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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병당 2만 위안(한화 약 360만원)에 팔리는 수이징팡 세기전장. 한 달에 수천 병이 팔려나가는 중국에서 가장 비싼 백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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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君不見)
황허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黃河之水天上來)
콸콸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 (奔流到海不復回)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君不見)
귀한 저택에 앉아 거울에 비친 백발을 보며 서러워하는 것을, (高堂明鏡悲白髮)
아침에 푸른 실 같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눈처럼 세어졌네. (朝如靑絲暮成雪)

인생이란 때를 만났을 때 즐거움을 다해야 하니, (人生得意須盡歡)
금 술잔을 부질없이 달 아래 홀로 두지 말게나. (莫使金樽空對月)

하늘이 내게 주신 재능은 반드시 쓸 곳이 있을지니, (天生我材必有用)
천금의 돈도 다 쓰고 나면 다시 돌아오게 마련일세. (千金散盡還復來)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즐겨보세, (烹羊宰牛且爲樂)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會須一飮三百杯)
- 이백 '술을 권하며'(將進酒) 중 전반부

중국은 술의 나라다. 어느 지방이나 지역특산 명주가 있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중국에는 한국 못지않은 주당들이 많다. 친구를 만날 때 사업을 논할 때 술은 빠질 수 없는 대화의 윤활유다.

우리식 '원샷'과 같은 중국인의 '간베이'(干杯)는 술을 권하는 우리문화와 중국이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간베이' 한 뒤 두 손으로 잔을 잡고 45도로 기울여 술잔의 밑바닥을 상대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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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에 발견된 고대 양조장 수이징팡 유적. 수이징팡의 역사는 13세기 원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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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저우 중심지에 위치한 궈자오1573 양조장. 여기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발효기법에 따라 궈자오1573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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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베이' 권하는 나라, 중국

중국 전통술은 제조법과 원료에 따라 크게 백주(白酒), 황주(黃酒), 노주(露酒), 과일주 등으로 나뉜다. 쌀, 수수, 옥수수, 밀 등 곡식을 발효시켜 만든 양조주를 다시 증류하여 숙성시킨 술이다. 황주란 곡식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도수는 그리 높지 않은데, 루쉰(魯迅)이 즐겨 마신 샤오싱주(紹興酒)가 대표적이다.

노주는 발효한 술에 각종 약재나 식물을 넣어 증류시킨 술이다. 주예칭주(竹葉靑酒)와 오가피술이 이에 속한다. 과일주는 과일의 즙을 짜내 발효시킨 술이다.

오늘날 중국 술시장 규모는 50조 원을 넘어섰다. 음주 인구는 8억4000여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전역에 산재한 주류 공장만도 1만8000여 개, 이 중 중대형 기업은 1160개나 된다.

현재 중국에서 소비가 가장 많은 술은 맥주다. 중국 전역에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맥주가 수십 가지나 있다. 중국 맥주 값은 한 병당 3위안(한화 약 540원) 안팎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서민들이 즐겨 마신다. 맥주의 판매량이 으뜸이지만, 중국술의 대표주자는 단연 백주다.

백주는 1990년대 중반 맥주에게 주류시장 1위 자리를 내주었으나 최근 3~4년간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백주는 우리에게 '배갈'(白干兒)이나 '고량주'(高粱酒)로 친숙하다. 짙은 향기에 40도 이상 높은 도수를 자랑하여, 화려하고 기름진 중국요리와 함께 마시는 이의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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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5월 1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우량예 회사에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만든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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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지국' 쓰촨의 풍요를 가져다 준 원동력이 된 두장옌의 고대수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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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백주의 역사는 대략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백주를 담그던 술 제조 유적은 중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 소비되는 전통술 가운데 으뜸도 단연 백주이다.

백주는 지역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마을 수만큼 다른 백주 브랜드가 있을 정도다.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중국은 지난 반세기여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술 품평회(評酒會)를 열었다. 소비자에게 권장할 만한 명주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첫 품평회는 1952년 중국 경공업부 주최로 열렸다. 심사는 형식적인 화학실험을 거쳤지만 실제로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여기서 백주 4종이 '국가명주'로 발표됐는데, 구이저우(貴州)의 마오타이(茅台), 산시(山西)의 펀주(汾酒), 루저우의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시안(西安)의 시펑주(西鳳酒)가 그 주인공이었다.

