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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생산자(화가)의 입장에서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되는 곳이라면 나도 그림을 내놓겠다'고 생각되는 미술시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 구매자(컬렉터)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라면 나도 그림 하나쯤 구입해 볼까'하고 생각되는 미술시장이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산자와 구매자를 불러 모으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경매시장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전업 미술작가들이 살기 위해서는 미술품 경매제도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림 그리는 일이 바로 직업인 이들에게는 그림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미술작가들은 여력이 없다.

 

전업 작가들을 위해서도 미술품 경매제도는 제대로 뿌리 내려야 한다. 그리고 미술품 경매제도를 건전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미술시장의 확대가 우선시된다. 아직 미진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모색하는 아담한 미술시장이 열려 주목을 끈다.

 

순수 아마추어임을 자임하는 전북대 조한경(55) 교수가 운영하는 태멘아트에서 26일 오후 3시부터 '2009 2차 가을 경매'가 실시된다.

 

지난 4월 진행된 첫 경매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조 교수는 자신이 직접 구입한 작품 30점을 내놓았고, 이 중 21점을 파는 성과를 거뒀다. 미술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조 교수로서는 가능성을 엿볼 기회였다.

 

이번에는 26점을 내놨다. 이 작품들은 모두 조 교수가 직접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경매하는 포탈아트(http://www.porart.com)를 통해 구입한 작품들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함께 전시가격도 확인할 수 있는데, 조 교수는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서 경매를 시작한다. 경쟁자가 별로 없어 구매자가 운 좋게 낮은 가격에서 작품을 구매한다면 조 교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작품 상태에 따라 경매시작가가 다르다. 가장 낮게 시작되는 경매가격은 1만 원으로, 5점이 해당된다. 그림 그리는 물감 가격도 못 건질 것만 같은 가격이다. 상한가가 20만 원이라니 그림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도전해볼 만하다.

 

그 다음은 10만 원, 30만 원, 그리고 최고 높은 경매시작가는 50만 원이다. 상한가도 100만 원을 넘지 않으니, 만일 100만 원을 들고 경매에 참여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어떤 작품이라도 구매할 수 있다.

 

조 교수는 불문학이 전공이지만, 그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불어미술사를 강의할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20여년 넘게 그림을 접고 있는 동생의 그림 재주가 아까워, 동생이 다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시작했다는 미술공부. 세계 곳곳에 있는 미술관을 두루 섭렵했고, 10년 전부터는 김세견, 김충순 등 도내 중견작가들로부터 직접 배워가며 그림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젠 그림이 삶이 돼버렸다.

 

"지금도 이 일에 의구심을 두고 바라보는 분들이 계십니다.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들 하죠. 제가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던 동생 같은 화가들이 맘껏 작품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작가는 그림을 그려 생계를 유지하고, 구매자는 그림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는 거죠. 경매를 통한 판매금액의 10%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으려고 합니다. 의미 있는 행사인 만큼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인근에 위치한 태멘아트(Taimen Art)에서 26일 오후 2시 개장, 3시부터 경매 시작.

 

한편, 다음 경매부터는 화가를 포함해 누구나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소장한 그림을 경매에 내놓도록 할 방침이다. 이때 경매 시작가와 상한가는 화가나 소장자가 정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술경매, #미술시장, #태멘아트, #조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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