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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명이 쫓겨난 공장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쥐죽은 듯 고요하다. 쌍용자동차노조가 금속노조(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생산성이 향상되었다(조선일보)고 보도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해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4000여명의 노동자가 공장에서 쫓겨났다. 투쟁과정에서 6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노조는 무력화됐고 연대단위 투쟁도 사라졌다.

 

소위 공장에 살아남은 자(산자)들은 언제 잘릴 지(죽은 자) 모르는 신세라 숨죽여 노동하고 있을 뿐이다. 공장 외벽을 페인트칠로 단장하고 곳곳에 용역경비를 동원해 삼엄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

 

지난 8월 6일 정권의 폭력적인 공권력 탄압에 못이긴 노조는 정리해고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끝냈다. 손․배가압류나 사법처리 취하 등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근 노조간부가 아닌 조합원들에게까지 실형 2년이 선고되었다.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직후 1조 2천억의 운영자금 투입과 완전고용 보장이라는 특별협약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83명 구속에도 모자라

 

자본주의사회를 계약사회라고 한다면 법은 계약을 지키지 않은 자들을 사법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반대로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만 희생양이 되었다. 그뿐 만아니라 지금도 조사받고 구속당하고 있다.

 

77일간의 파업이 종료된 지난 3개월여 동안 검찰과 경찰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 대해 가혹하게 수사했다. 표적수사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을 진행했다. 가혹한 표적수사에 못 이겨 2명의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단일사업장 사상 가장 많은 83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다. 그러나 아직 얼마나 더 추가 구속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10월 6일에는 구속된 노동자를 면회하면서 지원 연대활동을 해 온 구속노동자후원회 강성철 인권팀장마저 구속했다. 10월 19일에도 2명의 노동자가 추가 구속되었다. 그들은 파업이 진압되던 당시 테이져 건과 고무탄총 등 대테러무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에 의해 무자비하게 얻어맞았거나 공장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노동자들이다. 병원에서 치료중인 노동자들을 소환조사한 뒤 구속수감했다. 경찰은 쌍용차지부, 금속노조, 민주노총에 대해 20여 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돈으로 노동운동의 목줄을 조이려는 것이다.

 

무죄추정원칙 위배

 

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구속과 재판과정에서는 이런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다. 피의자가 검찰의 기소내용을 부인했다고 해서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이는 무죄추정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또 구속된 쌍용차지부간부와 연대단위 활동가들에 대한 재판에서도 검찰의 혐의사실 입증여부와 상관없이 '정찰제'실형을 남발하고 있다.

 

반면 경찰과 사측 그리고 용역깡패들의 불법에 대한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폭력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며 한 건도 수사하지 않고 있다. 10월 23일 평택지원 앞에서 '쌍용차 점거파업에 대한 보복탄압 중단과 구속자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인권․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쌍용자동차 조합원 8명(6명은 집행유예)에게 2년을 선고한 담당판사는 선고 전 법원 주변의 기자회견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엄포를 놓았다.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던 1750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소리 소문 없이 공장에서 쫓겨났다. 정리해고가 발표되던 시점에 투쟁의지도 희망도 포기한 노동자 1700명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의 '절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났다.

 

77일간 싸웠던 600여명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종정리해고자가 되었다. 물론 해고자는 아니었으나(산자) 해고노동자들과 끝까지 투쟁했던 노동자들은 대부분 사측에 의해 징계에 회부되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 경제위기까지 덮쳐 공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의 삶은 처참하게 되었다.

 

'쌍용자동차'라는 브랜드의 신용으로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은 많게는 수 천 만원의 빚으로 쌓였고 신용불량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원을 끊었고 생계조차 막막하다. 한 때 평택미군기지 이전 저지투쟁에 나섰던 노동자들이 생계를 위해 평택미군기지 확장공사장에 나가 일용인부로 일하고 있다. 그것마저도 사람이 몰려 쉽지가 않다.

 

아직 끝나지 않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고통

 

며칠 전 쌍용자동차는 976명의 정리해고자 중 8월 6일 노사가 합의한 48(무급휴직):52(정리해고)에 따라 최종 정리해고자 507명을 발표했다. 바깥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정리해고 투쟁이 시작되는가하고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이들이 쌍용차 투쟁의 불씨가 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 한다. 먼저 이들이 정리해고자로 남아 계속 투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추가조사를 실시하고 손․배가압류로 압박하는 것이다. 현재 최종 정리해고자 중 350여명이 희망퇴직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속자를 빼고 나면 실제 남은 정리해고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사측은 정리해고자 모두를 희망퇴직자로 전환시켜 외형적으로 정리해고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을 만들려 한다. 파업참가자들은 검․경찰과 사측의 압박뿐만이 아니라 압박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파업의 후유증으로 정치적 육체적 고통이 크고 회사에 대한 염증 때문에 복직투쟁을 포기한 경우도 많다.

파업에 참여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헬기의 환청소리에 잠을 깨고 식은땀을 흘리는 등 우울 증세에 빠져 있다. 상당수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77일간의 파업이 끝나고 그 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정권의 폭력적 비호 하에 소리 없이  진행되는 투기자본의 착취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더 아프게 만들고 있다. 


태그:#쌍용자동차, #무죄추정원칙, #구속, #우울증, #신용불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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