1963년 열린 제2회 술 품평회에서는 이빈(宜賓)의 우량예(五粮液), 하오저우(毫州)의 구징공주(古井貢酒), 청두(成都)의 췐싱다취(全興大曲), 준이(尊義)의 동주(董酒)가 추가로 지정됐다. '중국 8대 명주'가 탄생한 것이다.

그 뒤 3회(1979년), 4회(1984년), 5회(1989년)까지 품평회가 열려 몇몇 술은 빠지고 다른 술이 더해지긴 했으나, 오늘날까지 8대 명주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술 품평회마다 명주가 바뀌었기에, 중국인들조차 8대 명주가 무엇인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최근 중국 시사주간지 <생활>은 매출과 선호도를 기준으로 21세기형 8대 명주를 지정했다. 마오타이, 우량예, 궈자오(國窖)1573, 젠난춘(劍南春), 시펑주, 펀주, 수이징팡(水井坊), 주구이(酒鬼)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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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주는 맵고 얼얼하며 자극적인 쓰촨요리와 잘 어울린다. 깨끗한 맛과 짙은 향의 쓰촨 백주가 쓰촨요리의 맵고 얼얼한 맛을 여과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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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두시 정부는 수이징팡 유적을 중심으로 과거 술 생산, 판매 거리를 재현한 수이징팡 거리를 조성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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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명주를 모른다면, 중국 술을 모르는 것

이 가운데 유독 한 지방이 4개의 백주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바로 쓰촨성이다. 우량예는 이빈, 궈자오1573은 루저우, 젠난춘은 몐주(綿竹), 수이징팡은 청두가 본산지다. 쓰촨에 명주가 많이 나오게 된 데에는 적합한 자연조건과 뛰어난 양조기술에서 연유한다.

쓰촨에는 양쯔강(長江), 민강(岷江), 퉈강(沱江), 자링강(嘉陵江) 등 네 갈래의 큰 강이 있다. 거대한 분지에 2200여년 전 건설되어 지금도 사용되는 고대수리시설 두장옌(都江堰)의 물은 비옥한 농토를 만들어 다양한 곡식이 생산토록 했다.

쓰촨은 중국에서도 한참 변방이다. 중앙정부의 간섭이 제대로 못 미치다보니, 술을 제조하는 기술이 꾸준히 발달해왔다. 쓰촨 전역에 걸쳐있는 천연동굴은 백주를 숙성시키는 장소로 딱 알맞다.

쓰촨요리는 백주 발전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숨은 공로자다. 쓰촨요리는 중국 내에서도 매운 요리의 대명사다. 맵고 얼얼하며 자극적이어서 도수 높은 증류주인 백주와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깨끗한 맛과 짙은 향의 쓰촨 백주가 쓰촨요리의 맵고 얼얼한 맛을 여과해 주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는 쓰촨 사람들의 기질도 백주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쓰촨은 기후가 무덥고 습도가 높기 때문에, 쓰촨인들은 술을 즐겨 마신다. 고온다습한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매운 음식을 먹고, 반주로 백주를 마시는 것이다. 술 마시는 습관도 한국인처럼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풍부한 수량과 곡식, 넉넉한 살림살이, 맵고 자극적인 음식,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오늘날 쓰촨을 명주의 고장으로 이름나게 한 원동력이다.

백주는 맛과 향기에 따라 다시 세 가지로 나뉜다. 장향(醬香)형, 농향(濃香)형, 청향(淸香)형이 그것이다. 외국인은 백주의 맛과 향기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중국인은 백주 품평을 할 때 반드시 이 분류법을 기준으로 한다. 장향형에는 마오타이가, 농향형은 우량예와 루저우라오자오가, 청향형은 펀주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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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췐싱은 중국 국가문물국의 허가를 얻어 수이징팡 유적에서 재료를 발효시켜 수이징팡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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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이징팡 유적 안쪽에는 옛 양조장 시설이 보존되어 전시되어 있다. 앞쪽의 유적은 명대, 뒤쪽의 유적은 원대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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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에서는 주로 농향형 기법으로 백주를 제조한다. 양쯔강 지류의 맑은 물을 이용해 최소 70일 이상 발효하여 만드는 양조방식이다. 농향형 백주는 색깔이 맑고 투명하다. 향기는 입에서 돌돌 말리고 술 맛이 오래간다. 또한 발효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맛과 향기가 진해진다.

