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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정운찬은 MB 정부에 꼭 맞는 안성맞춤 총리라고. 오래 전부터 구린내를 솔솔 풍겨 왔는데, 이번에 뚜껑을 열고 보니 어쨌든 병역면제, 어쨌든 위장전입, 어쨌든 탈세 등등 온통 구린내가 진동하는 것이 다른 장관 지명자들과 얼추 비슷하더라는 것이다.

과연! 말 그대로다. 이틀 간의 청문회를 통해 입체적으로 부각된 정운찬의 실체는 - 모 정당의 표현에 의하자면 - 가히 MB 정부에 걸맞는 비리 종합 백화점이라 할 만하다.

기회주의적 처신과 말바꾸기 그리고 우 조교 성희롱 사태에 대한 코멘트에서 드러난 반여성적 시각은 차치하고라도 병역기피 의혹과 다운계약서 작성, 소득세 탈루와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하는 겸직, 논문 중복게재, 가족 위장전입 등 청문회에서 드러난 개인비리 의혹만으로도 정씨는 총리직을 수행하기에 부적격 인물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스24'의 고문직을 겸직, 1억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가 '국가 공무원법 위반 아니냐'는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책을 좋아해서..."라고 답해 비웃음을 자아냈다. 땅투기 의혹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말해서 세간의 조소를 한 몸에 받은 박모 씨를 능가하는 불세출의 궤변이다.

나아가 그는 '미국 스파이' 의혹을 받고 있는 Y모자 회장에게서 1000만원의 '공돈'을 받아 쓰고 그도 모자라 그것을 '소액'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만인의 공분을 자아냈다. 말썽이 일자 '소액'이란 말을 취소한다고 발뺌했지만, 이러한 그의 인식은 별6개의 최고급호텔에서 호화 결혼식을 치렀으면서 "조용한 교외에서 치렀다"고 말한 천모씨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주변 평가다.

뿐인가.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됐던 '예스24'의 김모 대표이사와 Y모자 회장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해외로 출국한 것이나 천모씨 인사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채택된 사업가 박씨가 일본으로 출국한 것이나 둘 다 놀랍도록 닮았다. DNA가 똑같은 것이 '스폰서 검사'에 '스폰서 총리'라 그런 것인가.

병역문제로 들어가면 냄새가 더 고약하다. 청문회장에서 그는 "어려서부터 군대 가고 싶었다"는 말을 남발했지만, 실제로 군대 갈 나이가 됐을 때는 병역을 면할 수 있는 묘수만 찾아 다닌 듯한 인상마저 준다.

작은 아버지의 양자로 입적, '부선망독자'로 23세까지 병역을 연기한 것도 그렇고, 그 이상 나이가 되자 이번에는 미국 유학을 선택하여 78년까지 한 번도 한국땅을 밟지 않은 것도 그렇고, 어쩌면 그렇게도 지뢰밭을 잘 피해 다니는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정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출국 당시 국방부 허가를 받고 출국했다"며 고의적 병역기피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 또한 그의 장인될 사람이 당시 병무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단 사실과 맞물리면 그림이 묘해진다. 장인이 66년 병무국장을 지낸 사실을 73년 결혼할 때야 알았다는 해명을 어찌 믿을 것인가. 그가 부인과 사귀기 시작한 시점이 69년부터인데...

이 대목에서 정말 열불이 나고 꼭지가 도는 것은, 73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결코 귀국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의 말인 즉슨,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몰랐고 나중에 유학생 신분 벗고 교수가 됐을 땐 비행기 값이 비싸 귀국하지 않았다는 건데, 이처럼 비정한 인간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것인가.

이러한데도 그는 말끝마다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거나 "큰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수차례 강변했다. 국민을 바보로 알거나 양심이 화인맞은 사람 아니라면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의 극치다. 대체 이 따위 비루한 삶을 살고도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흰소리 할 수 있는 사람의 양심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래서다. 정운찬은 MB정부의 총리로 전혀 손색이 없다. 손색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안성맞춤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며, 제 눈에 안경이다. 전과와 범법으로 얼룩진 MB정부에 그보다 더 어울릴 인물이 누가 있겠는가. 까마귀는 까마귀끼리 어울리는 법이다. 부처 눈에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확하게 그를 알아 보았고, 그 역시 'MB코드'로 화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여 말하건대, 정운찬으로 하여금 MB정부의 자랑스런 총리가 되게 하라. 하여 얼룩진 사람들끼리 손에 손잡고 국정을 마음껏 농단하게 하라. 하여 대한민국이 법치(法治)국가가 아니라 범치국가(犯治)임을 세계 만방에 떨치게 하라. 어차피 지금은 그들의 때요, 어둠의 때다.


태그:#정운찬 총리 후보, #정운찬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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