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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서류 발송비용에 관한 우편요금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빚어진 수용자와 교도소 간의 법적 분쟁에서 양측 모두가 패자가 됐다.

 

교도소에 수용 중인 L(47)씨는 지난해 5월 20일 자신의 개인적인 민사소송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하려 했는데, 발송에 필요한 우편요금 6510원을 교도소 측에서 부담해 주지 않아 자신이 부담했다.

 

그러자 L씨는 "수용자의 소송서류는 사무관리규정에서 정하는 공문서이므로 소송서류의 발송에 관한 우편요금은 교도소 측에서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담하지 않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위자료 100만원과 우편요금 6510원 등 100만 6510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L씨는 교도소에 수용돼 있던 2004년 2월부터 지난해 5월 사이에 발송한 소송서류 중 총 639건의 경우 자신이 우편요금을 부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도소 측에 비용부담을 요구했다.

 

반면 교도소 측은 "수용자 개인소송에 필요한 서류는 공문서의 성질을 갖는다고 볼 수 없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하더라도 수용자가 자비부담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수용자가 우편요금 부담의무를 가지므로 교도소장이 원고로 하여금 자신의 소송서류 발송에 관한 우편요금을 부담시킨 것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또 "원고가 총 639건의 소송서류를 발송하면서 비용부담을 거부하고 교도소 측에 우편요금을 부담해 달라고 요구한 결과 그동안 소송서류의 특성상 비용부담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국가비용으로 우편요금을 부담했다"며 "그로써 원고는 우편요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부당이득금 107만 6970원을 반환하라"며 반소를 제기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9조(서신 등 발송비용의 부담)는 수용자의 서신·소송서류, 그 밖의 문서를 보내는 경우에 드는 비용은 수용자가 부담한다. 다만, 소장은 수용자가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우표를 필요한 만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3일 L씨와 교도소 양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사무관리규정은 행정기관의 사무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행정자치부의 내부규정에 불과해 원고가 이를 근거로 피고에게 소송서류의 발송비용을 부담할 것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수용자 명적업무 처리지침에는 교도소장이 수용자로부터 소송서류를 제출받은 때에는 이를 법원 등 관계기관에 접수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위 지침 또한 소송서류 발송 비용을 피고가 부담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오히려 수용자의 서신 등의 발송에 필요한 우편요금은 원칙적으로 수용자가 부담해야 하고, 서신 등에는 소송서류도 포함되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교도소 측에서 제기한 반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관계 법령에 의하면 교도소 관계자는 자비부담을 할 수 없는 수용자의 소송서류에 관해 우편요금을 국가비용으로 부담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교도소 관계자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우편요금을 국가부담으로 하기로 결정해 원고의 소송서류 발송에 관한 우편요금이 국가비용으로 처리됐다면, 교도소 측의 우편요금 비용부담으로 인해 원고가 얻은 우편요금 상당의 이득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리하면, 수용자의 우편요금은 원칙적으로 본인이 부담하고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에만 교도소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고, 나아가 교도소의 판단에 따라 이미 우편요금을 지불한 경우 나중에 우편요금을 부당이득이라며 반환을 요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재소자, #우편요금, #수용자, #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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