숙성이 오래된 쓰촨 백주는 도수가 50도가 넘어도 자극이 없고 술 맛이 부드럽다. 높은 도수의 술답지 않게 뒤끝도 전혀 없다. 이런 쓰촨 백주의 매력은 중국 백주 특유의 진한 향기를 싫어하는 한국 주당들도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질 못한다.

오늘날 백주시장 규모는 1400억 위안(약 25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2008년 중국 전체 백주기업의 총생산액은 1460억 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29.8%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80억 위안(약 3조2400억원)으로, 36.8%나 급증했다. 영업이익을 1억 위안(약 180억원) 이상 낸 백주회사만 19개에 달해 전년보다 9개나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백주의 성장세는 거칠 것이 없다. 올해 4월까지 중국 18개 성시에서의 백주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양주와 맥주, 포도주가 각각 22.4%, 9.2%, 2%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기록적인 성장세다.

백주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고급 백주의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고급 백주시장은 해마다 20% 이상 성장했다. 2010년에는 시장규모가 850억 위안(약 15조3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에서 고급 백주시장이 커진 데에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소득증대가 주요 요인이다. 주머니가 넉넉해진 중국인들이 체면과 위신을 고려하는데다 맛과 향이 뛰어난 고급 백주를 찾으면서 백주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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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이징팡 유적 진열관에는 전통 백주의 제조과정을 보여주는 사진과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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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고급 백주 가운데 청두에 소재한 수이징팡의 약진은 눈부시다. 2008년 수이징팡의 판매액은 11억7900만 위안(약 2122억 원)으로 전년대비 17.43% 증가했다. 순이익도 3억1400만 위안(약 565억 원)에 달해 55.87%나 늘어났다. 쓰촨대지진이 발생한 악조건 속에 거둔 알찬 성과다.

고급 백주의 증가세는 판매액에서 잘 나타난다. 2008년 수이징팡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12.49% 증가했다. 그 중 고급 백주의 매출 증가율은 20.23%로 전체 백주의 평균 수치보다 훨씬 높다. 고급 백주가 수이징팡의 복덩어리인 셈이다.

본래 고급 백주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은 또 다른 쓰촨의 백주회사 우량예였다. 1990년대 왕궈춘(王國春) 우량예 회장은 현대적인 경영 마인드로 고급 백주를 집중 육성했다. 고급 브랜드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우량예는 백주 판매량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량예에 뒤이어 마오타이도 생산연도를 제품에 표기하면서 고급 백주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뒤늦게 고급 백주시장에 뛰어든 수이징팡 모기업 췐싱은 2000년 우량예와 마오타이보다 더욱 비싼 브랜드를 고급 백주시장에 선보였다. 수이징팡의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췐싱은 한때 잘 나가는 백주회사였다. 1963년 2회 술 품평회에서 췐싱다취는 중국 8대 명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청두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백주였지만, 1980년대 이래 췐싱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췐싱의 하락세는 쓰촨에 명주가 너무 많은 데에서 비롯됐다.

우량예, 루저우라오자오, 젠난춘 등 쓰촨에는 둘째가면 서러워 할 명주가 즐비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췐싱의 백주는 점차 시장에서 도태되어 갔다. 라이덩이(賴登燡) 췐싱주업회사 부사장은 "1990년대 들어 맥주에 시장을 급속히 내준 탓도 있지만 췐싱의 백주 시장 점유율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고 회고했다.

라이 부사장은 "고급 백주 시장에서는 우량예와 루저우라오자오가, 중저가 시장에서는 젠난춘이 시장을 장악하여 췐싱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었다"면서 "1997년부터 회사 경영진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고급 백주의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 골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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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이 개발되는 백주의 맛을 시음하는 취안싱의 품주사들. 맨 오른쪽이 있는 이가 라이덩이 취안싱주업회사 부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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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췐싱에게 전환점이 될 사건이 일어났다. 췐싱 공장 내 한 부지에서 지하 유적이 우연히 발견됐는데, 역사가 오래된 양조장이었다. 1999년 3월 청두박물관 문물고고연구소 발굴팀이 정식 발굴을 시작했다. 발굴 조사 끝에 이 양조장이 13세기 원나라부터 청나라까지 백주를 생산했던 수이징팡 유적임을 밝혀졌다.

