들렸다가, 사람을 기다리느라 다방이라는 곳을 들어갔다. 지금이야 이 나이 사람들이 다방이라는 곳을 드나들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다방이라는 곳이 성행을 했고, 비싸지 않은 금액을 들여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방 안에서 일어났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갓을 쓴 어르신이 다짜고짜 일어서란다. 웬일인가 싶어 엉거주춤 일어서는데, 난데없이 따귀를 올려붙인다. 순간 눈앞이 노랗다. 아마 요즈음 이런 일이 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어르신 왜 이러세요?"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같으니. 감히 어른들 앞에서 담배질이야."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나이가 드신 분들만 계시다. 아차 싶다. 잘못했다고 사과를 드리고 얼른 담배를 껐다. 정말 그때처럼 당황한 적이 없다. 당시만 해도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을 때니 말이다. 그 통에 밖에 나와 사람을 기다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세상이 변했다. 이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면서도 떳떳하다. 당당해졌다고 해야 할지,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담배도 기호품이라 누군들 피우지 말라고 할 권한이 없다고 하면 그도 맞는 말일게다. 하지만 우리 긴 생활 속에서 어른들 앞에서는 삼가야 할 것 중 하나이고 보면, 요즈음 세상이 너무나 잘못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면서 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사회 문제가 일어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예전처럼 무조건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다고 체벌을 할 때는 아니다. 그러나 담배에 대한 올바른 상식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진부한 이야기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태그:#담배, #아이들, #옛날, #따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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