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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예총이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시인 유치환(1908~1967, 호 '청마')이 포함되지 않자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는 "수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유치환의 친일 논쟁은 오래되었다. 유치환이 쓴 시 "수(首)"는 항일독립군을 꾸짖고, 시 "전야(前夜)"는 학도병 지원을 촉구한 작품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 유치환이 1942년 2월 <만선일보>에 발표한 "대동아 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제목의 글도 친일이라 보고 있다.

2007년 12월 통영에서는 '학술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복거일씨와 홍정선 인하대 교수,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유치환은 친일이 아니거나 친일이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과 김재용 원광대 교수, 박태일 경남대 교수는 "유치환은 친일 작품을 썼고, 그래서 기념사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통영시와 통영예총, 통영문협은 유치환의 친일 혐의와 관계 없이 기념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통영 남망산 공원에 있는 유치환의 시비.
 통영시와 통영예총, 통영문협은 유치환의 친일 혐의와 관계 없이 기념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통영 남망산 공원에 있는 유치환의 시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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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예총, 11월 회의 열어 정부에 '청마우체국으로 개명' 건의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유치환이 빠져 있다. 현재 통영에는 유치환 생가가 있는데, 통영예총은 유치환 기념사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통영 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 유치환은 생전에 편지를 즐겨 썼는데, 통영 중앙우체국에서 5000여 통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우체국 앞에서 유치환의 시 "행복"을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통영예총은 2004년 5월 정보통신부에 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개명할 것을 건의했으나, 유치환의 친일 행적이 밝혀지면서 유보됐다. 이런 가운데 통영예총이 <친일인명사전>에서 유치환이 포함되지 않자 우체국 개명 작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

정해룡 통영예총 회장은 "민족문제연구소는 망자에 대한 예의도 없는 모양이다. 사회적으로도 심정이 가지만 물증이 없으면 '무죄 추정' 아니냐. 청마가 서정주처럼 확실하게 글을 발표한 것도 아니다. 무덤에 묻힌 사람한테는 관대해야 하는데, 민족문제연구소는 없는 친일 자료를 찾아내겠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LA에도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있듯이, 중앙우체국을 청마우체국으로 바꾸어 문화관광상품으로 하자는 것이며, 그곳에서 편지를 쓰면 사랑도 이루어지고, 싸웠던 사람도 편지를 띄우면서 풀어지도록 하자는 취지다"면서 "11월 안으로 통영예총 회장단 회의를 열어 추진할 것이며, 정부에도 공문을 보내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유치환은 친일행적 분명, 추가 조사 뒤 수록 여부 결정"

이에 대해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친일인명사전에, 그것도 1차에 수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친일인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면서 "유치환은 친일행적이 분명한데, 친일인명사전에 수록 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어 더 조사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처장은 "사전 '보유편'에는 추가 자료가 발굴되면 수록될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에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고 해서 친일행적이 없는 것인양 기념사업을 하는 것을 부적절하다"며 "보유편은 후속 회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제1회 임종국상'(사회운동부문)을 수상했던 김영만 Corea평화연대 상임대표는 "이번에 유치환이 친일인명사전에서 제외되었다고 해서 그의 친일행적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면서 "민족문제연구소의 추가 조사를 지켜 봐야 하며, 벌써부터 기념사업을 주장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고, 역사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은 논란 거리가 있으면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태그:#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 #유치환, #통영중앙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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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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