당시 발굴에 참여했던 천젠(陳劍) 문물고고연구소 부주임은 "수이징팡 유적에서는 술 가마 4곳, 저장고 8곳, 부뚜막 4곳 등이 발견되어 맥이 끊겼던 중국 고대 양조 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천 부주임은 "술잔, 주전자, 항아리, 질그릇 등 원·명대의 도자기와 송대의 자기 조각도 발견되어 그 역사가 800년 이상 되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수이징팡 유적은 20세기 들어서 양조가 중단됐지만, 수백 년 동안 끊이질 않고 술이 생산된 미생물의 보고였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중국 10대 고고학 발굴 중 하나로 평가되고 중국 국보 유적지로 지정됐다. 2001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오래된 유적에서 뽑아낸 중국 최고의 백주, 수이징팡

수이징팡 유적은 췐싱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췐싱 경영진은 개발 중인 고급 백주의 이름을 수이징팡으로 정하고 술 생산을 유적지에서 직접 하기로 결정했다. 라이덩이 부사장은 "우량예와 마오타이를 꺾기 위해서는 역사성과 참신함이 깃든 술 이름이 필요했다"면서 "수이징팡 유적의 발견은 췐싱에게 복음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췐싱은 과학적인 조사 끝에 수이징팡 유적이 미생물의 보고임을 발견했다. 다시 술 양조장으로 쓰기 위해 중국 국가문물국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거쳐 수이징팡의 제조를 시작했다. 2000년 말 수이징팡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췐싱의 전략은 치밀했다. 췐싱은 수이징팡 유적의 발굴 결과를 새로운 고급 백주 공개와 함께 했다.

수백 년간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백주를 생산했던 유적에서 양조된 수이징팡은 곧바로 모든 중국인의 주목을 받았다. 대대적인 광고도 한 몫 했지만 역사와 의미를 따지는 중국인에게 수이징팡은 기다리던 술이었다. 췐싱은 유적지를 취재하는 언론에게 수이징팡의 소개도 곁들여 무형의 광고 효과까지 얻었다.

수이징팡의 독특한 맛과 향은 중국 주당들을 열광시켰다. 부드러우면서 입에 달라붙는 듯한 수이징팡의 맛은 다른 고급 백주와는 크게 차별됐다. 병마개를 따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향은 은은하고 향긋하다.

라이덩이 부사장은 "수이징팡을 개발하기 위해 회사 전체가 4년여의 시간과 1억 위안(약 180억원)의 자금을 동원했다"면서 "30여 명의 품주사(品酒師)들이 수백 통의 술을 마셔가며 수이징팡에 매달렸다"고 회고했다. 라이 부사장은 췐싱 최고의 품주사이자 중국 국가 1급 품주사이기도 하다.

시장에 나온 지 수년 만에 수이징팡은 어느덧 중국 최고의 백주로 성장했다. 중국 부자의 술상에는 단연 수이징팡이 올려져 있다. 중국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수이징팡은 꼭 준비해야 하는 술이 됐다. 수이징팡은 한국인이 중국 백주에 가진 선입견과 거부감도 해체시켰다. 지난 2~3년간 수이징팡은 중국에서 귀국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술이다.

금세기 들어 시장에 나와 단시일 내에 중국에서 가장 비싸고 선호도 높은 술로 성장한 수이징팡. 오랜 역사적 배경, 독특한 맛과 향을 배경으로 한국 주당의 입맛까지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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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장러우공원 안에 있는 설도가 물을 길어 만들었다는 설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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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징팡 유적거리에서 1㎞ 떨어진 곳에 왕장러우(望江樓)공원이 있다. 왕장러우공원은 청두 동쪽을 가로지르는 진강(錦江) 변 대나무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약 13만㎥에 달하는데, 당대 유명한 여류 시인인 설도(薛濤)와 관련된 유적이 많다.

설도는 장안(長安)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따라 청두로 와서 기생이 됐다. 총명하고 기지가 풍부했고, 섬세하고 감성적인 시 500여 편을 지었다. 시도 좋고 명필이어서 그의 친필 시 한 수를 얻고자 당대 문인들이 청두에 몰려들었다.

말년에는 손수 붉게 물들인 종이에 시를 쓰기도 했다. 이를 설도전이라 해서 누구나 갖고 싶은 당대 최고의 명품이었다. 가히 '중국의 황진이'로, 현재까지 88편이 전해 내려져 오고 있다.

왕장러우공원 곳곳에는 지금도 설도의 숨결이 살아있다. 설도전을 만들기 위해 물을 길었다는 설도정, 다락에 기대어 시를 짓고 설도전에 썼다는 인스러우(吟詩樓)의 초석, 설도의 시에 빈도 높게 등장하는 대나무 140여종 등이 그것이다. 수이징팡 유적과 더불어 대나무의 고장 쓰촨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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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청산 내 도교사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상칭궁(上淸宮). 상칭궁은 산비탈에 세워져 건축미가 입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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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팁

큰사진보기 ▲  수이징팡 유적 쪽에서 바라본 왕장러우공원의 야경.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 여행Tip1 수이징팡 유적은 청두(成都)시 남서쪽 라오둥먼다차오와이(老東門大橋外) 수이징팡 거리 변에 있다. 유적의 개방시간은 8:30~17:30이다. 입장료는 15위안(약 2700원)이다. 유적으로 가는 교통편은 다양하다. 도심 각지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탈 경우 3, 18, 19, 31, 35 등을 타서 둥먼다차오정거장에서 내려, 수이징팡 거리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택시로 갈 경우 도심에서는 12위안(약 2200원), 청두기차역에서는 20위안(약 3600원) 안팎이다. 왕장러우공원은 왕장루(望江路) 30호에 있다. 공원의 개방시간은 8:00~20:00이다. 입장료는 3위안(약 550원)이다. 공원 내 설도기념관과 대나무진열관의 입장료는 20위안(약 3600위안)이다. 공원으로 가는 버스는 3, 18, 19, 31, 35 등을 타서 왕장러우정거장에서 내려, 공원을 향해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택시로 갈 경우 도심에서는 14위안(약 2550원), 청두기차역에서는 22위안(약 4000원) 안팎이다. 큰사진보기 ▲  시장호텔은 청두 5성급 호텔 중 서비스가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 모종혁 관련사진보기 # 여행Tip2 청두 도심에서 떨어져 2시간 이내 둘러볼만한 곳으로는 두장옌(都江堰)과 칭청산(靑城山)이 있다. 두장옌은 2200년 전에 건설한 치수(治水)시설이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태수였던 이빙(李冰)이 아들 이랑(李郞)과 함께 민강(岷江)에 설치한 수리시설이다. 고대수리시설이 기본 구조의 보탬이나 던 것이 없이 오늘날까지 작동한다는 점이다. 칭청산은 중국 도교의 발상지다. 도교는 신선사상에 뿌리를 둔 중국 자생의 종교이다. 도교는 종교적 요소에 사회적 질서와 규범, 학문과 기술 등을 민중의 입장에서 대변해왔다. 노자(老子)를 개조(開祖)로 하고 장도릉(張道陵)을 교조로 모신다. 유네스코는 두장옌과 칭청산을 한데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두장옌과 칭청산의 입장료는 모두 90위안(약 1만63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개방시간은 8:00~17:00이다. 청두 내 5성급 고급 호텔로는 시장호텔(西藏飯店)을 추천한다. 시장호텔은 티베트자치구정부가 운영하여, 호텔 내 극장에서 티베트 전통공연이 날마다 벌어진다. 5성급 호텔답게 호텔 직원들은 친절하고 룸서비스도 세심하다. 방값은 아침식사와 무료 인터넷을 포함해 싱글/더블 베드룸이 610위안(약 11만원)이다. 실내 장식이 좀 뒤쳐지는 싱글 베드룸은 380위안(약 6만9500원)이다. 단, 시장호텔 주변에는 이름난 고급 식당이 없는 것이 흠이다. 시장호텔의 위치는 런민베이루(人民北路) 10호이고, 예약을 위한 전화번호는 (028)8318-3388이다.